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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너무 셌나" 조진웅의 고민이 유독 깊었던 까닭

[인터뷰] 영화 <대외비> 속 해웅 역 맡은 조진웅

23.02.24 16:38최종업데이트23.02.2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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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대외비>에서 부산 지역 국회의원 후보 해웅을 연기한 배우 조진웅.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이번엔 만년 국회의원 후보였다. 지난해엔 경찰로(<경관의 피>, 그 직전엔 검사(<블랙머니>)로 관객과 만났던 조진웅이 권력과 야망에 눈이 멀게 되는 부산 지역 정치인이 됐다. 영화 <대외비>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모처에서 만난 그는 "정말 굉장한 에너지를 쏟았던 작품"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작품은 각 캐릭터의 기싸움과 수싸움이 중심이었다. 만년 국회의원 후보 해웅(조진웅)이 지역 실세 순태(이성민)가 세운 정치 신인에게 공천에서 밀린 뒤 모종의 복수 내지는 본격적인 야욕을 드러내는 과정이 영화의 주요 플롯이다. 열정적인 한 기성 정치인이 부패해 가는 모습에서 현실 세계의 이면을 제법 강하게 꼬집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이성민과의 찰떡 호흡
 
"막상 극장에서 보고 나니 이 영화가 (현실을) 너무 세게 꼬집었나 싶기도 했다. 연기하면서도 진짜 고민 많았다. 해웅이 이렇게 하는 게 맞나? 그걸 넘어서 지금 연기하는 내가 무슨 생각을 담아내야 하지? 거기까지 갔다. 크고 작은 고민이 쌓였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방귀 뀐 놈이 성 낸다고 잘못을 하나씩 저지르면서도 막 폭주하는 해웅은 제게 많은 질문을 던지게 한 캐릭터였다."
 
지역 주민 목소리를 듣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도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해웅을 두고 뚝심 있는 캐릭터로 생각하기 십상이다. 주인공이기에 감정 이입을 하려다가도 영화 초중반부터 각종 권모술수에 눈뜨는 모습에선 멈칫하게 되기도 한다. 그만큼 영화는 악인들의 향연이라 할 수 있겠다. 이원태 감독의 전작 <악인전> 등을 떠올리면 이런 설정이 납득할 수도 있겠지만 주연 배우 입장에선 분명 복잡한 소화 과정이 필요해 보였다.
 
"실제 저였다면 그냥 국회의원을 포기하거나 일찌감치 (권력자에게) 수그리고 갔을 텐데 해웅은 가장 험난한 길을 택한 것 같았다. 우리가 아는 주변 정치인들 얘기가 꽤 있잖나. 정의로운 척하는 해웅을 보면서 제 스스로에게도 물어봤다. 살면서 밖에서든 가정에서든 내 양심을 배신한 경우는 없었는지. 이 영화는 왜 하필 정치인을 내세웠을까. 결말 이후 해웅은 어떻게 살았을까 등을 떠올리고 있더라."
 
조진웅의 결론은 <대외비>는 어떤 정치 공학이나 정치인을 다루는 게 아닌 사람이 변모하는 과정을 드러내는 작품이라는 것이었다. "해웅이 악마에게 영혼을 내어주는 과정, 권력 앞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짜여 있었다"라며 그는 "저도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 수많은 선택 앞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했는지 자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말했다.
 
"영화에서 해웅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나오진 않지만 순태에게 '내가 몇 년을 당신 똥을 닦아줬는데'라고 하는 대목에서 맥락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런 식으로 해웅을 견제하게 된 신인 정치인도 탄생했을 것이다. 해웅은 팽을 당한 거지. 성민 선배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작품도 했고 인연이 있으니 현장에서 대사 몇 마디 맞춰보고 바로 에너지를 주고받는 식으로 갔다.
 
각 캐릭터의 에너지를 서로 잘 아는 상태지 않나. 순태도 해웅을 잘 알지만 해웅 또한 순태를 잘 안다. 그래서 정치신인 박용식 변호사는 공천받자마자 순태에게 무릎 꿇지만 해웅은 반기를 든 거지. 왜, 아들이 아버지에게 대들 수 있는 것도 그만큼 아버지를 잘 아니까 가능한 거잖나."

  

영화 <대외비> 관련 이미지.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수상했던 1992년
 
부산이라는 공간과 함께 1992년이라는 시대 배경도 중요했다. 3당 합당으로 탄생한 거대 여당이 당시 총선에서 무난하게 이길 것이라는 관측이었으나 공천 과정에서의 잡음, 부정 선거 논란 등이 불거지며 혼란 양상을 보였다.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조진웅에게 현실의 공기와 영화적 설정 관련 감흥을 물었다.
 
"전 어렸을 때라 오히려 학교에 불만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땐 이거 하지마라 저거 하지마라 그런 통제가 참 싫었다. 1992년 이야기는 이성민 형에게 많이 들었지. 영화 촬영 때도 느꼈는데 그 당시는 말도 안 되는 선동이 나오고 사람들도 막 휘둘리던 공기가 있었다. TV에선 부정 선거를 근절하자는 방송이 많았는데 정작 현실은 엉망진창이었지.
 
잘은 모르지만 아주 시끄러웠던 때였다. 항상 아버지가 TV를 보며 '금마는 안돼!' 이러며 담배를 태우시던 모습이 기억난다. 제가 그 무렵 자카르타에 갔었거든. 원래 미국에 가서 아예 한국에 안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미성년자고 군대 미필이라 비자가 안 나온다더라. 온갖 통제가 있는 한국의 학교를 떠나고 싶었던 것 같다. 일단 처음으로 해외에 나간다는 차원에서 당시 가락시장에서 아르바이트 한 돈을 모아 작은 아버지가 살고 있는 자카르타에 갔다. 타지에 사시는 작은 아버지도 매번 한국 정치를 들먹이며 혀를 차시더라. 그래서 전 더욱 정치와 멀어질 수밖에 없었지. 잘 모르는 내가 봐도 뭔가 수상하고 구린 냄새가 나니까."

 
30여 년 전을 복기하면서, 그리고 연기하면서 조진웅은 혼란스러움이라는 감정에 꽤 빠져 있어 보였다. 게다가 해당 작품이 코로나19 팬데믹 무렵 촬영했고,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개봉하게 됐다는 사실도 남다르게 다가온 것 같았다. 조진웅은 "팬데믹이 1년만 더 지속됐으면 아주 힘들었을 것 같다"라며 "다행히 모든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함께 응원하며 영화에 애정을 보여서 지금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여러 모로 배우 조진웅에게 화두를 던지게 한 작품임은 분명해 보인다. 이후 <데드맨> <독전2> 공개를 앞두고 있는 그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매번 고민하고 생각하며 살겠다"라며 남다른 다짐을 밝히기도 했다. 일단 <대외비>에서 그의 남다른 에너지를 확인해 볼 일이다. 
조진웅 대외비 이성민 국회의원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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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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