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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까지 받아 돈 빌려주고... 오은영 "김경진 구차한 상황 못 견뎌"

[TV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23.04.11 14:20최종업데이트23.04.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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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때로는 가볍게 생각했던 작은 사건이 인생에 두고두고 큰 영향을 미치는 그림자 혹은 족쇄로 남기도 한다. 개그맨 김경진에게 10여 년 전 한 종편 예능 '몰래카메라' 사건은 지금껏 회자되는 대표적인 흑역사다. 김경진은 당시 방송에서 개그맨 동료와 선배, 소속사에 대한 선을 넘은 뒷담화, 각종 비매너적인 행동으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훗날 김경진은 당시 몰래카메라가 진짜가 아닌, 사전에 제작진과 약속된 콘셉트에 따른 '페이크 몰카'였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 사건 이후 김경진은 이미지가 크게 폭락하며 방송활동에 큰 타격을 받았고 지금까지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4월 10일 방송된 MBC 부부상담 프로그램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아래 결혼 지옥) '내가 당신을 키운다-어부바 부부' 편에서는 개그맨 김경진과 모델 전수민 부부가 출연하여 고민을 상담했다. 김경진은 여기서 다시 한번 11년 전의 몰래카메라 사건을 언급하여 눈길을 끌었다.
 
결혼 3년 차인 김경진-전수민 부부는 2세 계획과 경제관념 문제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부부는 서로가 서로를 향하여 부부가 아닌 아들과 딸을 키우는 것 같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사연을 신청한 아내 전수민은 그동안 부부가 함께 출연했던 다른 방송과는 달리, 이번에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출연을 의뢰했다고 고백했다.
 
반면 김경진은 <결혼 지옥> 출연을 정작 그리 반기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김경진은 그 이유로 11년 전 '몰래카메라' 사건에 대한 트라우마를 털어놨다. 김경진은 당시 제작진의 요청으로 몰카임을 알면서 과장된 연기를 했는데, '악마의 편집'으로 이미지가 크게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그때 이후 지금까지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김경진은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몇 년이 지나도 악플이 게속되면서 '내가 진짜 쓰레기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밝히며 <결혼 지옥> 출연이 미칠 반응에 대해서도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대출까지 받아 아내 모르게 돈 빌려준 김경진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부부의 일상이 공개됐다. 전수민은 홀로 요리-청소 등 살림을 도맡아 하는 것은 물론이고 느지막히 잠에서 깬 남편의 머리감기까지 도와주는 똑순이의 면모를 보였다. 전수민은 "남편이 7살 연상이다. 밥 차려줘야 하고 스케줄이나 옷까지 항상 제가 챙겨줘야 한다. 나이차가 반대가 된 것 같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전수민은 게으른 남편에 대한 불만에도, 되도록 잔소리를 하지 않고 참고 알아서 해주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전했다.
 
부부는 자녀 계획을 두고 입장이 엇갈렸다. 전수민은 올해 기필코 아이를 만들자는 의지가 강했지만 김경진은 왠지 소극적인 반응으로 일관했다. 함께 산부인과를 찾아 상담을 받은 부부는, 건강한 전소민과 달리 김경진은 좀더 관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김경진은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아빠가 되는 건 부담이 된다"는 속내를 비로소 밝혔다. 김경진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 같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경제적인 뒷바라지를 해줄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라며 2세 만들기에 소극적인 이유를 고백했다.
 
전수민의 또다른 불만은 남편이 자신 몰래 지인들에게 수시로 돈을 빌려주는 일이 잦다는 것이었다. "왜 나한테 말을 안 했냐"고 묻는 전수민에게 김경진은 "솔직히 이야기하면 못 빌려주게 할까봐"라고 답했다.

김경진은 주변의 금전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 했고 사기를 당한 일도 있었다. 전수민은 "당신은 친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여보를 이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경진은 "걔도 힘들고 급해서 나한테 이야기한 거다",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빌려준 것"이라고 돈을 빌려간 사람들을 변호하거나 변명으로 일관했다.
 
