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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연패-에이스 부상... 날기 힘든 독수리 한화

올해도 출발부터 험난... 불명예 진기록 속출도 선수단에 부담

23.04.03 13:47최종업데이트23.04.03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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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사표 던지는 수베로 한화 감독 프로야구 42번째 시즌 개막을 이틀 앞둔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이 시즌을 맞이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3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던 '독수리군단'이 올해도 출발부터 험난하다.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개막 2연전을 모두 끝내기로 내주는 수모를 당하며 연패에 빠졌다.
 
한화는 지난 주말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개막 2연전에서 2경기 연속 1점 차 패배를 당했다. 1일에는 연장접전 끝에 10회말 키움 이형종에게 끝내기 안타를 허용하며 2-3으로 패했다. 2일에는 9회말 안타 2개와 볼넷으로 허용한 무사 만루 찬스에서 김휘집에게 밀어내기 볼넷으로 결승 타점까지 헌납하며 또다시 6-7로 석패했다.
 
한화는 KBO리그에서 '꼴찌의 대명사'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암흑기가 시작된 2008년부터 지난 2022년까지 최근 15시즌 동안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은 단 한 번(2018년) 뿐이었고, 최하위를 기록한 것만 무려 8번이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는 다시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또한 40년 역사의 KBO리그 역사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최다꼴찌(이상 9회) 타이기록을 보유중인 한화는, 만일 올시즌도 꼴찌를 한다면 대망의 단독 1위는 물론이고 사상 첫 두 자릿수 꼴찌라는 불명예 신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계약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한화에게 올시즌 탈꼴찌와 반등이 더 절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화는 2023시즌을 앞두고 모처럼 적지 않은 투자를 단행했다. 타선 보강을 위하여 채은성을 영입하는 데 6년 90억을 투자한 것을 비롯하여 이태양, 이명기, 오선진 등을 FA와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는 지난 시즌 중 대체 선수로 합류한 펠릭스 페냐와 재계약하고 투수 버치 스미스,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를 새롭게 영입했다. 세대교체와 리빌딩의 주축으로 꾸준히 공들여 키운 노시환과 정은원도 그동안 1군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는 평가다.
 
시범경기 '깜짝 돌풍' 일으켰지만, 뚜껑 열자...

한화는 2023 KBO리그 시범경기에서 한화는 9승 1무 3패(.750)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깜짝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시범경기 팀 타율이 .282로 1위, 홈런 9개로 공동 2위에 올라 달라진 타선의 힘이 돋보였다. 투수력도 올해는 가용자원이 지난 시즌도 풍부해지면서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막상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화의 전력을 하위권으로 전망했다. 그리고 뚜껑을 열자 역시 시범경기와 실전은 다른 무대였다.
 
시작부터 악재를 만났다. 1선발 역할을 했던 버치 스미스가 개막전에서 3회를 채우지 못하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2⅔이닝 3피안타 1사구 2탈삼진 2실점의 성적을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화는 스미스의 갑작스러운 이탈로 개막전부터 무려 8명의 투수를 투입하는 소모전을 펼치고도 경기를 놓치며 타격이 배가 됐다.
 
공교롭게도 한화는 지난해 닉 킹험, 라이언 카펜터가 부상으로 중도 하차한 데 이어 대체 선수로 가세한 펠릭스 페냐, 예프리 라미레즈도 부상을 당하며 시즌 막바지에는 국내 선수들을 마운드를 운용해야 했던 아픈 경험이 있다. 올해도 개막전부터 1선발이 부상을 당했으니 이 정도면 지독한 징크스라고 할 만하다.
 
외국인 타자인 오그레디의 부진도 불안감을 자아낸다. 오그레디는 시범경기에 이어 지난 개막 2연전에서도 타점없이 9타수 1안타, 삼진 3개에 그쳤다. 1일 개막전에선 1회 행운이 따른 투수쪽 내야안타를 때린 뒤로는 안타도 타점도 없다.

한화가 추격의 흐름마다 오그레디의 타순에서 맥이 끊기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범타도 내야를 벗어난 타구가 없었다. 애초에 장타력 원툴만 보고 영입한 선수인데 문제는 컨택트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 팀 전력의 1/3 이상을 차지한다는 외국인 선수 농사가 받쳐주지 않는다면 한화의 2023시즌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불명예 기록이 자꾸 속출한다는 것 역시 선수단에 부담이 될 만하다. 한화의 베테랑 불펜투수 장시환은 1일 키움전 패배로 KBO리그 개인 최다연패인 19연패 신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기록은 심수창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이 지난 2009년 6월 26일 인천 SK전부터 2011년 8월 3일 대구 삼성전까지 기록한 18연패였다.

장시환은 2020년 9월 27일 NC전부터 지난해 9월 22일 인천 SSG전에서 18연패 타이 기록을 수립했고, 2023시즌 개막전부터 연패 숫자를 하나 더 추가하며 12년 만에 심수창의 기록을 역사속으로 밀어냈다.
 
또한 한화는 유일무이하게 개막 끝내기 시리즈의 희생양 전문이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수립했다. KBO리그 역사상 개막 2연전에서 한 팀이 연속 끝내기 승리를 거둔 것은 총 3번이다. 2013년 롯데, 2016년 LG에 이어 올해 키움까지. 그런데 승리팀은 달랐어도 공교롭게 패전을 당한 것은 모두 한화였다. 이쯤되면 '불명예의 전당'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그래도 나름 희망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시환은 시범경기(12경기 타율 4할 7푼 1리 34타수 16안타 5홈런 8타점 OPS 1.485)의 상승세를 이어가듯, 개막 2연전에서도 2경기 타율 6할(10타수 6안타) OPS 1.500로 맹활약했다. 채은성은 개막전에서 무안타에 그쳤지만 2일 2차전에서는 4번타자로 나서서 3안타 3타점으로 분전하며 몸값에 어울리는 활약을 선보였다.
 
외국인 선수 전력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도 국내 선수들의 힘만으로 키움과 2연속 접전을 펼친 것은 지난해와는 달라진 뒷심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투수력도 이태양의 복귀와 '영건' 문동주-김서현까지 합류한다면 더 발전할 수 있는 요소는 남아있다.
 
수베로 감독은 "야구에서는 항상 다양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2년간 젊은 선수들이 성장했고 투수력이 더 두터워졌다"며 팀의 전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올해도 개막 2연패는 아쉽지만 한화에게는 아직 142경기가 남아있다. 아직 섣불리 비관하기에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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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이글스 노시환 장시환 19연패 오그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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