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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에 당정 모였지만 "피해 보상, 민간기업 일이라..."

데이터 이중화에도 사고 났는데 '이중화'만 반복...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도 '거리두기'

등록 2022.10.19 11:06수정 2022.10.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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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 ⓒ 남소연

 
국민의힘이 19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열고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후속 조치를 논의했다. 이른바 '카카오 대란'으로 불리는 이번 대규모 '먹통' 사태의 재발을 막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당정이 머리를 맞댄 것이다. 그러나 민간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이중화 조치를 의무화하는, 이미 논의되고 있는 수준의 대안에서 크게 나아가지는 못했다.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규제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카카오의 부실한 데이터 관리, 경악스럽다"

이날 이른 오전부터 국회의사당에 모인 여당 지도부와 정부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이번 사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 10명 중 9명이 사용하는 카카오가 이렇게 부실하게 데이터를 관리하고 재난을 대비하지 않았던 데 대해 경악스러울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20대 국회에서 백업데이터를 의무적 저장하도록 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갔지만, 이미 잘하고 있는데 이중규제라는 반발에 부딪혀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다"라며 "막상 일이 일어나고 보니까 정말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됐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KT 아현동 화재 사건 때도 '두 번 다시 이런 일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가 있었지만, 막상 일이 일어나고 보니 역시나 그 이후 전혀 바뀐 것 없이 무방비 상태였다"라고 날을 세웠다.

주 원내대표는 "우리나라의 이런 후진적 사고, 인재에 가까운 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건 '설마'라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라며 "제일 우려스러운 게 이런 일이 또 재발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사고가 생기면 그때 반짝하다가 또 제대로 조치 않고, 그 뒤에 또 유사한 일이 반복되는데 이번에는 제발 그런 일이 없도록 좀 끝까지 철저하게 안전장치를 했으면 좋겠다"라며 "카카오 화재 사건 관련해서 카카오 책임도 책임이지만, 이를 제대로 감독 못한 정부 당국, 또 입법 뒷받침을 못한 국회에도 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라고 자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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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성일종 정책위의장, 주 원내대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 남소연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역시 "카카오 등 주요 부가통신서비스의 안정성이 무너진다면, 우리가 경험했듯 일상의 불편을 넘어 경제사회 활동이 마비되는 만큼, 이번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방문규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장 또한 "오늘날 IT 인프라는 경제사회 활동의 필수 기반이고, 특히 카카오 같은 대중적인 IT 플랫폼 기업은, 국가기간통신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 구분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의 재난 대응 대비 장치가 필요하다"라며 "사고 발생 시에는 신속 대응과 복원력을 확보하는 등 사회적 의무와 책임을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데이터 이중화 조치 의무화
 

이후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협의회를 마친 뒤 마이크를 잡고 세 가지 사안에 대해 발표했다.


우선, 화재 원인으로 지목 받은 리튬 배터리 저장장치에 대해 "소방청이 TF를 구성해서, 발전하는 과학기술문명에 의해 에너지 저장장치가 급속도로 사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여러 가지 소방에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청했다"라고 밝혔다. "리튬 배터리에 대한 전원장치가 화재가 났을 때, 물에 배터리를 잠그는 것 이외에는 다른 화재 진압 방법이 현재까지는 없는 게 사실"이라며 "예산을 더 투입해서라도 화재에 대한 준비를 해주십사 요청했다"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기간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데이터 서버를) 이중화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해서는 현재 이중화(의무화)가 안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이중화를 반드시 해야겠다는 게 오늘의 의견들"이라고 전했다. "국민 생활에 상당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들에 대해서도 이중화를 서두르도록 하겠다"라며 "국회에서 입법적 지원을 하겠지만, 정부에서도 입법이 되기 전에, 이중화가 안 되어 있는 곳은 행정 권고를 통해 이중화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보상과 관련한 문제"라며 "피해 규모가 크고 광범위한 만큼,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카카오에 요청했다"라며 "방송통신위원회에 온라인 피해 신고센터가 있다. 피해에 대해서 접수를 받으면서 국민이 피해를 보신 부분이 있으면 정부에서도 나서달라는 요청을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데이터 이중화 조치 차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라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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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관련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채익 행안위원장, 성일종 정책위의장, 주 원내대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 남소연

 
그러나 이날 당정협의의 결과로 내놓은 '안전장치'가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이다. 당장 성일종 정책위 의장 역시 카카오 측에 피해 보상을 요청하는 문제에 대해서 "민간기업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저희가 적극적으로,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인정했다. 그저 "이번 사태에 대해서 상당한 책임이 회사에 100% 있다고 보이고, 그에 따르는 후속 조치도 카카오가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바란다"라는 당부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데이터 이중화를 강제하는 문제는 이미 여야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부분이다. 성일종 의장은 "연말 이전에라도 여야가 합의할 수 있으면 우선적 법안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미 데이터를 이중화 해뒀고, 그 때문에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고 여러 차례 해명했다. 단순히 논리적 이중화를 넘어서, 물리적이고 실제적인 이중화를 사업자에게 강제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날 여당은 '이중화'라는 단어만 반복할 뿐,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법제화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브리핑이 끝난 후 기자들이 관련 질문을 이어갔으나, 성일종 정책위 의장은 "논리적 이중화와 실질적 이중화가 무엇인지 모르겠는데,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백업장치 있어야 되는 것"이라며 "이제 법으로 명시해놓으면, 무조건 해야 되는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을 반복하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규제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성일종 의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에 둔 기업이 많이 나오는 게 사실이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에 더 관심을 가졌지, 소비자 보호에 약했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우선 소비자 보호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데이터 보호가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런 쪽(소비자 권익 및 데이터 보호)에 더 관심을 갖겠다"라며, 사실상 기업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에 대해서는 거리를 뒀다. 이어 "피해자 보호나 데이터센터 보호 같은 이중화 장치에 회사가 갖고 있는 자원을 좀 더 많이 투자"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우리가 좀 더 세밀하게 보면서, 가능하면 소비자 보호라든지 데이터 보호에 조금 더 재원을 써줄 수 있도록 (요청하겠다)"라는 정도의 답으로 갈음했다.
#온라인플랫폼규제 #독과점 #데이터이중화 #국민의힘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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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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