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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인간' 보다 더 돋보이는 노르웨이 여성

[리뷰] 영화 <바이킹 울프>(2022)

23.02.14 14:14최종업데이트23.02.15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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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바이킹 울프> 한 장면 늑대인간으로 변해 사람들을 마구 헤치는 소녀 탈레 ⓒ 넷플릭스

 

노르웨이의 공포 영화 '바이킹 울프'(Vikingwolf, 2022)를 보았다. 한국에서는 바이킹 울프를 훨씬 능가하는 공포물들인 '부산행'(2016), '창궐'(2018), '반도'(2020) 같은 좀비 영화나 드라마 킹덤(2019) 따위가 진즉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 넣었다. 그래서일까. 영화 '바이킹 울프'는 조금 지루하고 싱거웠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8세기부터 11세기 초까지 살았던 바이킹 후예들이다. 지금도  '노르드'(Norse)라는 말은 바이킹 시대의 종교, 신화, 문화를 설명하는 데 쓰인다. 북유럽 신화의 주신(主神)인 오딘(Odin)은 게리(Geri, 탐욕스러운자)와 프레키(Freki, 굶주린 자)라는 두 마리 늑대를 항상 데리고 다닌 걸로 알려졌다. 오딘 신은 지혜와 전쟁, 마법, 죽음의 신인데 전쟁에서 죽은 자들을 자신의 부하로 삼고자 두 마리 늑대에게 죽은 시신을 뜯어 먹게 한다. 

북유럽 사람들은 바이킹이나 오딘 신화를 잘 알기에 영화 '바이킹 울프'에 나오는 늑대인간이 자연스럽게 다가올 테다. 하지만 한국에서 '늑대 인간'은 낯설다. 더욱이 바이킹 시대 노르망디의 어느 수도원에서 튀어나온 늑대 인간의 혈통이 천 년 동안이나 은밀히 이어진다는 시나리오는 아무리 영화라지만 지나친 허구로, 몰입감을 떨어뜨린다.  

정작 내 시선을 잡아 끈 요소는 딴 데 있었다. 노르웨이 사람들 사는 모습이 그것이다. 노르웨이는 세계 행복지수 10위 안에 드는 대표적인 복지국가 중 하나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크워크(SDSN)가 2022년 3월 발표한 '2022 세계 행복 보고서'에 의하면 노르웨이는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스웨덴에 이어 행복 지수가 세계 8위다. 그들은 대체 어찌 살기에 삶의 질이 높고 행복한 지 궁금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여성'이다. '늑대인간'이 된 17세 소녀 탈레(에리 리아논 뮐러 오스보우 르네 역)와 그의 엄마이자 경찰인 리브 (리브 미에네스 역)다. 두 사람은 산악지대에 있는 뉘보라는 마을에 산다. 리브는 스웨덴에 살다가 뉘보 경찰서 서장으로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
 

▲ 폐광산 앞 리브와 동료들 폐광산 송풍구를 발견한 뒤 동료들은 그곳에 들어가길 망설이는데 리브가 자원해 들어간다 ⓒ 넷플릭스

 
리브는 사건사고 현장 직접 누비고 다닌다. 부하 직원들을 대할 때도 권위 의식이 전혀 없다. 이 영화에서는 뉘보에서 15년 동안 군수를 하였다는 한 여성도 등장한다. 현실에서도 노르웨이의 양성평등 정책이 눈에 띈다. 지난 10년 사이 여성 총리만 해도 여러 명 나왔고 2018년에는 여성 경찰청 국장, 국방장관도 배출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에는 뤼보 고등학교 교실이 두어 차례 나온다. 깨끗하고 쾌적해 보이는 자연환경과 주인공 탈레가 자전거를 타고 여기 저를 다니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 뤼보 고등학교 교실 여주인공 탈레가 뤼보 고등학교에서 수업 중이다 ⓒ 넷플릭스

 
아쉬운 건 노르웨이 남성들이다. 리브 서장은 동료들과 함께 괴물 늑대인간을 처치하고자 깊은 산속을 헤맨다. 그러다가 폐광의 통풍 수갱을 하나 발견한다. 탐지견이 그 수갱을 보고 마구 짖어 대는 걸로 보아 누군가 들어가 그 내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남성 동료 경관들은 총을 손에 들고도 겁에 질려 아무도 그 탄광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다. 그러자 결국 여성인 리브가 그 수갱으로 들어 간다. 

리브는 늑대인간과 사투를 벌이다 팔을 물렸는데도 병원에서 팔에 깁스만 하였을 뿐 금세 회복되어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자신의 딸 탈레가 늑대인간의 공격으로 어깨에 상처를 입은 뒤 그 감염으로 늑대인간으로 변하고 마는 설정과 맞지 않는다. 

영화 '바이킹 울프'는 작품 구성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긴장감이나 스릴도 찾아 보기 힘들다. 하지만 비교적 보기 드문 노르웨이 영화라 그들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을 준 영화가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실립니다.
바이킹 울프 노르웨이 여성 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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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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