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법과 돈이 무기가 되는 안티 히어로들의 활약

[TV 리뷰] SBS 드라마 <법쩐>

23.01.08 12:03최종업데이트23.01.08 12:03
원고료로 응원
 
이선균-문채원 주연의 SBS 새 금토 드라마 <법쩐>(극본 김원석/연출 이원태/제작 레드나인 픽쳐스)이 베일을 벗었다. <법쩐>은 '법'과 '쩐'의 카르텔에 맞서 싸우는 '돈 장사꾼' 은용(이선균)과 '법률 기술자' 준경(문채원)의 복수극을 표방한 작품이다.
 
지난 6~7일 방송된 첫 주에서는 은용의 파란만장한 과거사와, 한국으로 돌아와 복수를 결심하게 되는 과정이 그려졌다. 어릴때부터 부모님을 잃고 '먹는 것과 자는 곳이 문제인 인생'을 살았던 소년 은용은 소년원에서 출소한 후, 다방 레지였던 누나 은지희(서정연)와 조카 장태춘(강유석)을 부양하기 위하여 "돈을 많이 벌겠다"는 일념 하에 불법적인 일도 서슴지 않는 용역깡패가 되어 살아간다.
 
은용은 명동 사채시장 큰손인 명인주(김홍파) 회장을 만나 스카우트를 제안받는다. '큰 돈을 벌 기회가 왔다'는 직감이 든 은용은 명회장의 심복이 되어 사채업에 뛰어든다. 한편 삼촌과는 다른 방식으로 출세를 갈망했던 태춘은 지방법대를 거쳐 각고의 노력끝에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검사가 된다. 태춘의 든든한 후원자였던 은용은 어느날 "더 넓은 세상에서 큰 돈을 벌겠다"고 선언하며 갑자기 몽골로 떠난다.
 
형사부 말석 검사가 된 태춘은 '여의도 람보'라 불리는 유튜버가 추천한 종목의 주가 조작이 의심된다는 내부 문건을 제보받았다. 수상함을 느낀 태춘은 금융범죄 베테랑인 말년 계장 남상일(최덕문)을 통하여 검찰 내 최고 실세 라인인 특수부 부장검사 황기석(박훈)이 과거 이 사건을 덮어버린 수상한 정황을 파악한다.
 
태춘에게 전달된 해당 문건은 옛날 사채업자들이 보안을 위해 숫자를 암호로 쓰던 것처럼 작성되어서 해독이 필요했다. 태춘은 사채업자였던 삼촌 은용을 떠올린다. 태춘은 어린 시절 어린 시절 은용에게 농반진반으로 받아둔 차용증과 암호 문건을 몽골까지 팩스로 전송하여 도움을 요청했다. 은용의 해독 덕분에 암호를 풀어낸 태춘은, 이 사건이 명동 사채왕이자 황기석 부장검사의 장인, 은용의 사부였던 명회장이 배후에 있는 대규모 주가조작사건 임을 파악한다. 태춘은 이 사건을 일생일대의 기회로 여기고 "특수부 사건을 잡아 특수부로 올라서겠다"는 야망을 드러낸다.
 
하지만 수사 대상 중 하나이던 GMI 뱅크의 대표는 검찰 특수통 출신의 전관인 오창현(이기영)이었다. 오창현과 황기석은 태춘의 직속상관인 박 부장(최민철)을 불러내 지검 차장직을 걸고 회유한다. 이에 넘어간 박 부장은 태춘에게 GMI뱅크는 영장에서 제외하고 수사하라고 지시한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낙담한 태춘은 "판사, 검사, 변호사 중에 실력으로 뒤집을 수 있는 곳이 검사라고 생각해서 지원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 노오~력을 해도 안되는 일은 안되는 걸까"라며 씁쓸해한다.
 
그런데 오창현 대표의 공개 북 콘서트에서 쏠라바이오의 피해주주였던 한 남성이 주가조작 진실규명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사건이 대대적으로 이슈가 되고 여론이 들끓자 난처해진 박 부장은 입장을 바꿔 결국 태춘에게 GMI 뱅크를 압수수색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몽골에 있던 은용은 태춘이 수사중인 GMI 뱅크가 원래 윤혜린 대표(김미숙)의 블루넷이란 회사였고, 명 회장한테 모종의 작업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윤혜린은 2010년에 사망했고, 사인은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은용은 윤혜린과 박준경이 함께 찍은 사진을 바라보며 "아줌마(윤혜린)가 돌아가셨다" "태춘이가 보낸 비밀장부의 제보자는 준경이가 분명하다"고 독백하며 두 여자와 남다른 인연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덥수룩한 수염과 머리를 정리하고 말끔한 수트를 입고 나타난 은용은 비행기에 오르며 "준경이가 태춘이에게 보낸 제보는 나에게 보내는 메시지다. 돌아와 함께 싸워달라는"이라며 귀국길에 오른다.
 
은용과 준경-윤혜린의 과거사가 밝혀진다. 은용은 기차 안에서 불한당들에게 습격당할 위기에 놓인 준경을 도와 싸움을 벌이다가 나란히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다. 준경의 보호자인 윤혜린은 소년원 출신인 은용의 보호자까지 자처해주고 집으로 데려온다.

처음 받아보는 호의에 "이래도 되냐, 내가 누군지도 모르지않냐"며 의아해하는 은용에게, 윤혜린은 "너 우리 편이잖아. 난 네 보호자로 사인까지 했다"며 화답한다. 이를 계기로 은용은 윤혜린-준경과 끈끈한 인연을 이어갔다. 어른이 된 은용은 "아줌마는 처음으로 나를 사람으로 대해준 어른이었다"고 윤혜린과의 따뜻했던 추억을 회상한다.
 
