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밉상 관종의 자기 학대, 불편한데 재밌다

[미리보는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23.01.06 17:42최종업데이트23.01.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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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관련 이미지. ⓒ 판시네마


 
누구나 자기 연민에 빠질 때가 있다. 아무도 자신을 사랑해주지 않거나 알아주지 않을 때 스스로 감정에 갇혀 성장할 기회를 놓쳐버리는 것. 이 선택은 자신에게나 주변 사람에게나 꽤 큰 상처로 남겨지곤 한다.
 
여기 자기연민에 빠진 채 오히려 그것을 즐기게 된 여성이 있다. 객관적으로 봐도 아름다운 외모, 매력적인 성격을 지닌 시그네라는 이다. 행위 예술을 하는 남자친구와 동거하던 시그네는 예술가로 입지를 쌓아갈수록 무심해지는 남자친구에 반발하는 심리로 불법 약물을 복용하기 시작한다. 신경안정제로 광고된 해당 약물의 부작용은 다름 아닌 심각한 피부병 증상이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는 불치병을 얻고 나서야 세상의 관심을 얻고 만족해 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다.

과장과 거짓말, 굴레에 빠지다
 
출발점은 사소했다. 작지만 진심 어린 관심이 필요했던 시그네는 건성으로 대하는 남자친구, 나아가 주변 사람들을 보며 자신을 거짓으로 꾸미기 시작한다. 일상의 일부를 과장하거나 거짓말을 반복하던 그녀는 점점 그 굴레에 빠지게 되는데 영화는 그 지점을 꽤나 깊숙하게 파고든다.
 
왠만한 영화에선 이런 문제 상황에 직면한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겪고 반성하거나 성장하는 쪽으로 이야길 전환시키겠지만 <해시태그 시그네>는 오히려 더욱 깊이 자기연민, 자기 합리화에 빠지는 주인공을 등장시킨다. 머리가 빠지고 얼굴 피부가 거의 괴사해 흉측해지면서도 성평등과 다양성을 외치는 진보적 패션 잡지 모델일을 하게 된 것에 기뻐하며 집착까지 하게되는 모습은 불쾌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쩌면 이 불쾌감 그 자체가 이 영화의 주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에게 이로운 사랑이 아닌 서로를 파괴하는 사랑의 이면성에 집중하고 싶었다던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의 말처럼, 시그네를 일종의 반면교사처럼 구성하려는 흔적이 역력하다.
 
막연하게 몸과 마음이 파괴된 한 개인의 이야기로 치부하기 쉽지만, 영화 말미로 갈수록 울림이 커진다. 결국 겉모습, 껍데기에 환호하고 영원하지 않을 세간의 관심에 대부분의 현대인들이 목매는 현실을 무섭게 풍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관련 이미지. ⓒ 판시네마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관련 이미지. ⓒ 판시네마


 
<해시태그 시그네>는 지난해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광고와 뮤직 비디오로 경력을 쌓은 크리스토퍼 보글리 감독은 여러 단편 영화로 선댄스 영화제 등에 초청받아 온 신예다. 의도된 불편함으로 관객을 향해 감독은 관찰의 즐거움을 제대로 선사하려 했다.
 
한줄평: 보기 불편할 만큼 커지는 영화적 재미
평점: ★★★☆

 
영화 <해시태그 시그네> 관련 정보

 원제: SICK OF MYSELF
감독 및 각본: 크리스토퍼 보글리
제작: 안드레아 베렌트센 오트마르 <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
출연: 크리스틴 쿠야트 소프, 아이릭 새더
수입 및 배급: 판씨네마㈜
러닝타임: 1시간 37분
개봉: 2023년 1월 11일
 
 
 
해시태그 시그네 노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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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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