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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끓는 파리떼... 폐기물 업체 퇴비 악취에 몸살 앓는 주민들

공주시 오곡동에 쌓인 폐기물, 하천도 오염 우려... 다른 농지에서는 돼지분뇨 냄새 코 찔러

등록 2023.04.25 14:08수정 2023.04.25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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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는 천변 옆 논바닥 주변에 쌓아 놓은 더미에서 진하게 배어 나왔다. ⓒ 심규상

 
24일 오후, 충남 공주시 오곡동 표지판이 보였다. 차 창문을 열고 속도를 줄여 몇백 미터를 더 달렸다. 순간 차창 안으로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렸다. 황급히 창문을 닫았지만 냄새는 가시지 않았다.

주민들이 지목한 냄새의 근원지로 보이는 곳이 창문 밖으로 보였다. 공교롭게도 하천변과 접하고 있었다.

천변으로 내려서자 냄새가 더 심해졌다. 냄새는 천변 옆 논바닥 주변에 쌓아 놓은 더미에서 진하게 배어 나왔다. 비닐을 덮어 놓은 더미 근처로 다가가자 파리 떼가 들끓었다. 역겨운 냄새로 지끈 머리까지 아팠다.

주민들 "악취로 고통, 하천-지하수 오염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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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침출수가 바로 옆 하천(오곡천)으로 흘러들 것이 뻔했다. 운반도중에서 하천변에 떨어뜨린 폐기물 무더기도 보였다. ⓒ 심규상

  
비닐 아래에는 폐기물로 보이는 퇴비 더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대략 눈짐작으로도 수십 톤은 돼 보였다. 바닥 면적만 600㎡에 이른다. 게다가 논바닥에는 아무런 방수 처리를 하지 않았다. 비가 오면 침출수가 오곡천으로 흘러들 것이 뻔했다. 운반 도중 하천변에 떨어뜨린 폐기물 무더기도 보였다. 오곡천의 물은 금강으로 흘러간다.

오곡리 마을주민들이 '못 살겠다'며 하소연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3일이다. 지난 주 이곳에 이틀 동안 누군가 트럭 가득 무언가를 싣고 와 쌓기 시작했다. 주민들은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 냄새나는 무언가를 실어다 쌓아 놓아 민원을 제기한 적이 있어 이번에는 농사를 짓기 위한 정상적인 축분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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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덮어 놓은 더미 근처로 다가가자 역겨운 냄새와 함께 파리 떼가 들끓었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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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을 덮어 놓은 더미 근처로 다가가자 파리 떼가 들끓었다. 주민들은 악취와 함께 지하수 오염을 걱정했다. ⓒ 심규상

 
하지만 지난 주말께부터 인근 오곡리 1통 수십 가구에 역한 냄새를 풍기기 시작했다. 또 갑자기 없던 파리 떼가 마을 곳곳을 덮쳤다. 오곡동 1통과 2통에는 6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한 마을 주민은 "냄새와 파리 떼로 살 수가 없다", "마을 앞에 어떻게 이런 쓰레기 냄새가 나는 폐기물을 갖다 놓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참다못한 주민들은 24일 오전 공주시에 민원을 제기했다. 

또 다른 마을주민도 "이게 웬 난리냐"며 "창문을 열 수도 없고 악취로 머리가 지끈거려 밖을 나가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에 마을 인근에 마을상수도가 설치돼 있어 지하수 오염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는 트럭 한 대가 놓여 있었다. 주민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는데도 또 다시 트럭 가득 실어다 부어 놓은 뒤였다.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A업체의 의뢰로 지난해에 이어 지난 주 이곳에 실어다 쌓아 놓았다"며 "농사용 퇴비로 알고 실어 왔을 뿐 무엇을 원료로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A업체에 확인해 보라"고 답했다.

'마을 전체에 역한 냄새와 파리가 들끓는다'는 지적에는 "이것 때문에 파리 떼가 생긴 게 아니고 다른 곳에 있던 파리가 여기 퇴비 냄새를 맡고 몰려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거듭된 기자의 질문에 "내게 묻지 말고 A업체에 확인하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관계자가 말한 A업체는 유기성 유니 등 폐기물로 부속토를 생산하는 폐기물처리업체로 소개돼 있었다. 유기성 오니는 폐수·하수·축산폐수 처리장 등에서 발생하는 슬러지(찌꺼기)다.

A업체 관계자는 "우리 업체에서 공급한 게 맞다면 문제가 없는 부속토"라고 말했다.

토지소유주는 "뭘로 만들었는지, 몇 차 분량인지 모르겠고, 퇴비라고 해서 업체에서 무상으로 받았다"며 "발효제와 살충제를 몇 일 동안 살포했으니 좀더 발효가 되면 냄새도, 파리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원을 접수한 공주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25일 <오마이뉴스>에 "A업체는 유기성 오니와 그 밖의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이용해 부속토를 생산하는 업체로 허가돼 있다"며 "어제 민원을 전달받은 상태로 오늘 현장을 나가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은 이 폐기물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농지에는 돼지분뇨 야적하고 살포... "현장 확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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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곡리 1통 마을과 2통 마을을 잇는 도로 중간쯤에 이르자 이번에는 역한 축산분뇨 냄새가 스몄다.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역했다. 현장으로 들어서자, 천변 논바닥에 돼지분뇨로 보이는 퇴비를 넓게 쌓아 놓았다.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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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과 접한 농로 위에도 오가며 떨어뜨린 퇴비가 널브러져 있었다. 아래는 오곡천이다. ⓒ 심규상

   
한편, 이날 오곡리 1통 마을과 2통 마을을 잇는 도로 중간쯤에 이르자 역한 축산분뇨 냄새가 스몄다. 숨을 쉬기 어려울 만큼 역했다. 현장으로 들어서자, 천변 논바닥에 돼지분뇨로 보이는 퇴비를 넓게 펴 놓았다. 천여 평의 논바닥에도 같은 퇴비를 살포해 놓았다. 하천과 접한 농로 위에도 오가며 떨어뜨린 퇴비가 널브러져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 주말 누군가 발효가 덜 된 돼지분뇨로 보이는 퇴비를 싣고 와 일부는 쌓아 놓고 일부는 중장비를 이용해 논바닥에 살포했다"고 말했다.    

공주시 환경보호과 관계자는 이날 "돼지분뇨로 보이는 퇴비 일부(부속토)를 수거해 농업기술센터에 성분 검사를 의뢰한 동시에 퇴비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탐문을 하고 있다"며 "성분 검사 결과 발효가 덜 된 가축분뇨일 경우 과태료 및 원상회복 등 행정 처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주시 오곡동 #폐기물 #공주시 #유기성 오니 #가축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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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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