은용은 윤혜린이 2010년 뇌물수수 혐의로 체포되었었고, 박준경이 도움을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다. 태춘과 은용에게 쏠라바이오 주가 조작 사태의 제보한 것은 바로 준경이었다.
 
그리고 당시 윤혜린 사건을 담당수사했던 것은 특수부 황기석이었다. 윤혜린은 수사를 받던 도중 자동차로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영상을 확인한 은용은 "아니야, 이런 선택을 하실 분이 아니다"라며 충격을 받는다. 귀국한 은용은 윤혜린의 무덤을 찾아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못한다.
 
황기석은 자신과 관련된 인물인 장인 명회장과 검사장 전관 오창현까지 수사망이 좁혀올 위기에 놓이자, 오창현의 수하인 김성태 전무에게 단독으로 횡령배임 혐의를 뒤집어쓰게하여 자수시키고, 한편으로 국회의원 백인수 아들의 채용비리건을 터뜨려 매스컴의 시선을 돌리려고한다.
 
또한 황기석은 준경이 내부 문건을 빼돌린 제보자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녀를 절도죄 및 기밀 유출 혐의로 기소하려고 한다. 준경은 윤혜린의 사망 이후 군에 입대하여 육군소령이자 법무참모로 근무하고 있었다. 하지만 준경은 군인 신분을 이용하여 수사권을 군 기관에 넘기며 검찰 조사에서 유유히 빠져나왔다. 황기석은 이번엔  특수부에 오고싶어하는 태춘의 출세욕을 미끼로 이용하여 회유를 시도한다.
 
은용이 명 회장과 반목하게 된 것과 몽골로 떠나게 된 이유가 밝혀진다. 2003년 당시 은용은 명 회장 밑에서 독립을 준비했고, 새로운 칩셋 기술 개발을 앞둔 윤혜린의 블루넷과 첫 거래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명회장은 은용을 습격한다. 명 회장은 은용을 '황금알 낳는 거위'에 비유하며 "거위가 독립하겠다면 그 주인은 어떡해야하나. 마지막으로 배를 갈라 마지막 황금알을 챙기는데 최선 아니겠냐"며 비아냥거린다. 명 회장은 무자비한 폭행과 협박으로 은용이 대출 담보로 가지고있던 블루넷 주식을 강탈한다.
 
사지에서 간신히 탈출한 은용은 "약육강식과 승자독식, 유전무죄의 정글에서 법과 정의는 한번도 내 편인 적이 없었다"며 복수를 다짐한다. 은용은 윤혜린을 찾아가 명회장이 공매도를 걸어 블루넷을 추락시킬 것이라며 역작전을 건 복수를 제안한다. 윤혜린은 회사 문제는 변호사를 통하여 법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은용은 "더러운 싸움판에서 깨끗하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윤혜린을 설득한다.
 
은용은 명 회장에게 피해를 입은 주주들을 선수들로 섭외하여 치밀한 작전 끝에 블루넷의 주가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블루넷은 칩셋 기술 개발에 성공하고 미국 특허 등록을 무사히 마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무제한으로 공매도 손실을 입은 명 회장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분노한 명 회장은 은용에게 보복하기 위하여 검찰을 이용하려고 하지만, 은용은 이마저도 이미 내다보고 있었다. 명 회장 앞에 스스로 나타난 은용은 명 회장의 약점인 차명계좌를 거론하여 압박하면서 오직 "가족은 건드리지말라"는 조건을 내걸고 한국을 떠나기로 약속한다.
 
그날 이후 몽골로 자취를 감췄던 은용은 자신의 경고를 어긴 명 회장과 두 번째 전쟁을 시작하기 위하여 다시 돌아온 것. 은용은 비를 맞으며 걸어가고 있는 준경 앞에 나타나 우산을 씌워주며 마침내 재회한다.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끝으로 첫 주는 막을 내렸다.
 
<법쩐>은 법조-금융 카르텔, 주가조작, 지하경제 등 시의적절하고 현실적인 소재와 치밀한 구성, 속도감있는 전개, 배우들의 흡인력있는 캐릭터들이 조화를 이루며 첫 주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악인전> <대장 김창수> 등에서 선 굵은 남성드라마를 만들어내는 데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인 이원태 PD는 첫 드라마 연출에서도 전공을 살려 영화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장면전환과 밀도있는 인물묘사가 돋보였다.
 
최근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익숙한 장르가 된 법정극과 복수극이라는 식상한 소재를, 각 분야에 능통한 '전문가-기술자들의 팀플레이'라는 구도로 풀어낸 것은, 한국판 <오션스 일레븐>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연상시킨다. 이들이 거악에 맞서싸우는 이유는 막연한 정의감이 아닌 개인적인 복수나 출세욕 등에 가깝고, 그들이 싸우는 상대와 마찬가지로 법과 돈을 철저히 '싸움의 수단이자 도구'로써 여기고 활용한다는 해석이 흥미롭다. 그동안 주로 부드럽고 친근한 이미지가 강했던 이선균이 카리스마있고 반골 기질이 강한 '안티 히어로' 은용의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낼지도 흥미롭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월 6일 첫 방송된 SBS 금토드라마 '법쩐' 1회는 전국 가구 기준 시청률 8.7%, 2회는 7.4%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드라마 중 시청률 1위로 순조로운 스타트를 끊었다. 최고 시청률은 2회 연속 두 자릿수를 돌파했으며, 광고 관계자들의 주요 타깃 지표인 2049 시청률 역시 2.7%로 선두에 올랐다. 드라마는 은용-준경-태춘의 재회를 바탕으로 다음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통쾌한 복수극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법쩐 법정드라마 이선균 문채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