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에 대한 이념 공세, 이제는 그만 합시다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75회 4.3 희생자 추념식에 다녀와서

등록 2023.04.04 13:58수정 2023.04.0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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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75주년 추념식 제주4.3평화공원에 4.3 75주년을 맞아 15,000명 정도의 제주도민 등이 모여 추념식을 거행했다. ⓒ 김광철


4월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는 75회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렸다. 이곳에는 4.3 피해자 유가족과 제주 도민, 오영훈 지사, 한덕수 국무총리 등 1만5000여 명이 모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날 제주4.3평화공원 대회의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한편 행사장 입구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등이 도열하여 행사장에 입장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모일 수가 없었는데, 몇 년 만에 모인 행사라서 그런지 특별히 참석한 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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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지사 오영훈 제주지사는 추념사에서 제주특별법의 세부적인 보완의 필요성을 말하기도 하였다. ⓒ 김광철

 
이날 추념식 경과보고 시간에는 <순이 삼촌>이라는 소설을 써서 제주 4.3을 세상에 알렸다가 정보 기관에 끌려가 고문을 받기도 했던, 백발이 성성한 현기영 작가가 학생들과 함께 연단에 올라 참석자들을 뭉클하게 하기도 했다. 김창범 4.3희생자 유족회 회장은 추념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제주 4.3은 기나긴 질곡의 세월 속에서도 그 진실을 밝히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있었고, 대한민국의 역사로 바로 세우기 위한 애끓는 외침도 있었습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과 보상이라는 가족관계특례조항을 담은 4.3 특별법 제정과 4.3 기록물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국립 트라우마 치유센터 설치에도 정부와 정치권은 따뜻한 관심을 가져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랍니다.

제주 4.3은 진보와 보수 진영의 역사가 아니라 인권유린에 관한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입니다. 이제는 4.3에 대한 이념적 공세에 종지부를 찍고 진정한 대화합의 시대로 향해 가는 데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우리 유족들은 화해와 상생의 바탕 위에서 서로 아픔을 보듬고 치유하며 평화와 인권을 이루어낼 수 있는 따뜻한 국가를 꿈꾸고 있습니다. 제주 4.3의 정의로운 해결을 통하여 제주 공동체를 넘어 다시는 대한민국의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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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한덕수 국무총리가 추념식에 참석하여 윤석열 대통령의 추념사를 대독하고 있다. ⓒ 김광철

 
윤석열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가 대독한 추념사에서 "정부는 4·3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생존 희생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잊지 않고 보듬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무고한 4·3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그 유가족들의 아픔을 국민과 함께 어루만지는 일은 자유와 인권을 지향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당연한 의무다. 희생자와 유가족을 진정으로 예우하는 길은 자유와 인권이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고 이곳 제주가 보편적 가치, 자유민주주의 정신을 바탕으로 더 큰 번영을 이루는 것이다. 그 책임이 저와 정부, 그리고 우리 국민에게 있다."

그러면서 제주를 자연, 문화, 그리고 역사와 함께하는 격조 있는 문화 관광 지역, 청정 자연과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대한민국의 보석 같은 곳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제주 4.3 희생자의 수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아직도 계속 신고를 받고 있는 중인데, 3만여 명에 이른다는 추정이 있다. 4.3 당시 30만 제주도민의 10%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해방 이후 6.25 다음으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은 무차별적인 학살이 전개되었다. 제주4.3평화공원에 가면 제주의 각 마을별로 희생자들의 명단이 새겨져 있다. 기자의 막내삼촌도 거기에 이름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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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자 표석들 4.3 기간 동안 행방불명이 된 희생자들 4000여 명의 표석이 새겨 세워진 곳이다. 기자의 막내삼촌의 이름 석 자도 새겨져 있다. ⓒ 김광철

 
막내삼촌은 당시 18세의 나이로 제주농업학교 학생이었다. 대학 시험을 치르고 고향으로 돌아오다가 목포항에서 경찰에 잡혀가 행방불명되었다. 추모관 뒤편에 가면 시신을 찾지 못하는 4.3 행방불명자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표석들을 모아놓은 공간이 있다. 


이날 추념식장에서는 여러 친구들과 일가 친척들도 만날 수 있었다. 그 친구들과 함께 희생자 명단이 새겨진 돌비석에서 명단을 확인하며 희생 당시의 상황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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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희생자 이름들과 그 유족들 기자의 학교 동창들이자 친구들을 희생자 이름들이 새겨진 비석 앞에서 희생 당시의 그 날을 회고하며 추모하고 있다. ⓒ 김광철

 
제네바 협정은 전시에서도 민간인에 대해서 ▲고의적인 살인 ▲고문 등 비인간적 행위 ▲고의적인 괴롭힘이나 신체 상해 ▲군사적 목적으로 정당화될 수 없는 대량 파괴와 약탈 등을 금하도록 규정했다. 인권보호를 위해 재판에 의하지 않은 판결 및 형의 집행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명시했지만 4.3 당시에 제대로 된 법적 절차를 거쳐 처형된 사례는 많지 않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법원과 검찰이 당시 판결 등을 무죄로 인정하는 재심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4.3 관련 고령자들이 당시 재판 결과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여 재판을 진행한 결과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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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의 상징인 동백꽃 제주 4.3 때 동백꽃 떨어지듯이 죽어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하여 제주4.3평화공원에는 많은 동백나무들이 심어져 있다. ⓒ 김광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제주 4.3을 이념적으로 몰아가려는 극우 정당과 시민단체들이 있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태영호 의원은 제주 4·3은 김일성의 지령에 의한 공산폭동이라고 거듭 주장하여 많은 국민들의 비난을 받았다.

제주 4.3 진상규명을 하는 과정과 관련 자료들에서 김일성과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이미 밝혀진 바 있다. 광주 5.18과 같이 제주 4.3 특별법을 보완하여 근거없이 이념공세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주 도민들이 목소리도 높다.

4.3 75주년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 인근 도로에는 대부분 4.3을 추모하는 내용의 현수막들이 내걸렸는데, 서북청년단이라는 단체와 우리공화당 등 극우 정당들이 4.3을 남로당의 소행이라는 등 이념 공세로 몰아가는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제주도와 서귀포시 등에서는 이런 현수막들을 4.3 특별법에 근거하여 강제 철거했다.
#제주 4.3 #4.3특별법의 보완 필요 #유네스코 기록물 등재 해야 #극우 세력의 이념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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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초등위원장, 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회장을 거쳐 현재 초록교육연대 공돋대표를 9년째 해 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혁신학교인 서울신은초등학교에서 교사, 어린이, 학부모 초록동아리를 조직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미래, 초록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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