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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의 교체카드, 3분만에 성공했다

[2022 AFF 챔피언십 결승 1차전] 베트남 2-2 태국

23.01.14 09:43최종업데이트23.01.1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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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홈팬들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게 된 게임에서 선수들은 승리 선물을 바치기 위해 의욕이 넘쳤고, 3만8539명의 수많은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여주었지만 축구는 마음처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박항서 감독이 마지막으로 들여보낸 두 선수가 단 3분만에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으니 일단 한숨을 돌렸다. 이들은 사흘 뒤 장소를 태국 빠툼타니로 옮겨 모든 것을 걸고 뛰는 일만 남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 남자축구대표팀이 13일(금) 오후 9시 30분 하노이에 있는 미딘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2022 AFF(아세안축구연맹) 챔피언십 태국과의 결승 1차전에서 2-2로 비기는 바람에 16일 열리는 2차전에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감을 안고 뛰게 되었다.

태국 주장 '분마탄'의 2도움 맹활약

이번 게임 어웨이 팀 태국의 알렉산드레 폴킹 감독은 간판 골잡이 티라실 당다를 들여보내지 않고 연막 전술을 펼쳤다. 이번 1게임 결과만으로 우승 팀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 홈 게임으로 열리는 2차전에서 더 날카로운 공격을 펼칠 계획으로 보였다. 

반면에 베트남은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마지막 홈 게임이기 때문에 당연히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과 의욕이 커 보였다. 게임 시작 후 23분 19초에 멋진 첫 골까지 뽑아냈으니 그들이 계획한 흐름이 열린 것처럼 열광했다. 수비수 케 응옥 하이가 오른쪽 측면에서 오른발 하프 발리킥으로 올려준 크로스를 간판 골잡이 응우옌 띠엔 린이 몸을 날리며 헤더로 넣은 골이었다. 

응우옌 띠엔 린도 이번 대회 여섯 번째 골을 터뜨렸기 때문에 태국 벤치에 있는 티라실 당다와 득점왕 경쟁을 제대로 펼치게 된 셈이다. 하지만 태국은 이 대회 통산 6회 우승에 빛나는 강팀이었다. 2차전이 남아있다고 해서 이번 게임을 수비만 하다가 끝낼 팀이 아니었던 것이다. 

태국의 중심은 역시 주장 완장을 차고 뛰는 전천후 플레이 메이커 티라톤 분마탄이었다. 43분에 그의 왼발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확인할 수 있는 놀라운 직접 프리킥이 날아들었고 당 반 럼 골키퍼가 지키고 있는 베트남 골문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리고 나왔다. 

그리고 분마탄의 왼발 끝에서 넘어온 기습적인 로빙 패스가 후반전 초반 멋진 동점골로 빛났다. 48분에 베트남이 이번 대회 첫 골을 내준 것이다. 티라톤 분마탄의 정확한 왼발 로빙 패스를 받은 포라멧 아리비라이가 유연한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오른발 슛을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차 넣었다. 베트남 수비수와 믿었던 골키퍼 당 반 럼도 포라멧의 속임 동작에 모두 한쪽으로 중심을 잃고 쓰러진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라스트 댄스에 들러리가 되는 것이 탐탁치 않은 태국은 내친김에 역전골까지 뽑아냈다. 조급한 베트남 수비수들이 어설프게 밀고 올라오는 흐름을 주장 티라톤 분마탄이 정확하게 읽고 있었던 것이다. 63분, 베트남의 빌드 업 실수를 틈 타 공 소유권을 확보한 티라톤 분마탄이 기습적으로 오른발 스루패스를 밀어주었고 사라치 유옌이 오프 사이드 함정을 깨면서 빠져들어가 오른발 슛을 정확하게 차 넣었다.

의욕이 지나친 베트남에게 역전골은 충격이었다. 패스 줄기가 태국 수비수들에게 끊기는 현상이 자주 일어난 것이다. 더 기다릴 수 없었던 박항서 감독은 85분에 마지막 교체 카드 2장을 내밀었다. 호 딴 따이 대신 부 반 탄을, 부이 티엔 중 대신 응우옌 탄 빈을 들여보낸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이 결정은 거짓말처럼 3분 뒤에 극장 동점골로 응답했다.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흘러나온 세컨드 볼을 교체 선수 응우옌 탄 빈이 확보하여 뒤로 밀어주었고, 또 다른 교체 선수 부 반 탄이 꽤 먼 거리였지만 과감하게 오른발 슛으로 내질렀다. 부 반 탄의 오른발 끝을 떠난 공은 빨랫줄처럼 뻗어가더니 태국 골키퍼 캄폰 파토마카쿨도 손을 쓸 수 없는 왼쪽 구석으로 날아가 꽂혔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다 끝날 무렵 태국의 에카닛 판야가 베트남의 패스 미스를 틈 타 혼자서 공을 몰고 들어가 더 극적인 결승골을 왼발로 터뜨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홈 팀 골키퍼 당 반 럼이 온몸을 내던지며 그 공을 막아낸 덕분에 2-2 점수판 그대로 끝났다.

이제 두 팀은 16일(월) 오후 장소를 태국 빠툼타니에 있는 탐마삿 스타디움으로 옮겨서 최종 우승 팀을 가리게 되는데 1, 2차전 합산 점수가 같을 경우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태국이 아무래도 우승 트로피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고 말할 수 있다.

2022 AFF 챔피언십 결승 1차전 결과(13일 오후 9시 30분, 미딘 국립경기장-하노이)

베트남 2-2 태국 [득점 : 응우옌 띠엔 린(23분 19초,도움-케 응옥 하이), 부 반 탄(88분,도움-응우옌 탄 빈) / 포라멧 아리비라이(48분,도움-티라톤 분마탄), 사라치 유옌(63분,도움-티라톤 분마탄)]

득점 순위
1 티라실 당다(태국) 6골
1 응우옌 띠엔 린(베트남) 6골

3 파이살 압둘 할림(말레이시아) 4골
4 마웅 르윈(미얀마) 3골
4 세바스티안 라스무센(필리핀) 3골
4 스투아르트 윌킨(말레이시아) 3골

어시스트 순위
1 티라톤 분마탄(태국) 6개
2 사파위 라시드(말레이시아) 4개
3 도 홍 중(베트남) 3개
4 모르딘 파라(태국) 2개
4 프라타마 아르한(인도네시아) 2개
4 야지드 빈 사이드(브루나이) 2개
4 에도 페브리안샤(인도네시아) 2개
4 노르 하킴 하산(말레이시아) 2개
4 맛 노론(캄보디아) 2개
4 바라잉 세웃(캄보디아)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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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항서 베트남 태국 티라톤 분마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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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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