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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만 없는 대표팀, 강백호 활약 절실하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주전 1루수 또는 지명타자 활약 유력한 강백호

23.02.16 09:18최종업데이트23.02.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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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3월 8일 개막하는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30명 중 28명이 15일(이하 한국시각) 애리조나 투손에 집결했다. KBO리그에서 활약하는 28명의 선수들은 실전경기를 위주로 훈련일정을 소화하면서 대회준비에 돌입한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과 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소속 구단의 스프링캠프 일정을 소화하다가 오는 3월초에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에는 지난 1월 4일 최종엔트리에 포함되며 참가가 유력했던 메이저리거 한 명의 출전이 최종불발됐다. 올 시즌부터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약하게 된 최지만이 그 주인공이다. 2022년 11월 팔꿈치 뼛조각 제거수술을 받은 최지만은 8주에서 12주 정도의 회복 및 재활기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사실 구단 입장에서는 주전 1루수 후보 최지만을 부상의 위험까지 감수하면서 대표팀에 보낼 수는 없었다.

유력한 주전 1루수이자 중심타선 후보였던 최지만이 이탈하고 대체 선수 역시 외야수 최지훈(SSG 랜더스)을 선발하면서 대표팀의 1루 포지션은 다소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선수만 제 역할을 해준다면 아무리 최지만이 없다 해도 대표팀의 1루 경쟁력이 결코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이번 WBC를 통해 '천재타자'의 명성을 회복하려는 강백호(kt 위즈)가 그 주인공이다.

프로 데뷔 후 4년 동안 무섭게 질주한 야구천재
 

▲ 캐치볼 하는 강백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 강백호(kt wiz)가 15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열린 첫 공식 훈련에서 캐치볼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15년 11월에 개장한 고척 스카이돔은 한국 최초의 돔구장으로 야구팬들에게 큰 기대를 모았다. 비록 메이저리그 구장처럼 4만~5만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구장은 아니었지만 KBO리그에서도 비가 오거나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도 야구를 할 수 있는 구장이 생겼다는 것은 대단히 의미 있는 변화였다. 그리고 그 구장에서 처음으로 홈런포를 터트린 선수는 서울고 1학년생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2015년 11월 12일 청룡기 16강전 경기고와의 경기에서 고척돔 개장 이후 첫 홈런을 터트렸다. 타자로서 넘치는 파워는 물론이고 투수와 포수를 모두 맡을 수 있는 다재다능한 운동능력, 여기에 만화 주인공과 같은 이름까지 더해지며 고교야구를 잘 모르는 팬들도 강백호의 이름은 알게 될 정도로 특급 유망주로 떠올랐다. 강백호는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t의 지명을 받으며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시즌 전부터 돌았던 '괴물신인' 강백호에 대한 소문은 결코 허풍이 아니었다. 강백호는 루키 시즌부터 1994년 김재현(LG트윈스 전력강화 코디네이터)이 기록했던 고졸신인 최다 홈런 기록을 8개나 앞선 29홈런을 터트리며 여유 있게 신인왕에 등극했다. 야구팬들은 2017년 신인왕에 선정됐던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와 강백호가 장차 한국야구를 이끌 두 기둥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2년 차 시즌부터 1루수로 변신한 강백호는 시즌 중반 수비 도중 손바닥이 철그물에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면서 시즌 116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강백호는 루키 시즌 .290이었던 타율을 .336까지 끌어 올리면서 정확도와 파워를 겸비한 리그 최고수준의 타자로 우뚝 섰다. 신인 때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많이 경험하는 2년 차 징크스 따위는 '천재' 강백호에겐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강백호는 3년 차 시즌이었던 2020년 타율 .330 23홈런 89타점 95득점으로 생애 첫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kt가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21년에도 강백호는 타율 .347 16홈런 102타점 76득점으로 생애 첫 100타점 시즌을 만들며 2년 연속 골든글러브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2021년에는 .450의 출루율(2위)을 기록했을 정도로 각 구단의 투·포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2022년 최악의 부진, WBC가 '부활의 무대' 될까

프로 데뷔 후 4년 동안 매 시즌 앞만 보고 질주한 강백호는 2022년 시즌 연봉이 5억 5000만 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이정후가 2021시즌에 기록했던 KBO리그 역대 5년 차 최고연봉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기록이었다. kt팬들은 내심 강백호가 2022 시즌을 통해 이정후를 능가하는 활약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정후가 타격 5관왕으로 정규리그 MVP에 선정됐던 2022년 시즌 강백호는 심각한 추락을 경험했다. 

시즌 개막 직전 오른쪽 새끼 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한 강백호는 시즌 개막 후 첫 두 달을 날렸고 6월초에 복귀한 후에도 좀처럼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7월초에는 다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며 한 달 반 동안 결장했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천재타자'의 명성을 회복하지 못했다. 62경기 타율 .245 6홈런 29타점 OPS(출루율+장타율) .683. 강백호는 팬들은 물론 자신조차도 믿기 힘든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1년을 보낸 강백호는 지난해보다 무려 47.3%가 삭감된 2억 9000만 원에 올 시즌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해외진출자격을 1년 앞둔 이정후의 연봉이 11억 원까지 오른 사이 강백호는 추격은커녕 한참 뒤로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WBC에서 대표팀을 이끌게 된 이강철 감독은 지난 1월 4일에 발표한 WBC 최종 엔트리 명단에 베테랑 1루수 오재일(삼성 라이온즈) 대신 강백호의 이름을 포함시켰다. 

만약 최지만이 정상적으로 WBC에 출전할 수 있었다면 강백호는 왼손 대타요원으로의 활약이 유력했다. 하지만 최지만의 출전이 불발되면서 대표팀에 전문 1루수 자원은 박병호와 강백호 밖에 남지 않았고 두 선수가 가진 장타력을 고려할 때 박병호와 강백호가 1루수와 지명타자로 나설 확률이 높다. 2022년 시즌 크게 부진했던 강백호에게는 국제대회를 통해 명예회복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현재 대표팀은 내외야에 작전수행능력이 뛰어나고 멀티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자원은 많지만 주전 선수로 활약하며 승부처에서 장타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만약 강백호가 이번 대회에서 그 역할을 해준다면 충분히 잃었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강백호 입장에서도 이번 WBC를 통해 자신의 부활을 알리고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지난해의 아쉬움을 충분히 털어내는 의미 있는 1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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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이강철호 강백호 KT 위즈 야구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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