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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OK금융그룹, 화려한 봄날은 다시 올까

[2022-2023 프로배구 남자부 미리보기 ⑤] OK금융그룹

22.10.20 10:29최종업데이트22.10.20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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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남자부 OK금융그룹 외국인 선수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 ⓒ KOVO

 
남자프로배구 OK금융그룹을 이끄는 석진욱 감독은 현역 시절 '배구 도사'로 불렸으나, 사령탑으로서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19-2020 시즌부터 구단의 2대 감독으로 선임되어 3년간 선수들을 이끌었으나, 2020-2021 시즌 한 차례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것에 그쳤다. 앞서 김세진 창단 감독이 로버트 랜디 시몬이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를 앞세워 두 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실망스러운 성적이다. 

지난 시즌에도 정규리그 5위로 밀려나자 OK금융그룹은 사령탑 교체를 검토했으나, 고민 끝에 1년 재계약을 맺으며 석진욱 감독에게 한 번 더 맡겨보기로 했다.

뒷심 약했던 OK금융그룹... '배구 도사'는 해법을 찾았을까 

OK금융그룹이 지난 시즌 부진했던 가장 큰 원인은 뒷심 부족이었다. 정규리그에서 3위에 오른 우리카드와 17승 19패로 승패는 같았으나, 승점은 우리카드 59점과 OK금융그룹 44점으로 무려 15점 차이가 났다. 

먼저 두 세트를 따내고도 추격을 허용하며 풀세트 접전을 치른 끝에 거둔 승리가 많았기 때문이다. V리그는 세트스코어 3-0 혹은 3-1로 이기면 승점 3점을 주고, 3-2로 이기면 승점 2점을 준다. 한 마디로 OK금융그룹은 이길 때는 어렵게 이기고, 질 때는 무기력하게 졌다는 의미다.

올 시즌 반등의 핵심은 역시 외국인 선수 레오나르도 레이바(등록명 레오)의 활약 여부다. 레오는 V리그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불릴 만하다. 2012-2013 시즌부터 3년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매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로 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한국 무대를 평정하고 터키, 중국, 아랍에미리트에서 뛴 레오는 지난 시즌 6년 만에 다시 V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OK금융그룹은 전체 1순위로 레오를 지명하며 왕년의 활약을 기대했다. 레오는 득점 3위, 공격 3위, 서브 4위에 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으나, 팀 성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최고의 외국인 선수였던 레오로서는 KB손해보험의 노우모리 케이타가 V리그 한 시즌 최다 득점 신기록을 세우며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링컨 윌리엄스가 대한항공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을 지켜만 보며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다. 더구나 공격 지표는 좋았으나,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던 레오로서는 올 시즌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을 것이다.

레오, 1순위 신인, 그리고 곧 돌아올 예비역들 
 

2022-2023 프로배구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OK금융그룹이 지명한 신호진 ⓒ KOVO

 
레오가 공격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려면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중요하다. 특히 아웃사이드 히터와 아포짓 스파이커를 겸비할 수 있는 조재성이 상대 팀의 견제를 분산시켜야 한다. 또한 서브 리시브에도 가담해 그야말로 '만능 선수'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

OK금융그룹의 새로운 국내파 에이스로 거듭난 차지환도 주목해야 한다. 2017-2018 시즌 데뷔하며 신인 시절부터 주목받았으나, 주로 교체 선수로 출전했고 군 복무까지 했던 차지환은 지난 시즌 398득점, 공격 성공률 56.14%를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차지환이 이제 어엿한 주전 공격수로 성장한 것을 인정한 OK금융그룹은 주장 역할까지 맡겼다. 

언뜻 보면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 지난 시즌과 비슷해 보이지만, 신호진이라는 걸출한 신인을 품었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30%의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권을 거머쥔 OK금융그룹은 주저 없이 신호진을 선택했다. 

신장 187cm로 공격수로서는 큰 키가 아니지만, 상대의 블로킹을 뚫는 노련한 공격으로 대학 무대를 휩쓸었다. 하지만 역시 186cm의 키로 '배구 도사'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석진욱 감독의 맞춤형 지도를 받는다면 얼마든지 V리그를 대표할 스타로 대성할 수 있다. 

OK금융그룹이 또 하나 믿는 구석은 든든한 지원군이다. 국가대표 아웃사이드 히터였던 송명근과 세터 이민규, 미들 블로커 전진선이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기 때문이다. 내년 1월까지 중상위권에서 버티다가 주전급 선수 3명이 가세하면 단숨에 우승 전력을 갖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난 3년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절치부심의 시즌을 맞이하는 석진욱 감독이 과연 OK금융그룹의 화려했던 봄날을 다시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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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금융그룹 석진욱 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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