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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판 르브론 꿈꾸는 라건아, '불멸의 기록' 좌우할 변수

[KBL] 전주 KCC 라건아, 22점 15리바운드 대활약

23.02.24 16:31최종업데이트23.02.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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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KCC의 라건아가 또다시 프로농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롭게 썼다. 라건아는 23일 전주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홈 경기에서 22점 15리바운드로 활약하며 팀의 73-68 승리와 4연패 탈출을 이끌었다.
 
이날 경기가 더 큰 의미가 있었던 것은 라건아가 KBL 역사상 최초로 '6000 리바운드'라는 대 기록을 돌파했다는 데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5994개의 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던 라건아는2쿼터 종료 54초를 남기고 팀동료 이승현의 점퍼가 빗나가자 공격 리바운드를 잡아내며 이날의 개인 6번째이자 대망의 통산 6천 리바운드를 완성했다.
 
라건아는 후반에도 9개의 리바운드를 추가하며 자신의 역대 기록을 6009개까지 늘렸다. 종전 기록 보유자로 5235개를 기록한 역대 2위 서장훈(은퇴)과의 격차는 774개로 벌어졌다.
 
라건아는 2012년 당시 리카르도 라틀리프라는 이름의 외국인 선수 신분으로 KBL 무대를 처음 밟은 이래 울산 현대모비스, 서울 삼성을 거쳐 현재 전주 KCC에서 활약하며 KBL에서 4회 우승을 달성하는 등 명실상부한 리그 최고의 빅맨으로 성장했다.
 
KBL에서 그동안 득점과 리바운드 기록은 서장훈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라건아는 영원할 것만 같았던 서장훈의 리바운드 기록을 10년도 안 되어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라건아가 국내에서 몇 년 더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면 최대 7천 리바운드 고지도 가능할 전망이다.

당분간 라건아의 리바운드 기록을 추월하는 선수가 KBL에서 나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26년 역사의 KBL에서 5천 리바운드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라건아와 서장훈, 두 명뿐이며, 4천 리바운드로 범위를 확정해도 서장훈(5235개), 애런 헤인즈(4442개), 김주성(4425개)까지 대부분 은퇴 선수들이다. 현역으로는 서울 SK의 외국인 선수 리온 윌리엄스가 유일하게 4천리바운드를 넘겼지만 벌써 30대 중반을 넘긴 노장이고 비주전급이라 앞으로 라건아의 누적 기록을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보인다.
 
또한 라건아는 서장훈의 정규시즌 최다 1만 3231점 기록도 경신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로 꼽힌다. 최근 NBA에서는 르브론 제임스(39·LA레이커스)가 카림 압둘 자바의 통산 3만 8387점을 뛰어 넘어 NBA 역대 최다 득점 신기록을 달성하며 화제가 된 바 있다. 지금도 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제임스는 NBA 사상 최초의 4만 득점을 비롯하여 1만 리바운드-어시스트 동시 달성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라건아는 현재 통산 1만 335점을 기록 중이다. KBL 역대 다섯 번째로 1만 득점 고지를 돌파했고, 서장훈(13231득점), 애런 헤인즈(10878득점)에 이어 통산 3위까지 올랐다. 김주성(10288득점), 추승균(10019득점)까지 1만 득점을 넘긴 선수들은 라건아를 제외하고 모두 은퇴했다.
 
선두 서장훈과는 2896점 차이로 앞으로 라건아가 2-3시즌 정도 더 KBL에서 선수생활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라건아가 만일 서장훈의 득점 기록마저 뛰어넘는다면 1만 득점-6천 리바운드 이상 동시 달성은 앞으로도 한국농구에서 깨지기 어려운 불멸의 기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야말로 'KBL판 르브론'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한 업적이다.
 
KBL은 여전히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이 높다. 전성기 서장훈은 20점-10리바운드를 매시즌 꾸준히 기록할 수 있는 유일한 국내 선수였다. 하지만 이후로는 서장훈만큼의 공격력과 리방운드 능력을 겸비한 국내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의 토종 빅맨은 엘리트급이라고 해도 시즌 평균 15점 내외에 6-7개의 평균 리바운드를 잡아내는 선수도 드물다. 1만득점을 넘긴 김주성이나 추승균도 꾸준함으로 누적에서 빛난 선수들이었다.
 
KBL의 외국인 빅맨들은 팀 득점과 리바운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기에 단기간에 기록을 쌓는 데는 유리하다. 다만 귀화한 라건아나 애런 헤인즈같은 특수한 사례가 아니면, 여러 리그를 돌아다니는 사정상 수년간 한 리그에서 머무는 경우가 드물기에 꾸준한 누적 기록에서는 불리하다는 약점이 있다.
 
한편으로 라건아가 이처럼 엄청난 누적 기록을 쌓을수 있었던 데는 본인의 꾸준한 기량과 자기관리도 있지만, 역시 한국 귀화도 크게 작용됐다. 라건아는 2018년에 체육 분야 우수 인재로 한국 국적을 취득하는 데 성공했고 태극마크까지 달게 됐다. 경쟁이 치열한 외국인 선수 자리에서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KBL에서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 활약할 수 있었던 이유다.
 
라건아의 기록 행진을 막을 변수는 오직 세월과 신분이다. 라건아는 벌써 만 34세가 되었고, 한국국적을 취득해 국가대표까지 오랜 시간 뛰었지만 KBL은 리그 내에서 아직까지 그에게 '제한적인 외국인 선수' 신분을 적용하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라건아에게 국내선수 신분을 적용할지 다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라건아가 다소 노쇠했어도 아직까지는 좋은 기량을 유지하고 있기에 국내선수 신분적용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라건아의 상대팀들이 리그 전력 형평성을 근거로 불만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KBL은 아직 라건아의 향후 신분 해석에 대하여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국내 선수 기준으로 라건아의 기량은 여전히 톱클래스지만, 외국인 선수 기준이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만일 라건아가 외국인 선수 신분을 계속 적용받는다면, 향후 기량 하락세에 따라 다른 구단들의 부름을 받지 못해 KBL에서 뛰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KBL의 판단에 따라 올시즌 이후 라건아의 운명은 물론, 향후 리그 기록의 역사가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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