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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준경처럼 현실주의자" 문채원이 발견한 '몰랐던 나'

[인터뷰] SBS 드라마 <법쩐> 박준경 역의 배우 문채원

23.02.13 09:39최종업데이트23.02.1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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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이 <법쩐>을 마무리하며, 한 작품을 끝마치는 소회와 촬영과정 등을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지난 11일 막을 내린 SBS 금토드라마 <법쩐>에서 박준경 역을 맡은 배우 문채원의 종영 기념 인터뷰가 종영 며칠 전인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이 정도의 복수에 만족해"
 

SBS 드라마 <법쩐> 박준경 역의 배우 문채원 ⓒ 아이오케이컴퍼니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장사꾼' 은용(이선균 분)과 '법률기술자' 준경(문채원 분)이 벌이는 통쾌한 복수극이다. 문채원이 연기한 박준경은 전직 검사로, 어머니의 사망 후 법무관 육군 소령이 되어 어머니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밝히고 악인들에게 죗값을 묻고자 분투하는 인물이다. 

이렇듯 괴물과 싸우기 위해 괴물이 되어 복수의 칼날을 겨누고자 하는 준경을 문채원은 어떻게 이해하고, 배역에 접근했을까. 문채원은 "저도 처음에 미팅했을 땐 대본이 앞부분밖에 없으니까 준경이가 굉장히 복수심에 끓는 인물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복수하기 위해 똑같이 괴물이 되는 인물은 아니더라"라고 밝혔다. 

자연스럽게 극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문채원은 "개인적으로 좋은 결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떼며 "준경은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본다. 드라마의 한 줄 소개가 '통쾌한 복수극'이지만 사실 작가님의 의도는 이것이다. 사람이 상황의 지배를 크게 받기도 하지만, 옆에 좋은 사람, 좋은 어른 하나가 있다면 상황을 떠나 그 사람을 지키고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이걸 표현하고 싶어하신 작가님의 의도가 잘 담긴 결말이다. 각 인물들도 각자 목표의 끝맺음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정의가 이길 수 있다는 생각, 그런 마음이 끝내 있었기 때문에 이 복수가 성공일 수 있다고 본다. 똑같이 괴물이 되는 건 이기는 게 아니니까. 그래도 준경이 원하는 정도의 복수는 했다. 사람들로 하여금 죗값을 치르게 했잖나. 똑같이 갚아주려고 그 사람의 가족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순 없잖나. 그들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빼앗았으니 복수를 한 거 같다. 복수를 하고 자기 마음이 편해야 하잖나. 그 복수를 해놓고 주인공들의 마음이 안정되는 모습이 보여서 저는 그게 참 좋았다. 작가님의 이런 마무리 방식이 좋았다."

여담이지만, 실제 문채원은 살면서 이런저런 억울한 일을 당할 때, 누군가에게 화가 나고 복수하고 싶을 때 어떻게 행동할까. 이 질문에 문채원은 "직업이 이쪽이다 보니 (행동으로 하기보단) 수다로 푼다"면서 "내가 이렇게 말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가까운 사람들에게 말로써 푸는데, 그렇게 하면 풀리더라"라고 답변했다. 

문채원이 캐릭터를 고르는 기준
 

SBS 드라마 <법쩐> 박준경 역의 배우 문채원 ⓒ 아이오케이컴퍼니


<법쩐>에서 문채원의 웃는 모습을 보기는 힘들다. 그만큼 준경은 겉보기에 메마르고 차갑고 냉정하며, 내면에도 여유가 없는 캐릭터다.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물을 자주 선보였던 문채원에겐 낯선 캐릭터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가 이 캐릭터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문채원은 "현실에서 그렇게 되고 싶지만 사실상 되기 힘든 그런 역할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실제의 내가 못 사는 삶, 되지 못하는 모습을 작품 안에서 경험해보려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그는 준경이 실제의 자신과 전혀 닮지 않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문채원은 "준경은 현실주의자인데 저도 그런 면이 있다. 사실 제가 배우가 직업이다 보니 감성적인 줄 알았는데 MBTI를 해보니 마지막이 J더라. 저도 제가 그런 줄 몰랐다. 확실히 준경처럼 현실적이고 계획적인 면이 제게 있는 것 같고, 그 점이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역시 여담이지만, 그의 MBTI는 ISTJ라고.

그에게 현실적인 성향이 연기를 하거나 작품을 선택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는지 물었다. 이에 문채원은 "꼭 그렇지는 않다. 다만, 내가 대본 속 인물을 이해할 수 없으면 그 작품을 선택하지 않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고 많은 경험을 쌓아서 인물을 이해하는 폭이 더 넓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옛날에는 어려워서 못 하겠다, 이렇게 생각했던 인물을 편하게 연기할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드라마의 또 다른 주연인 배우 이선균과 호흡 소감에 대해 물었다. 이에 문채원은 "선배는 제가 원래 팬으로서 좋아했던 배우이기도 해서, 이 작품을 선택하는 데 영향을 받았다. 이선균 선배가 한다고 했으면 좋은 작품이 아닐까, 그런 생각에 이 작품을 선택한 것도 있다"라고 말했다.
 

SBS 드라마 <법쩐> 박준경 역의 배우 문채원 ⓒ 아이오케이컴퍼니

문채원 법쩐 준경 SBS 종영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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