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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대신 마이크로 승부하는 월드컵 전설들의 '썰전'

관록의 KBS, 믿고보는 MBC, 파격의 SBS... 월드컵 중계 방송사 열전

22.11.14 14:46최종업데이트22.11.14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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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월드컵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방송사들의 중계 전쟁도 막이 올랐다. 최근 지상파 방송 3사는 이번 월드컵 중계를 책임질 캐스터와 해설위원진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 여기에 신선함과 재기발랄함을 더한 중계진들간 '말의 전쟁'은 월드컵 축구 못지않게 팬들의 흥미를 자극할 전망이다.
 
MBC는 믿고보는 안정환-김성주 콤비가 재결합했다. 두 사람이 월드컵 중계로 호흡을 맞춘 것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8년 만이다. 이밖에 뛰어난 분석력이 돋보이는 언론인 출신의 해설자 박문성과 서형욱이 서브 해설위원으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 김나진 캐스터가 새롭게 가세했다.
 
한국대표팀의 경기를 비롯하여 MBC 메인중계를 책임 안정환-김성주 듀오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뭉쳐야찬다> 시리즈 등 축구 외에도 여러 예능에서 함께 활약하며 두터운 친분 만큼이나 환상의 케미를 과시한 바 있다.
 
김성주는 다양한 종목에 걸쳐 풍부한 스포츠 중계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2 한일월드컵을 시작으로 월드컵 중계 경력만 약 20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안정환이 은퇴 후 방송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는 데도 큰 영향을 미친 인물 중 한 명이다. 적재적소의 진행과 리액션, 완급조절로 이야기의 흐름을 구축하고, 파트너 해설자의 개성을 살리는 데 김성주보다 노련한 캐스터는 많지 않다.
 
안정환은 2014년 브라질-2018년 러시아에 이어 해설자로서만 3회 연속 월드컵 본선중계를 맡게 됐다. 신문선-차범근에 이어 월드컵 중계를 대표하는 스타 해설자의 간판 계보를 이었다. 2002 한일월드컵의 영웅인 안정환은 선수시절의 경험을 살려 직설적이고도 친근한 표현으로 경기 상황과 선수들의 심리를 짚어내는 탁월한 입담이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예능에 지나치게 익숙해진 탓인지 과도한 만담은 극복해야할 숙제다. 안정환-김성주 듀오는 친근하고 유쾌한 분위기가 장점이지만, 그 부작용으로 방송에서 부적절한 비속어나 경기 내용과 상관없는 농담성 발언, 데이터보다는 감에 의존한 해설이라는 비판도 자주 받았다. 눈높이가 높아진 최근의 축구 팬들이 개인의 입담에 의존한 중계보다는, 좀더 수준 높고 전문성 있는 해설을 요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안정환에게 이번 월드컵은 해설자로 참여하는 마지막 대회가 될 수 있기에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지난 11일 MBC의 카타르월드컵 온라인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성주는 "안정환이 내년에 지도자 연수를 준비 중이다. 그래서 이번 대회가 마지막 해설이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더라"고 전했다.

안정환 역시 이번 월드컵을 위해 어느 때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고 밝히며 "한국 축구팬들의 수준이 올라와서 예전처럼 재미만 주는 것으로는 안 될 것 같다. 팬들이 어려운 축구를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스토리있는 해설을 준비하고 있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MBC는 안정환과 김성주를 내세워 '월드컵 프리뷰쇼'인 특집 예능 프로그램 <안정환의 히든 카타르>를 오는 28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여기에는 <뭉찬>에서 함께 활약한 방송인 김용만과 정형돈도 합류한다.
 
SBS도 한국 축구의 전설인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을 재기용했다. 박지성은 SBS와 유독 인연이 깊다. 박지성은 SBS 출신 김민지 아나운서와 결혼했고, 두 사람을 이어준 것도 역시 SBS가 배출한 대표적인 축구전문 캐스터로 불리우는 배성재 아나운서다. 배성재가 SBS의 아들이라면, 박지성은 사위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배성재는 현재 '축구 전문 캐스터'로 축구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높은 인지도와 뛰어난 축구 지식, 발성과 진행의 안정감 등이 두루 돋보인다. 박지성은 손흥민(토트넘)의 등장 이전에 한국 축구의 최고 간판스타이자 주장을 역임했을 만큼 축구 팬들의 신뢰와 호감도가 매우 높다는 게 강점이다.
 