전소민은 "남편은 저한테 이야기를 잘 공유 안 한다. 항상 남을 통하여 나중에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서운해하며 "아내인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지?"라고 궁금해했다.
 
김경진은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도 받지 않고, 심지어는 결혼 후에도 아내 모르게 대출까지 받아서 빌려준 사실이 있다는 게 드러났다. 김경진은 가수인 지인이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돈을 빌려간 이후 연락이 끊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응수는 "상식 이하의 돈거래를 하고 있다"며 일침을 놨다.
 
오은영은 "김경진은 돈을 빌려주는 은행도, 사채업자도 아니다. 그런데 왜 본인이 돈을 빌려주려고 하냐"고 꼬집으며 "단지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해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김경진이 돈을 쉽게 빌려주는 데는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김경진은 안정적인 수입을 위하여 파스타 식당을 운영중이었다. 하지만 가게는 매출에 비하여 정작 손에 남는 이익은 별로 없고 전기-가스요금조차 미납 독촉에 시달리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전수민도 쉬는 날에 나와서 일을 도왔지만, 김경진은 한창 바쁜 시간에 아내의 잦은 실수와 늦은 일처리에 만족하지 못 하고 답답해했다. 예민해진 김경진은 "아내는 항상 해맑다. 고민을 이야기해도 그냥 '잘될 거야'라고만 이야기한다. 나만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공연히 잔소리를 하게 된다"고 스트레스를 털어놨다.
 
점심시간에 가볍게 시작된 부부의 대화는 어느새 고성이 오가는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이에 김경진은 결국 "그럴 거면 나오지 마라"고 응수했다. 전수민은 화를 냈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짜증내는 남편에게 먼저 화해를 제안하며 대인배의 면모를 드러냈다.

김응수는 "가게 나와서 집으로 돌아갔을 아내의 모습이 안 봐도 눈에 선하다. 시간을 내서 힘든 남편을 도와주러 갔는데 나오지 말라는 소리를 들으니, 돌아가면서 얼마나 눈물이 났겠냐"며 전수민의 입장에 공감하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전수민은 "나오지 말라는 말이 너무 서운했다. 힘들어도 함께했으면 좋겠는데, 나한테 선을 긋는 기분"이라고 고백했다. 김경진은 "배려로 집에서 쉬라는 뜻이었다"고 해명하며 "감정이 격해져서 말한 것일뿐, 사실은 너무 고맙다"라고 아내에 대한 감사함을 전했다.
 
지켜보던 오은영은 "혹시 아내가 경제적인 고통에서 발을 빼는 것 같은 기분도 드시냐"고 예리한 질문을 던졌다. 김경진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매출이 전쟁인데, 아내가 나의 힘든 마음을 몰라주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고백했다. 반면 패널들은 "아내의 저런 긍정적인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 오히려 큰 힘이 될 것 같은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수민은 "좋게 웃으면서 긍정으로 힘듦을 극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인드를 드러냈다.
 
오은영 "김경진이 돈 빌려주는 이유 이제 알겠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남편 김경진을 이해하는 키워드 세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김경진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몰래카메라, 비호감 캐릭터 등), 둘째는 김경진이 현재 처해있는 상황속에서 감정을 자극하게 되는 부분들(경제적인 어려움). 세 번째는 김경진이 속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었다.
 
부부는 저녁에 다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 전수민을 향하여 김경진은 "나를 억압하는 느낌"이라는 뜻밖의 속내를 털어놨다. 솔로 시절에는 일이 없어도 걱정이 없었다는 김경진은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생긴 책임감과 부담감을 털어놨다. 김경진은 아내의 조곤조곤 거듭된 질문에 점점 짜증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미래의 희망을 이야기하려는 아내와, 현실의 어려움에 민감한 남편은 각자 대화의 포인트가 맞지 않아 서로를 답답해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김경진은 화제가 수입 문제로 옮겨가자 전수민이 "경제적인 부분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듯이 느껴진다"고 발끈했다. 전수민은 차분함을 잃지 않고 "난 여보를 무시한 적 없고 오히려 존중한다"라고 해명했다. 김경진은 급기야 감정이 울컥해지며 눈물을 보였다. 아내도 그런 남편을 위로하다가 함께 눈물을 쏟아냈다. 김경진은 "제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무섭다, 두렵다'는 말을 하면 책임감이 떨어져 보일까봐 말을 잘 안 하려고 한다"며 속마음을 감춘 이유를 밝혔다.
 
