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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은 다르지만... 카타르 월드컵이 꼭 필요한 이 감독들

[2022 카타르 월드컵] 연속 우승 노리거나 혹은 반등에 성공하거나

22.11.20 09:56최종업데이트22.11.20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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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 한일 월드컵 대한민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거스 히딩크 감독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했다. 4년 전 네덜란드 팀 감독으로 대한민국에 0대 5 대패의 치욕을 안겨줬던 그는 2001년 부임후 1년 반 동안 장기 합숙과 해외 전지훈련, 파워 프로그램등으로 대한민국 축구의 전력을 한 단계 상승시켰고 월드컵 본선에선 강력한 우승후보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을 연달아 무너뜨리는 대이변을 일으키면서 그야말로 세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시계를 돌려 히딩크가 대한민국 지휘봉을 잡은 2001년 당시를 살펴보면 그의 입지는 상당히 위태로웠다. 1988년 PSV 아인트호벤의 트래블을 시작으로 1998 프랑스 월드컵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끄는등 명장으로 군림했으나 월드컵 이후 2년동안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레알 베티스에서 처절한 실패를 경험하면서 커리어가 한 풀 꺾인 상황이었다. 이럴 때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민 것이 대한민국이었고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히딩크 감독은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진출을 이룩해냈다.

대한민국의 2002 월드컵 4강을 통해 커리어 반등에 성공한 히딩크 감독은 이후 PSV 아인트호벤의 두 차례 리그 우승과 2004~2005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끈데 이어 호주 대표팀과 러시아 대표팀을 이끌고 각각 2006 독일 월드컵 16강, 유로 2008 4강진출을 이룩하며 자신의 지도력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이처럼 월드컵은 감독들에게도 특별한 무대다. 우승을 통해 자신의 명성을 드높은것은 물론이거니와 언더 독 팀을 이끌고 눈에 띄는 성적을 내 반등의 기회를 잡을수 있기 때문이다.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들에게도 기회의 자리가 될 수 있는 것을 그간의 월드컵을 통해 우리는 경험해왔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런 감독들이 즐비해있다. 그들이 과연 누구인지 이번 시간을 통해 확인해보고자 한다.

1. '암 투병' 루이스 판 할, 아름다운 마무리 꿈꾼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세대교체와 함께 네덜란드를 3위로 이끌었던 판 할 감독은 지난해 유로 2020 이후 7년만에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했다.

판 할이 떠난 후 7년 동안 네덜란드는 계속되는 감독선임 실패와 정체된 세대교체, 에이스들의 노쇠화로 인한 은퇴 등이 겹치면서 유로 2016, 2018 러시아 월드컵 지역예선 탈락, 유로 2020 16강 탈락 등 암흑기를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판 할 감독은 2016년 이후 현장을 떠났고, 70대의 고령이라는 약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파선이 되어가던 네덜란드를 일으켜세우며 8년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로 올려놨다.

판 할 감독에게 이번 대회는 자신의 마지막 무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 4월 전립선 암 투병 중임을 밝히면서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던 그는 이제 서서히 다가오는 은퇴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네덜란드는 판 할의 후임으로 로날드 쿠만을 임명해 놓은 상황이다. 7년 전 그랬던것 처럼 과연 네덜란드의 찬란한 미래를 만들어주고 자신의 커리어를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2. 2연속 월드컵 우승 감독에 도전하는 디디에 데샹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비센테 델 보스케(스페인), 프란츠 베켄바워, 요아힘 뢰브(이상 독일). 이 네 감독은 조국의 월드컵 우승을 이끌었다는 공통점을 갖고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2연속 우승을 이뤄내는 데는 실패했다. 베켄바워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독일(당시 서독)을 우승으로 이끌었으나 이전 대회(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준우승에 그쳤고 리피, 델 보스케, 뢰브는 우승이후 다음대회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맛보며 불명예 퇴진이란 종말을 맞이한다.

이번에는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이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한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던 그는 4년전 러시아 월드컵에선 감독으로 우승에 성공하며 마리우 자갈루(브라질), 프란츠 베켄바워(독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월드컵 우승을 경험한 인물로 올라섰다.

데샹은 지난 10년간 프랑스 지휘봉을 잡으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뤘다. 그 결과 유로 2016 준우승, 2018 러시아 월드컵, 2020-2021 네이션스리그 우승을 이뤄냈다. 한 가지 전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술의 다양성과 토너먼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등 성과도 곧잘내는 모습을 보여 이번 월드컵 우승에 대한 기대를 키우고 있다.

