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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아닌 내가 갑... 청년들 나락보낸 대부업의 현실

[리뷰] <그것이 알고 싶다> 약탈인간, 빨간 거품의 포식자들

22.11.20 12:31최종업데이트22.11.2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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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의 대한민국. 극심한 경제 불황과 사회적 혼돈 속에 많은 사람들이 생존과 행복을 목표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이런 성실한 노력을 비웃듯이 타인의 삶을 약탈하고 착취해가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포식자들도 있다. 11월 19일 방송된 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약탈인간 1부 – 빨간 거품의 포식자들' 편을 통하여 청년들의 꿈을 빼앗아가는 대부업계의 현실과 지능적 포식자들의 존재를 고발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굿데이'라는 이름의 업체는, 취직만 하면 엄청난 수입을 보장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역에서 한동안 화제가 됐고, 20, 30대 젊은이들의 입사 지원이 몰렸다. 제보자가 제공한 영상에 따르면 해당 업체는 정기적인 단체회식을 통하여 친목을 다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처럼 보였다.
 
하지만 굿데이 직원으로 일하던 청년 3명이 몇 년 사이에 잇달아 의문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한 명은 살해되었고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자들은 모두 20대의 꽃다운 청년들이었다.
 
이중 최민서 양(가명)은 굿데이를 퇴사하고, 투기정보를 알려주던 인터넷 BJ방송업체에서 근무하다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으라는 지시를 거절했다는 이유로 업체 대표에게 살해되었다. 가해자는 민서 씨를 살해하기 이전에 이번 이전에 두 번의 강력범죄와 연관된 인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는 가해자와 아무런 연관이나 원한관계가 없었지만, 그저 돈도 많이 벌고 주식도 배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에 억지로 참고 일해 오다가 뜻밖의 변을 당한 것.
 
또한 이태훈 군과 김진성 군(가명)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다. 주변 지인들이 하나같이 밝고 성실한 성격으로 기억하고 있던 평범한 청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회사에서 겪었던 일들과 관련이 있었다.
 
굿데이의 정체는 바로 불법대부중개업체였다. 돈이 필요한 고객을 대부업체와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는 회사였다. 직원들은 약간의 기본급에 더해 대출을 성사시킬 때마다 인센티브를 받았다.
 
직원들은  자신이 성사시킨 대출중개 건수에 따라 월수입이 수천만 원까지 가능했다. 제보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굿데이는 계약이 성사될 때마다 하루에도 수차례씩 사이비 종교 신도처럼 단체로 "행복한 굿데이"를 외치게 했다. 직원들은 SNS에서 외제차와 해외여행 사진 등을 올리며 재력을 과시했다. 회사 곳곳에는 '세상은 돈이 전부다'라며 금전을 찬양하는 문구들로 가득했다. 그들이 회사에서 끊임없이 외치던 행복의 실체란, 바로 '돈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살 수 있다'는 그릇된 믿음이었던 것.
 
굿데이의 특이한 점은 개인이 성사시킨 대출 총액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인센티브가 늘어나는 구조였다는 것. 2020년에 제작된 굿데이의 실제 기밀문건에 따르면, 합법적 대출뿐만 아니라 불법대출상품들을 취급하여 대출액을 늘려왔고, 굿데이의 먹잇감은 신용이 낮아 은행에서 대출이 안되지만 돈은 꼭 필요한 서민들이었다.

높은 대출이자를 낼 수밖에 없는 사람들에게 처음 몇 번만 이자를 내면 다음부터는 이자율을 낮출 수 있다며 대출을 유도했다. 하지만 일단 대출을 받은 이후에는 다양한 방식으로 거짓말을 하며 채무자를 빚의 올가미를 씌우기 일쑤였다.
 
굿데이에서 직원으로 일했던 청년들 역시 돈을 벌고 싶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을 속이면서 범죄의 늪으로 빠져들어갔다. 굿데이에 일했던 전 직원의 제보에 따르면 평범한 20대들을 별다른 경력이나 이력서 없이도 손쉽게 채용하여 결국 대출을 빌미로 거짓말과 사기를 치게 만드는 구조였다고.
 
