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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일주일에 3번 이상 절을 찾는 이유

청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과 능력 키워줘야

등록 2022.11.17 11:18수정 2022.11.1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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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고 있는 사람들 많은 청년들은 내면의 문제를 극복하고 해소하고자 절에 옵니다. ⓒ 현안스님

 
어느 날 명상반을 둘러보니 학생 중 20,30대 청년들이 꽤 많았습니다. 어떤 학생은 제가 온라인에 올린 명상 관련 기사를 보고 온 경우도 있고, 제가 쓴 수행 경험담에 대한 책을 보고 온 경우도 있습니다. 


또 어머니가 먼저 명상하러 절에 왔다가 아들을 데려온 경우도 있고, 제가 사업하다가 출가한 이야기를 보고서 호기심에 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결가부좌로 앉아서 좌선하는 어려운 방법으로 가르쳐주는데도 학생들은 한 명씩 늘어났습니다. 

그중에는 결가부좌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그만두려고 했던 학생도 있고, 명상으로 마음이 편해져서 놀러 다니다가 다시 절에 오는 젊은이도 있습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요즘은 정말 절에 사람이 많이 옵니다. 

주말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끊임없이 학생들이 옵니다. 어느새 보니 학생들 중에 일주일에 3, 4번 이상 오는 경우도 꽤 생겼습니다. 참으로 희한한 일입니다. 우리 절에서는 엄격하게 채식을 지키고, 스님들은 저녁도 안 먹으니 같이 밖에서 뭘 사 먹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절에 옵니다. 

우리끼리 농담으로 "밖에서 보면 사이비처럼 보이겠다!"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젊은 학생들이 나가서 신나게 노는 것에 더 관심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절에 너무 자주 오기 때문입니다. 

어떤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걱정이 돼서 절로 찾아옵니다. 스님들이 무슨 이야기로 학생들을 홀리는지 걱정스러워합니다. 하지만 정작 여기 스님들은 학생들이 자주 절에 오는지, 가끔 오는지 관심조차 없습니다. 


정말 이상한 곳 아닌가요? 그렇다면 왜 젊은이들이 이렇게 열심히 절에 오는 걸까요? 지금 이 시대의 젊은이들은 그만큼 많은 괴로움을 겪고 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많은 청년들은 고립된 생활을 해야만 했습니다. 

정말 놀랍게도 직장에도 가지 못하고 방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20대 청년층이 경제적으로 가장 큰 고통을 느끼고 있으며, 그 고통 지수가 40대에 비해서 2배나 높다고 보도했습니다. 

제가 만난 명상반의 많은 젊은이들은 불안증, 우울증, 공황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30대 초반의 학생의 말로는 요즘 20,30대 젊은이들 중 80~90% 정도 신경외과 처방약을 복용한 경험이 있을 거라고 합니다. 그 친구의 수치가 얼마나 정확한지는 몰라도 주변 친구들이 그만큼 정신적인 고통을 흔하게 겪는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이렇게 절에 자주 오는 젊은이들은 종교보다는 현실적인 문제 해결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스스로 겪고 있는 마음의 고통을 줄이는 것이 이들의 큰 관심사입니다. 그래서 절에 오는 것입니다. 이들의 마음속에는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는 생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들에게는 명상과 같은 도움이 너무나도 절실합니다. 명상을 통해서 내면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느끼고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절에 옵니다. 불교에 명상이라는 유용하고 강력한 도구가 존재한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습니다. 

사람들은 더 많은 청년들이 절에 오려면 더 좋은 시설을 세우고, 더 많은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밖에 나가면 더 재미있고 자극적인 즐거움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굳이 절이나 교회에서 그런 걸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청년들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당면하고 있는 마음의 괴로움을 해소하고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청년들을 즐겁게 해 주려고 노력하지 마십시오. 차라리 그들이 처한 문제를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을 키워줘야 합니다. 그것이 청년들을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덧붙이는 글 덧붙이는글: 브런치에 동시발행합니다.
#결가부좌 #명상 #참선 #집중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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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위산사에서 영화스님의 제자로 출가했고, 현재 분당 보라선원에서 정진하며 선 명상과 대승불교를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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