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집 사고, 월 40 저축해라? 한숨 나오는 윤 정부 청년예산

[주장] 말로만 '약자 복지' 외칠 때가 아니라 진짜 '민생 예산' 해야 할 때

등록 2022.10.27 11:17수정 2022.10.27 11:18
3
원고료로 응원
a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는 '공정'이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깊고 불공정에 민감한 청년세대를 윤 대통령이 만날 때 특별히 강조하는 가치이기도 하다. 윤 정부 역시 청년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통해 청년 정책 시행에 시동을 걸고 있다. 지난 26일에 개최된 제7차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서 희망‧공정‧참여 등 3대 기조로 윤 정부의 청년 정책 추진 계획이 발표됐다.

정책 추진 방향 의지를 가장 확실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예산이다. 지난 25일,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에서 2023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청년 예산으로 언급된 것은 3개다. 청년 주거, 청년 중장기 자산 형성, 청년 농업인 지원 등이다. 윤 정부는 청년 예산이 늘어난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2023년 예산안이 청년세대의 공정 가치를 실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청년 예산만 자세히 살펴봐도 공정보다 불평등을 키울 가능성만 보이기 때문이다.

2023년 청년 예산, 디테일을 봐야 공정 여부 가릴 수 있어

내년 예산에서 청년 종합지원을 위한 예산은 총 24.1조 원 반영됐다. 2022년 예산 대비 7299억 원(3.1%) 증액됐다. 청년 예산 액수가 늘었지만 '공정'을 실현할 수 있을지는 디테일을 봐야 한다.

청년 종합지원 예산은 자산 형성, 주거, 일자리, 사회‧복지 등 4개 분야가 있다. 자산 형성‧주거‧사회복지 예산은 늘었지만, 일자리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예산 증가율이 가장 큰 분야는 자산 형성으로 2022년 예산 대비 28%가 늘었다.

청년 자산 형성은 소득이 일정 기준에 미치지 않는 청년을 대상으로 펼치는 정책이다. 새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청년도약계좌'는 중위소득 180%(2022년 기준 1인 가구 약 월 350만 원) 이하 청년이 매달 40만 원에서 70만 원을 5년간 납부하면, 정부가 매년 납부금과 이자소득을 지원해 만기 시 본인 납부 금액보다 더 받을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월 최대 70만 원까지 납입하면, 만기 시 약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금리‧고물가 시대에 매달 40만 원 이상을 저금할 수 있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는가? 월 200만 원 벌어들이는 청년은 월세나 보증금 대출 이자 등 납부하면 생활비도 빠듯한 현실이다. 결국, 중위소득 180% 소득에 가까운 청년일수록 정책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 소득이 낮은 청년과의 격차만 벌릴 뿐이다. 게다가 중위소득 181%에 해당해 애초에 청년도약계좌 신청도 하지 못할 청년 입장에서도 청년 자산 형성 예산을 가장 크게 늘린 것은 공정하다 보기 어렵다.


세입자 정책은 없고 자가 구입만 부추기는 정부
 
a

윤석열 대통령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3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친 후 여당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0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 가구의 자가점유율은 16.1%로 청년 가구 대부분은 세입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부는 세입자를 위한 정책 대신 집을 살 수 있는 여력이 되는 이들을 위한 정책을 택했다. 대표적으로 비교적 저렴한 공공임대주택 예산은 삭감하는 대신 '청년원가주택' 및 '역세권 첫 집' 등 예산을 신규 편성했다.

두 정책 모두 의무 거주 5년을 넘기면 공공에 환매해 시세차익의 70%는 소유자가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결국, 자가 보유할 여력 있는 이들에게 부동산으로 자산 증식까지 할 수 있는 꽃길을 열어주는 셈이다. 부동산이 최고의 자산 증식 도구일 때 고통받는 이들은 결국 세입자다. 높아지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주거비 부담만 늘기 때문이다.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하면서 청년 자가 보유 지원 예산을 신규 편성하는 것은 누군가는 부동산 보유로 자산을 늘릴 때, 또 다른 누군가는 높은 주거비 부담 때문에 자산 모을 기회조차도 가질 수 없는 불평등이 반복되는 결과만 낳을 뿐이다. 청년 주거 예산에서는 '공정'뿐만 아니라 '약자 복지'도 찾아볼 수 없는 셈이다.

생색만 낼 때가 아니라 진짜 '민생 예산' 해야 할 때

윤 대통령은 지난 25일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사회적 약자를 위한 '약자 복지'예산임을 강조했다. 2023년 중위소득을 올해 대비 5.47% 높여 기존 복지예산이 자연스레 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는 '약자 복지'라고 칭하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 4인 가구가 162여만 원으로 살아가도록 생계급여를 높였다고 하나 높아지는 물가만큼 생계급여가 오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복지예산의 증가 역시 중위소득 인상으로 인한 자연 증가분이 대부분이라는 한계도 명확하다.

윤 정부의 첫 번째 예산안을 '약자 복지'로 볼 수 없는 또 다른 명확한 이유가 있다. 소득세, 법인세, 증권거래세, 종합부동산세 등 감세안 역시 담았기 때문이다. 부자에겐 감세 선물을 주고 자산 증식할 수 있는 길을 활짝 열어주고, 약자에게 돌아갈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삭감해 생계급여 높여준 뒤 '약자 복지'라고 하는 건 억지 아전인수 아닌가.

지난 9월 26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한 국제신용평가사와 만나 '낮은 연체율' 등을 운운하며 고금리로 인한 구조적 리스크가 일어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의견을 냈다. 국제신용평가사가 대한민국의 높은 가계부채에 대해 걱정하는데도, 금리가 올라가도, '돈 잘 갚는 국민이라 괜찮다' 식의 한가한 대답을 한 것이다. 정부의 '민생 경제'에 대한 안일한 인식으로 고통받는 것은 오로지 국민이다.

건전재정의 틀에 갇혀 부자에겐 감세 선물 주면서 국민만 허리띠 졸라매라는 예산안에선 '민생'도 '공정'도 찾아볼 수 없다. 정부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가 "국회의 협력을 구하기 이전에 국정 운영 기조 먼저 다시 점검하라"고 한 주문을 상기해야 할 때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입니다.
#윤석열 #2023예산안 #공정 #불평등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기본소득당의 새 이름, 새진보연합 대변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겠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샌디에이고에 부는 'K-아줌마' 돌풍, 심상치 않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경찰서에서 고3 아들에 보낸 우편물의 전말
  4. 4 '25만원 지원' 효과? 이 나라에서 이미 효과가 검증되었다
  5. 5 하이브-민희진 사태, 결국 '이게' 문제였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