제보자는 나쁜 짓이라는 죄책감을 못이겨 한달도 안되어 결국 일을 그만뒀다. 사망한 진성씨 역시 원래 보디빌더 선수를 꿈꾸던 착실한 청년이었지만, 굿데이에서 일하면서 부모와 이웃같은 사람들을 착취하고 있는 자신을 깨닫고 고민에 시달렸다. 진성 씨는 몇 번이나 굿데이를 퇴사했다가 다시 입사하기를 반복했다. 회사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직원들에게는 우스갯소리로 "돈 벌어봐"라고 비꼬았고, 불법이 아니라며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청년들을 세뇌시켰다.
 
굿데이 전 팀장으로 내부고발자가 된 김우성 씨(가명)은 굿데이의 대출유도 수법으로 '자산론'을 폭로했다. 일반 신용대출은 연봉 대비 제한이 있으면 차량 구매용도라면 대출한도가 다소 여유있게 나오는 것을 이용한 꼼수였다. 실제 300만원인 중고차 가격을 열배인 3000만원에 구입하여 자산으로 등록하면 신용등급이 올라가 저금리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이는 수법인데 이는 모두 거짓이다.
 
굿데이 직원들은 피해자의 이름으로 대출이 발생하면 중고차 원 구매 비용만 지급하며 차액을 갈취했다. 제작진이 확보한 피해자 명단에 따르면 2019년부터 최근까지 굿데이의 한 지부 사무실에서 먹잇감으로 노리고 접근한 이들은 5백여 명, 이중 절반에 이르면 249명이 1회 이상의 피해를 입었고, 대출금액 합산은 55억 원에 이른다. 굿데이 사무실이 여러 곳임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액은 수백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가해자들이 모여있던 대화방에서는 돈잔치를 자축하며 덕담이 오고가고 있었다.

제작진은 익명 보장을 조건으로 현직 불법대부중계업체 대표와 인터뷰를 가졌다. 그들은 사기성 짙은 불법대출상품들을 판매하는 문제점에 지적하면서 덤덤하게 남의 일처럼 이야기하고 피해자들에게 미안한 감정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들은 인터뷰 후반 이태훈 씨, 김진성 씨 등 함께 일하던 동료들의 사망 소식을 제작진을 통하여 뒤늦게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잘못을 인정하며 불안감을 드러냈다.
 
심지어 이들은 신고를 당한 일도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놀랍게도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중고차 딜러가 밝힌 이유에 따르면, 경찰수사를 막기 위하여 새로운 피해자들에게 갈취한 돈으로 계속 환불을 해줬고, 시간이 갈수록 카드 돌려막기처럼 규모가 커졌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대출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약탈의 현장을 방관하게 한 것일수 있다고 지적한다. 채무조정 전문가인 제윤경 전 국회의원은 "전통적으로 우리 나라는 빚에 대해서 빌린 사람 탓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불법을 광범위하게 진행을 해도 신고자도 적고 처벌도 약하고, 정부 당국의 단속도 없고, 완벽하게 사각지대에서 범죄를 방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청년들을 유혹하는 업체는 이들만이 아니었다. 대부중개업체들은 전화로 영업활동을 하는 금융업이라는 포장으로 자신들을 소개했고, 청년들에게 그 진입문턱은 너무나 낮고 쉬웠다. 한 대부중개업체 대표는, 고객이 아닌 우리가 갑이고 진리인 '갑질영업'이라고 규정하며 "고객에게 물건을 사달라고하는게 아니라 고객이 나(영업사원)한테 매달려서 사게끔 해야한다"고 영업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해당 사무실에는 직원들의 대출실적을 기록한 성과표가 설치되었고, 모니터에는 고객들의 개인정보로 빼곡했다. 업체 관계자는 "내가 납득이 되어 고객을 설득할수 있다. 이게 사기이고 불법같다는 생각이 들면 안하는게 맞다"며 직원들을 압박했다.

피해자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그만큼 대출을 원하는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최근 대부중계플랫폼의 이용자는 지속적인 증가추세이며 한 플랫폼에는 이용자 수가 무려 1475만 명에 이른다고 집계되고 있었다.