특히 박지성은 3회의 월드컵 본선 출전과 잉글랜드-네덜란드 등 유럽 상위 리그 등을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선수들의 정보와 축구 동향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해 호평 받았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가장 먼저 '카잔의 기적(한국의 독일전 승리)'을 예측하며 남다른 안목을 증명하기도 했다. 배성재와는 지난 2018년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으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약점은 현역 시절의 인터뷰 스킬과 같이, 센스 있는 입담이 부족하고 해설의 어휘구사가 단조로워서 상투적인 표현이 다소 많다는 것이다. 해설로서의 재미나 몰입도는 아무래도 경쟁자인 안정환에 비하여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초반에 이런 문제점이 드러났는데 다행히 시간이 지날수록 배성재의 리드 속에 조금씩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SBS는 메인을 책임질 박지성과 배성재 조합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유일한 '현역' 선수이자 20대인 이승우(수원FC)를 최연소 해설자로 수혈하는 파격을 단행했다. 이승우는 '제2의 이천수'로 불리우며 뛰어난 스타성을 갖췄고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멤버로도 참여했지만, 이번 월드컵 명단에는 아쉽게 발탁되지 못했다. SBS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최종 명단에서 탈락했던 차두리를 해설자로 깜짝 기용하여 재미를 본 바 있다. 이승우로서는 월드컵에 나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해설자로서나마 풀 수 있게 되었고, 선수와 MZ세대의 시각에서 바라본 월드컵을 들려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이밖에 뛰어난 분석력이 돋보이는 언론인 출신 장지현과, 2002 한일월드컵 멤버인 현영민도 SBS 해설위원으로 합류했다. 또한 SBS는 자사에서 방영 중인 축구 예능물 <골 때리는 그녀들>의 월드컵 특집을 통해, 오는 16일에는 박지성과 '포르투갈 축구 영웅' 루이스 피구와 2002 한일월드컵 이후 20년만의 만남을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KBS는 3사 중 유일하게 메인 해설진을 교체하는 모험을 선택했다. 지난 두 번의 월드컵에서 준수한 분석력과 예측력으로 호평받았던 이영표와 결별하고, '젊은 피'인 구자철이 새롭게 영입되며 이광용 캐스터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주장을 역임했고, 2018 러시아월드컵에도 참여했던 구자철은, '2002 세대'의 대표주자인 안정환-박지성과 달리, 이른바 '2012 런던올림픽' 세대를 대표하는 축구인으로 분류된다.
 
2019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국가대표를 은퇴한 구자철은 해설진 중 이승우를 제외하면 가장 최근까지 태극마크를 달았던 인물이다, 벤투호에서도 초창기에 승선한 경험이 있는 만큼 현재의 대표 선수들이나 팀 내부 사정에 대하여 높은 이해도와 정보력이 최대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해외무대에서 활약했기 때문에 유럽과 중동축구 사정에 대해서도 밝다.
 
약점은 아무래도 해설로서는 검증되지 않은 초보라는 데 있다. 이광용 캐스터 역시 축구 팬들에게는 너무나 유명한 인물이지만, 여러 장르의 방송을 누볐던 김성주-배성재에 비하면 대중적인 인지도는 떨어진다.
 
이밖에도 KBS는 국가대표 출신 조원희와 언론인 출신 한준희 해설위원, 남현종 아나운서 등이 호흡을 맞춘다. KBS 역시 인지도와 스타성 면에서 타사의 중계진보다 열세라는 점을 의식한 듯, 최근 자사 예능 프로그램인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 구자철과 조원희 등 월드컵 해설위원진을 연이어 출연시키며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다른 방송사들이 3~4인 이상이 참여하는 집단중계가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KBS는 이번에도 2인 중계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축구 본연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정공법을 선택한 것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되고 있다. KBS는 과거에도 러시아월드컵-도쿄올림픽 등에서 저평가를 받았지만 정작 축구 중계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던 경험을 내세우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월드컵중계진 안정환 박지성 구자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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