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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즈 플래닛' 깜짝 이변, 그러나 아쉬움은 남았다

[주장]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 왜 그들만의 축제가 됐나

23.04.21 14:49최종업데이트23.04.21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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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은 사라졌고, 끝까지 논란과 불신만 남겼다.

Mnet 예능 프로그램 <보이즈 플래닛>이 막을 내렸다. 20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최종회에서는 스타 크리에이터(시청자) 투표를 통해 프로젝트 그룹 '제로베이스원(ZERO BASE ONE)'에 발탁된 최종 데뷔조 9인이 공개됐다.
 
최종 순위는 장하오가 깜짝 1위를 차지했고, 성한빈이 2위였다. 3위 석매튜, 4위 리키, 5위 박건욱, 6위 김태래, 7위 김규빈, 8위 김지웅, 9위는 한유진이었다. 특히 장하오는 방송 내내 견고하던 성한빈의 독주체제를 처음으로 깨고 최종 1위를 차지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우승자인 장하오에게는 데뷔 앨범 센터와 솔로곡 수록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장하오는 오디션으로 배출된 프로젝트 사상 최초로 외국인 멤버가 최종 1위와 센터에 등극했다는 기록도 세웠다.
 
간발의 차이로 데뷔조에서 가장 아깝게 탈락한 10위는 제이였다. 또한 함께 파이널에 오른 11위 박한빈 12위 케이타 13위 이회택 14위 금준현 15위 이정현 16위 유승언 17위 나캠든 18위 윤종우 역시 각자의 길을 가게 됐다.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인 제로베이스원(제베원, ZB1)은 '제로에서 채워나갈 무한한 가능성'이라는 의미로, 아홉 명의 연습생들이 데뷔 이후 하나로 나아가는 여정을 의미한다고 한다.
 
<보이즈플래닛>은 막을 내렸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하다. 데뷔조의 구성, 선정 과정의 공정성, 방송의 완성도 등 여러 면에서 모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오디션을 표방한 취지가 무색하게도 데뷔조 9인 중 7명이 한국인 멤버들이다. 유일한 캐나다인인 석매튜도 한국계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외국인 멤버는 장하오와 리키, 중국인 2명이 전부다. 걸그룹 버전인 <걸스플래닛>의 데뷔조인 '케플러'의 경우 한국인 5명, 미국인 1명(한미 혼혈 복수국적), 일본인 2명, 중국인 1명으로 더 다양하게 구성된 바 있다.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끝내 불식시키지 못한 부분도 뼈 아픈 대목이다. 그동안 다수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제작했던 Mnet은 2019년 <프로듀스> 시리즈, <아이돌학교>의 투표 조작과 제작진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이는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연습생들은 물론, 그들을 응원한 시청자들의 꿈과 시간을 짓밟은 사건으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그럼에도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 없었던 Mnet은 지난해 <걸스플래닛>에 이어 <보이즈플래닛>을 론칭하며 사실상 <프로듀스> 시리즈의 포장만 바꾼 버전으로 돌아왔다. Mnet 측은 프로그램 제작과 투표 관리 부문을 분리하여 외부 전문 기관 삼일 PwC에 검증을 맡기는 것으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방송 내내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과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현재 <보이즈 플래닛> 부정 투표 의혹 등과 관련된 민원이 대거 접수된 상태다. 시그널송 배틀에서는 미션평가에도 반영되는 특정 멤버의 직캠 조회수가 급상승하며 조작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직접적인 투표조작이 아니더라도 편파적인 출연자 분량 차별은 여전했다. 인기 멤버에게는 분량을 몰아주고 긍정적인 이미지 위주로 편집한 반면, 제작진의 눈밖에 난 참가자는 의도적으로 나쁜 이미지를 부각시키거나 아예 분량 자체를 거의 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보이즈 플래닛>이 한창 방송되는 도중 <프로듀스> 조작의 핵심 인물인 안준영, 김용범 PD가 CJ ENM에 재입사한 사실이 드러나며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시청자들은 CJ ENM의 조작 논란에 대한 반성 및 개선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조작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프로듀스 진상규명위원회'는 방송심의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하며 <보이즈플래닛> 역시 특정 참가자 내정 특혜-부정 투표-자회사 계열 참가자 밀어주기 등이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논란과 별개로, 오디션 서바이벌 특유의 재미나 감동을 느낄만한 요소도 부족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한국에서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명의 원석이 인생역전을 이루는 모습을 통해 '성장과 성공'에 대한 대리만족이었다.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우승자인 폴 포츠(브리튼즈 갓 탤런트)나 허각(슈퍼스타K2)의 스토리는 지금도 오디션 신화의 대명사로 꼽힌다.
 
반면 <보이즈 플래닛>은 방송 초반부터 성한빈의 일방적인 독주체제를 비롯하여 석매튜-장하오-박건욱-김규빈 등 인기 멤버들이 별다른 반전없이 일찌감치 상위권을 선점하며 경쟁의 긴장감이 반감됐다. 독특한 개성으로 어필하거나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낼만한 성장형 멤버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프로그램 내에서만 팬덤을 구축하는 데 머물렀을뿐, 그 이상의 화제를 불러모을 정도는 아니었다.
 
또한 연습생만 바뀌었을 뿐 <프로듀스> <걸스플래닛>과 전혀 달라진 게 없는 진부한 구성 및 연출은 갈수록 식상함만 안겨줬다. <보이즈플래닛>은 내내 0%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지난 13일에 간산히 시청률 1%대에 진입했고, 자체 최고 기록을 세운 생방송 최종회 시청률도 1.2%로 막을 내렸다(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

설상가상 최종회에서 성한빈이 '병역 면탈' 혐의를 받고 있는 라비를 언급하며 마지막까지 도마에 올랐다. 성한빈은 2위로 데뷔조 순위가 확정된 후 "더 라이브 식구들·스튜디오 글라이드 식구들, 라비 대표님을 포함하여 저를 항상 응원해 주시고 옆에서 지지해 주신 덕분에 제가 많은 힘을 얻은 것 같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백했다.
 
성한빈이 소속된 스튜디오 글라이드는 라비의 레이블 중 하나다. 하지만 라비는 최근 검찰로부터 병역 브로커와 공모해 뇌전증 환자인 것처럼 꾸며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징역 2년형을 구형받은 상황이다. 성한빈이 개인적인 고마움을 가질 수는 있지만, 공식적인 석상에서 언급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적지않다.
 
음악 오디션 서바이벌은 전 세계적으로 오랜 역사와 인기를 자랑하는 콘텐츠다. 한국에서도 <슈퍼스타K> <쇼미더머니>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 시리즈 등 음악 오디션 서바이벌은 수많은 스타 탄생의 창구 역할을 해냈고, 장르도 K팝부터 트로트까지 다양해 남녀노소 수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거듭되는 공정성 논란과 출연자 리스크 속에 최근 국내의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갈수록 '그들만의 축제'로 변질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걸스플래닛> <야생돌> <방과 후 설렘> 등 최근 아이돌 오디션 서바이벌 프로그램들의 저조한 성적표가 이를 증명한다. <보이즈플래닛>을 통하여 데뷔하게 된 제로베이스원 역시 시작도 전에 대중의 냉정한 평가를 기다리게 됐다.
보이즈플래닛 엠넷 데뷔조 공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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