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대표팀 막내서 주장으로' 김현수의 아쉬운 새드엔딩

[2023 WBC] '열 번째 국제대회' 김현수, 무거운 마음으로 태극마크 내려놓아

23.03.14 09:25최종업데이트23.03.14 09:25
원고료로 응원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체코와 한국의 경기. 6회말 1사 상황에서 한국 김현수가 안타를 친 뒤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2023.3.12 ⓒ 연합뉴스

 
'타격기계'라는 별명을 얻을 만큼 정교한 타격을 선보인 20대 초반의 청년이 있었다. 대표팀 막내로 첫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쟁쟁한 선배들과 함께 타선의 한 축을 맡았고, '9전 전승 금메달'에 크게 기여했다.

단숨에 리그를 대표하는 타자로 거듭나면서 국제대회가 열릴 때면 늘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미국 무대 진출로 잠시 자리를 비웠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대회에 참가했다. 사실상 '개근'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베이징 올림픽을 포함해 올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참가한 국제대회만 무려 10개나 된다. 고참급 위치가 된 이후에는 주장 완장까지 찼다. 그 누구보다도 '국가대표'에 대한 담긴 의미를 잘 알고 있는 김현수(LG 트윈스)가 그 주인공이다.

그랬던 그가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뛰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오후 야구대표팀의 본선 1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중국전이 끝난 이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서 취재진을 만난 '대표팀 주장' 김현수는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했다.

그는 "선수들이 준비한 만큼 실력을 발휘하지 못해서 아쉽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마지막인 것 같다. 주장으로서 부족함이 있지 않았나 싶다. 제가 좀 부족한 탓에 선수들을 이끌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줘서 후배들에게 고맙다. 코리아 유니폼을 입는 건 끝난 것 같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가 본인의 마지막 국제대회였다.

15년 동안 김현수 빠진 대표팀 타선은 상상할 수 없었다

평소 리그를 챙겨보지 않아도 대표팀 경기만 봤던 이들도 다 알 정도로 김현수의 존재감이 빛났다. 첫 국제대회인 베이징 올림픽에서 27타수 10안타 타율 0.370 4타점으로 활약, 특히 예선에서 일본을 상대로 결승타를 때린 장면은 지금까지도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김현수의 활약은 올림픽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듬해 WBC(28타수 11안타 타율 0.393 4타점),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18타수 10안타 타율 0.556 5타점)까지 상승세가 이어졌다. 국내 리그에서 '단기전'에 약했던 반면 국제대회서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3년 WBC서 부침을 겪기도 했으나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5년 프리미어12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대표팀이 초대 우승의 주인공이 된 프리미어12에서는 대회 MVP까지 선정돼 기쁨이 두 배였다.

국내 무대로 돌아오고 나서도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년 프리미어12에 출전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2018년부터는 대표팀 주장까지 맡아 책임감이 더 커지기도 했다.

더구나 2018년 아시안게임을 기점으로 세대교체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분위기였다.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져갔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현수는 올해 WBC까지 묵묵하게 후배들을 이끌었다. 선수들도, 팬들도 그가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원치 않았던 '새드엔딩'이 현실로

2년 전 올림픽 '노메달'의 아쉬움을 털고자 했던 김현수는 그 어떤 대회보다도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WBC를 준비했다. 더 나아가서 올림픽과 다른 결말을 맞이하길 바랐다. 대표팀의 목표는 4강 진출, 미국행이었다.

김현수와 대표팀의 바람은 단 첫 경기 만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이정후, 박병호와 중심타선을 책임진 김현수는 1차전 호주전에서 3타수 무안타 1타점 1볼넷을 기록했다. 팀이 3점 차로 지고 있던 8회말 무사 만루서 1루 땅볼로 한 명의 주자를 불러들인 것이 가장 아쉬웠다.

이튿날 한일전에서도 4타수 무안타에 그친 김현수는 12일 체코전에서 8번타자로 타순이 조정됐다. 마침내 개막 이후 자신의 첫 안타를 때려냈는데,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7회초 1사 1, 2루서 마테이 멘시크의 타구에 다이빙캐치를 시도하다가 포구에 실패했다. 공이 뒤로 빠진 사이에 두 명의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왔다.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김현수는 곧바로 최지훈과 교체됐다. 이튿날 중국전에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을 뿐만 아니라 교체로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결국 그 불안한 수비가 대표팀 커리어의 마지막 장면으로 남았다. 또 '새드엔딩'이었다.

김현수의 국가대표 은퇴로 대표팀 외야진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실 외야진뿐만 아니라 대표팀 전체가 풀어야 할 문제다. 최지훈 등 몇몇 선수가 새롭게 대표팀에 발탁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표팀 경력이 있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의 공백을 최소화하려면 지금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WBC 월드베이스볼클래식 김현수 야구대표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