이런 데샹이 극복해야 할 과제는 주축선수들의 부상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폴 포그바와 은골로 캉테가 이탈한 가운데 최근에는 프레스넬 킴펨베와 크리스토퍼 은쿤쿠 마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공수에도 전력누수가 발생했다. 여기에 지난 시즌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의 더블을 이끈 카림 벤제마 역시 부상여파로 컨디션이 떨어져있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데샹의 능동적인 전술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두 번째로는 디펜딩 챔피언의 저주다. 2002년부터 이어져오고 있는 이 징크스를 피해간 팀은 브라질이 유일한데 프랑스(1998), 이탈리아(2006), 스페인(2010), 독일(2014) 모두 월드컵 우승 이후 다음대회에서 조별리그 탈락의 쓴잔을 마신 바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년 전 이 징크스에 첫 희생양이 되었기에 이번 대회에선 그때의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는 것이 절대적이다.

100년에 가까운 월드컵 역사에서 2대회 연속 우승을 경험한 감독은 1934년과 1938년에 이탈리아를 우승으로 이끈 비토리오 포초(이탈리아)가 유일하다. 과연 데샹이 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역대 두 번째 월드컵 2연패 감독으로 이름을 올릴수 있을까.

3. 이번 월드컵을 끝으로 떠나는 치치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미네이랑의 참사를 겪은 브라질은 이후 2015 코파 아메리카 8강,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조별리그 탈락으로 침체기를 겪는다. 이런 상황에서 부임한 치치 감독은 지난 6년간 브라질을 완벽히 바꾸는데 성공했다.

자국리그 내에서의 성공을 발판으로 브라질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그는 조직력을 끌어올린 데 이어 성공적으로 팀에 유럽식 축구를 감미시키면서 브라질을 명실상부한 남미의 1인자로 올려놨다.

그런 치치의 마지막 과제는 월드컵 우승이다. 지난 대회에서 아쉽게 벨기에에 패해 8강에서 무너졌던 브라질은 카타르 월드컵에선 그때보다 더 강력해진 선수층을 바탕으로 우승에 도전한다.

주전부터 벤치멤버들까지 모두 실력이 출중해 더블 스쿼드를 구축한 가운데 선수들이 오랜시간 손발을 맞춰 조직력까지 강해진 브라질은 이번 대회가 우승을 달성할 수 있는 적기로 평가받는다.

그러기 위해선 유럽을 넘어야 한다. 브라질은 2006년부터 지난대 회까지 번번히 유럽팀에게 막혀 8강과 4강에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번 대회에선 이 징크스를 극복해야만 6번째 월드컵 우승을 이룩할 수 있다.

치치 감독은 지난 3월 인터뷰에서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브라질 대표팀에서 물러날 것을 선언했다. 브라질 감독으로의 마지막 무대가 될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을 기록하고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4. 케이로스, 벤투 등... 명예회복에 도전하는 이들

이밖에 커리어가 한 풀 꺾여 이번 대회를 통해 반등에 도전하는 감독들도 존재한다.

첫 번째로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수석코치, 포르투갈, 레알 마드리드 감독 경험을 갖고 있지만 이란 대표팀 감독 생활로 우리에게 친숙한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이란을 이끌고 월드컵에 나서게 됐다.

케이로스가 지휘봉을 잡은 지난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이란은 아시아 강호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공수간의 간격을 좁힌 채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질식수비라는 확실한 팀 컬러를 구축한 이란은 월드컵 무대에서 아르헨티나, 스페인, 포르투갈을 상대로도 위력을 발휘하며 상대로 하여금 힘겨운 승부를 펼치게 만들었었다.

이란을 떠난 케이로스는 이후 번번히 실패를 맛본다. 콜롬비아 대표팀 감독으론 1년만에 경질의 칼바람을 피하지 못했고, 이집트 대표팀 감독으로도 올해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준우승에 머물고, 월드컵 본선진출에도 실패하는 등 이란에서 만큼의 위용을 떨치지 못하면서 커리어가 한 풀 꺾인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월드컵 본선 개막 3개월을 앞두고 이란의 지휘봉을 잡은 케이로스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한번 월드컵 무대에 나서게 됐다.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아는 이란을 이끄는 그가 최근 하향세를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다.

대한민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월드컵에 나서는 파울루 벤투 역시 이에 해당된다. 포르투갈 감독이던 유로 2012 준결승 스페인전에서의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많은 이들에게 호평을 받은 그는 이후 2014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그리스 올림피아코스, 브라질 크루제이루, 중국 충칭 리판의 감독으로 모두 중도하차 하면서 커리어가 한 풀 꺾인 상황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대한민국의 지휘봉을 잡은 그는 지난 4년의 시간동안 높은 볼 점유율을 기반으로 한 빌드업 축구를 선보이며 주도적인 경기스타일을 주입시키면서 월드컵 최종예선 순항을 이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전술적 고집, 선수선발에 관한 논란이 있었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철학을 그대로 밀고나가는 뚝심있는 모습을 보였다.

월드컵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아시아 무대에선 이것이 어느정도 통했으나 전력이 한 수 위인 팀을 상대로는 강한 압박에 실수를 남발해 위기를 초래하는 장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월드컵에서 만날 포르투갈, 우루과이 역시 이에 해당하기에 남은시간 전술의 완성도를 조금 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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