대출업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제작진이 한 플랫폼에 등록한지 몇 초만에 대출을 권하는 문자와 SNS 메시지들이 연달아 쏟아졌다. 해당 플랫폼에서 소개받은 업체는 100만 원을 1주일 사용하는 이자로 40만 원, 일주일 연장마다 28만 원의 이자를 추가로 내야하며 연 이자율로 환산하면 2천 퍼센트가 넘는 불법대부업체였다.
 
제작진이 현장에서 만난 대부중개업자도 20대 청년이었다. 해당 업자는 자신도 빨리 돈을 벌어 가게를 차리고 싶은 마음에 이 일을 시작했다고 고백하며 "불법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주는 일은 누군가는 반드시 돈을 잃는 도박과 같다"고 설명했다.
 
놀랍게도 <그알> 제작진이 취재를 시작한지 단 하루만에 대부업계에 취재 소식이 퍼졌다. 업체 상담원은 <그알> PD의 진짜 전화번호를 알아내어 연락하고 그의 개인정보가 업체 사이트에 올라와 저장되어있다는 사실까지 밝히며 협박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에 일한 제보자는 대부업계가 대포통장, 대포차, 추심 등 업무별로 세분화하여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제보자 역시 빚을 탕감하기 위하여 일을 시작했고 그가 맡은 업무는 불법 추심이었다. 모텔을 옮겨다니면서 전화와 문자로 빚을 못갚은 채무자들을 협박하는 것이었다.
 
한두달에 한 명씩 극단적 선택을 한 고객들의 부고 문자가 날아온다고 밝히며 500만원도 안되는 대출액 때문에 벼랑 끝까지 몰리게되는 사람들의 절박한 상황을 증언했다. 대부업자들은 "걔는 죽어서 돈 못받는다"고 막말을 하면서도 "내가 살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일쑤라고.
 
굿데이에서 일하다가 사망한 세 청년들의 미스터리도 결국 돈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됐다. 이태훈 씨는 도박에 빠져 빚 독촉에 시달렸다. 최민서 씨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성 씨는 빚에 허덕이면서도 회사의 압박 때문에 고이자율의 카드 대출을 받아 고급차를 구매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대부중개업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도박 속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주변의 친구들이 부유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일확천금을 노려야겠다는 특성이 나타나게 된다"며 "물질이 최고다라는 생각들을 갖게 해서 실제로 사치와 향락을 누리게 되면 일종의 중독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돈을 쫓아 대부중개업체에서 일하는 청년들에 대하여 "어떻게보면 이들은 피해자다. 회사에 들어가서 한번 더 세뇌받는 과정을 거친다. 오히려 못도망가게 하기 위해서 대출을 강제받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업체 팀장은 "강요가 있었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본인들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며 사망한 청년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이광민 정신과 전문의는 세 청년의 사례가 "전형적으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망가뜨린 형태"라고 진단하며 그 이유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음안의 죄책감이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으로 건강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었던 사람이 마약과도 같은 왜곡된 돈의 맛에 노출되면서 도덕적인 윤리의식 사이에서 방황하다가 무너져 내렸다"고 안타까워했다.
 
홍기훈 교수는 "모든 인간은 누리고 대접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은 (경제적으로) 더 성장하거나, 아니면 욕심을 줄이는 것이다"라며 "그런데 더 이상 성장은 안된다. 그러면 욕심을 줄여야하는데 지금 우리사회는 욕심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중계업체를 퇴사한 세 청년은 이후 모두 평범한 회사를 다니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던 과거로 돌아가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굿데이에서 했던 일의 일부는 남을 속이고 착취하는 범죄행위의 가해자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된 또다른 피해자이기도 했다.
 
땀흘려 일하고 저축하는 것만으로는 내집 마련도, 결혼도 할 수 없게된 시대, 절망에 빠진 청년들이 급기야 서로를 약탈하고 해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은 이제야 굿데이를 비롯한 대부중개업체의 불법행위에 대한 수사에 돌입하면서 <그알> 제작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인간이 인간을 약탈하는 범죄가 암세포처럼 퍼지지 않도록 이제라도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들이 아픈 나라에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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