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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일 액션 '유령', 스타일은 괜찮은데 메시지는 '글쎄'

[미리보는 영화] <유령>

23.01.12 14:15최종업데이트23.01.1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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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령> 관련 이미지. ⓒ CJ ENM


 
밀실에서 범인 찾아내기 만큼 집중력을 요하고 흥미진진한 게임이 또 있을까. 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유령>은 우선 그 게임의 법칙과 묘미에 기댄 액션 블록버스터로 정의할 수 있겠다.
 
시대 배경은 1933년 경성이다. 영화는 항일무장단체 흑색단 단원이 조선총독부 내부에서 활약하다 의심받고, 한 호텔에 주요 용의자들과 함께 갇히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다. 그 의심의 주체가 조선인 핏줄인 일본군 간부라는 점, 주요 용의자들 사이에서 서로 의심하게끔 함정을 파놓은 설정 등이 꽤 흥미롭다.
 
알려진대로 영화는 마이지아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했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배경으로 항일 무장 단체들의 내부 갈등까지 고루 다룬 이 소설을 바탕으로 영화는 한국 첩보원, 그들의 위기와 탈출, 그리고 협력 과정에 집중한 모양새다.
 
우선 <유령>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중국 영화 <바람의 소리>, 그리고 동시기 상영 중인 뮤지컬 영화 <영웅>과 비교될 여지가 크다. 전자는 항일 무장 중국 첩보원, 후자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가 주인공이라지만 주제 의식이나 메시지면에서 <유령>과 궤를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은 보다 장르적 요소와 감독 특유의 장기를 십분 활용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전작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2015), <독전>(2018) 등에서 발휘한 그의 감각적인 공간 배치나 화면 구성이 이번 영화에서 절정에 달했다. 특히 외부와 차단된 외딴 호텔 내 각각의 공간을 각 캐릭터에 맞게 다른 성격을 부여해 긴장감을 담보하려 했고, 붉은색과 빛의 밝기를 활용해 정서적 반전을 꾀하려 했다.

절반의 성공
 

영화 <유령> 관련 이미지. ⓒ CJ ENM


  

영화 <유령> 관련 이미지. ⓒ CJ ENM


  
결과적으론 절반의 성공이다. 조선인 핏줄이지만 일본제국 내에서 인정받고 싶었던 경무국 소속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설경구)의 의뭉스러움이 흑색단 용의자 박차경(이하늬), 유리코(박소담), 암호 해독관 천은호(서현우) 등과 잘 대비되며 극초반까지 긴장감 조성엔 어느 정도 성공한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수사선상이 좁혀지고, 쥰지의 경쟁자이자 또다른 야망에 불타는 다카하라 카이토(박해수)가 등장하면서 일부 개연성이 흐트러지는 약점이 발생한다. 
 
이를 테면 몇몇 액션 시퀀스에선 탈출 과정이 다소 성급하게 그려지기도 하고, 호텔 내 보안 또한 예상보다 허술하다는 인상을 준다. 차경과 유리코의 서사를 강조하기 위함으로 보이는데 잘 훈련된 일본군이 어떤 신에선 상황을 잘 통제하고 있다가도 다음 장면에선 오열이 흐트러지는 것 등이 영화에선 약점으로 작용한다. 스타일리시함은 완성형이지만 이런 약한 고리 때문에 영화적 집중도는 오히려 떨어지는 셈이다.
 
몇몇 관객은 앞서 언급한 <바람의 소리> <영웅>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항일 액션 <암살> 등도 떠올릴 것이다. 성격 자체가 많이 다르긴 하지만, 시대 배경만 놓고 충분히 연상할 수 있기에 <유령>은 그 차별성 또한 주요한 평가 잣대가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감독 고유의 인장, 그 무드가 드러났다는 데에선 박수를 보낼 수 있다. 동시에 좀 더 탄탄한 이야기 구성을 원했던 관객 입장에선 아쉬움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한줄평: 빛났던 아이디어, 개연성이 그래서 아쉬운
평점: ★★★☆(3.5/5)

 

 
영화 <유령> 관련 정보

제목: 유령 (Phantom)
각본/감독: 이해영
원작: 마이지아 소설 <풍성> (風聲)
주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서현우
제공/배급: CJ ENM
제작: 더 램프㈜
크랭크인: 2021년 1월 4일
크랭크업: 2021년 5월 21일 (85회차)
러닝타임: 132분 34초
관람등급: 15세이상관람가
개봉: 2023년 1월 18일
 
 
 
 

 
   
유령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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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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