전수민은 남편과 달리 힘든 일도 좋은 일도 함께해야 행복을 느낀다는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그런데 오은영은 "전수민은 희노애락을 나눠야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데 희와 락은 잘 나누는데, 노와 애를 듣는 것을 힘들어하면 나누는 것이 제한되지 않을까?"라는 의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심리검사에서 전수민은 부부간의 모든 문제나 사소한 갈등까지도 항상 부인하거나 긍정적으로만 해석하려는 '방어적' 성향이 강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오은영은 "지나치게 긍정적인 면은, 당연한 불안도 오히려 회피하게 만드는 방어적 기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경진이 가장 심리적으로 예민하고 타격을 받는 부분은 경제적인 문제였다. IMF 시기에 어린 시절을 보낸 김경진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했다. 김경진은 개그맨 초창기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내려가고 싶어도 돌아갈 차비조차 없었던 상황에서 비참함을 느꼈던 일화를 고백했다.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의 한 장면. ⓒ MBC

 
오은영은 "김경진이 돈을 빌려주는 이유를 이제 알겠다"고 분석하며 "어려운 시절을 겪었기 때문에 공감하는 마음도 일부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빌려줄 돈이 없다면 내가 경제적으로 유능하지 않은 상태라고 느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리검사에서 김경진은 우울감이 높고 고민과 스트레스로 인하여 비관적인 생각을 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오은영은 김경진의 성장환경을 분석하며 "집안에서 장손이고 귀한 아들로 자라오면서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오다보니 본인은 항상 '그런 사람'이어만 했다"라고 진단했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자아상이 팽창되는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아져 구차한 상황을 견딜 수가 없는 것"이라고 김경진의 심리를 분석했다.
 
오은영은 김경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몰래카메라 사건'과 악플을 언급하며 "김경진은 창피한 일을 못 견디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경진은 "저 혼자만 생각하고 거기 빠져 가지고 상상의 나래를 펼친 것 같다"고 수긍했다. 이에 김응수는 "남이 버린 쓰레기는 안 받으면 된다. 받으면 내가 쓰레기통이 된다"고 조언했다.
 
오은영은 "열심히 살아도 체면이 구겨질 일은 많이 생긴다. 인생이란 내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뿐"이라면서 "쪽팔리는 일을 너무 두려워하지 마시라. 삶에서는 빼기가 필요한데, 김경진은 체면을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하는 '악플 선배'로서 "불안하면 항상 거리로 나갔다. 나한테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없다. 고작 몇몇 사람 때문에 그들의 시선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살다보면 아무 것도 못한다"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했다. 김경진은 몰카 사건에 대해서 다시 한번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열심히 연기를 하다보니 본의아니게 진짜처럼 방송이 나갔다. 그걸로 오해하신 것 같은데 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다. 여러분들과 소통하고 싶다. 예쁘게 봐달라."
 

한편 부부간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에서 김경진 개인의 '몰카' 사건을 해명하는 데 솔루션의 초점이 옮겨간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부부간 갈등의 원인이 된 금전 문제와는 별개의 영역에 가까웠다. 또한 일반인이 아닌 연예인 커플인 김경진 부부는 이미 이전에도 여러 부부 동반 출연 방송에 등장하여 비슷한 주제로 크고 작은 갈등을 털어놓은 바 있다. 출연자의 진정성과 섭외의 공감대 문제에 있어서도 아쉬움을 남긴 대목이다.
 
오은영은 부부를 위하여 "아내는 긍정은 유지하되 대책없는 회피는 '뺄셈'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고, 부부 공통으로는 "경제적인 부분에서 있어서는 부부가 함께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덧셈'을, 가게 운영 부분에 있어서는 각자 감당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의논하는 나누기를 해야 한다"는 솔루션을 전했다. 부부는 손을 잡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히 인정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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