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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간의 논쟁, 외도가 70대 노부부에게 남긴 상처

[TV 리뷰]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22.10.11 15:32최종업데이트22.10.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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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외도는 깊은 상처를 남긴다. 가장 사랑했던, 그리고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는 충격은 시간이 지나서도 쉽게 아물지 않는다. 무너진 신뢰의 기억은 세월이 흘러서 다시 서로를 할퀴는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쳇바퀴같은 악순환을 초래한다.
 
10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지옥> 14회에서는 과거의 외도 문제로 현재까지 갈등을 빚고 있는 70대 '심쿵부부'의 안타까운 사연이 다루어졌다. 황혼을 앞두고있는 장복명(79)-손남숙(73) 부부는 아내 지인의 중매로 만나 결혼하여 47년째 결혼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다정하고 화목해보이던 노부부는 실제로는 34년 전 남편의 외도로 인하여 신뢰가 깨진 이후, 지금까지도 그때의 일로 자주 부부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고민을 의뢰한 부부의 딸은 "과거에 아버지가 실수하셨던 부분이 어머니가 생각이 날 때 마다 화를 내시고, 아버지도 어머니의 눈치를 보게 된다"고 설명하며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까 많이 힘들어하신다. 어떻게 하면 두 분이 과거가 아닌 앞날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도와달라"며 사연을 보내게 된 이유를 밝혔다. 노부부는 부끄러운 과거사를 방송에서 공개해야하는데 망설였지만, 자녀들의 끈질긴 권유로 어렵게 출연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에 응답한 기혼자의 무려 67.4%가 외도 경험(성매매 포함)이 있다고 고백하여 충격을 줬다. 성별에 따른 비율은 남성이 47.4%, 여성은 9.1%가 외도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우리 주변에서 외도가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남편은 "이제 인생을 정리할 시기가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우리 부부를 보고 행복해보인다고 하지만, 스스로 정말 행복하냐고 물어봤을 때 행복하지 않더라"고 고백하며 "앞으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나. 그래서 용기를 내보자고 결심했다. 아내도 동의하며 '(마음의) 수술을 받자'고 하더라"며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부부의 평소 일상이 공개됐다. 부부는 함께 아침식사를 마치고 대화를 주고받으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남편은 아내의 머릿결을 챙겨주는가하면 분리수거나 설거지도 척척 해내며 스윗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과거 이야기가 화제로 떠오르면서 분위기가 급냉각됐다. "나는 조선시대 여자처럼 살아온 것 같다"며 신세한탄을 늘어놓던 아내는, 남편의 과거 외도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아내는 "34년 전 내연녀가 우리 공장에 왔잖아. 그때 대학교 1학년이었다며"라고 폭로했고 남편은 딴청을 피우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은 과거에 직원으로 일하다가 퇴사한 젊은 여성과 외도한 사실이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젊었는지 부끄러운 일이 생겼다"고 고백하며 외도를 눈치챈 아내가 내연녀의 집으로 쳐들어가는 사태가 벌어진 이후로는 더 이상 만난 일이 없다고. 남편은 "이 전쟁(과거 이야기)이 한 번 터지면 아무는데 일주일은 간다. 1년이면 30번은 넘게 있다"며 34년째 계속되고있는 아내의 과거 한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남편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만하자고 호소했지만, 아내의 과거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반복되는 다툼에 지친 남편은 결국 아내에게 전화가 온 틈을 타 자리를 피해 버렸다.
 
남편은 외도에 대하여 아내에게 정식으로 사과했을까. 남편은 "제 잘못을 알고 무릎꿇고 앉아서 '내가 죄인이니 모든 것은 아내의 선택에 맡기겠다. 이혼해달라면 이혼하고, 만일 용서해준다면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다'라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남편의 외도사실을 알았을 때 아내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내는 "그때는 내가 남편에게 집착하면 마음이 더 아플 것 같았다. 그래서 하느님에게 남편을 사랑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스스로 남편이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고 고백하며 상처의 골이 깊었음을 짐작케했다.
 
오은영은 "사랑하는 마음을 없애달라고 기도했다는 것은, 그만큼 남편을 사랑했다는 말"이라고 해석하며 "예전에 아팠던 기억이 불에 달군 낙인처럼 마음의 상처로 새겨져있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유사한 장면이 나오거나 그 기억이 건드려지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느껴져서 괴로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남편의 외도 경험은 알고보니 한 번이 아니었다. 부부는 40대에 첫 번째 외도 사건 이후 새출발을 위하여 창원을 떠나 인천으로 이사왔지만, 남편은 아직 마음을 잡지못하고 방황하던 기간에 두 번째 외도를 저질렀다. 아내가 남편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무너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다.
 
남편은 외도를 후회하며 "내가 또 큰 잘못을 저질렀구나. 내가 정신차리고 아내를 치유해줘야되겠다 싶었다. 그 이후로는 다시 아내에게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다짐했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하여 20여 년간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부부는 함께 다정하게 TV 드라마를 보거나 과일을 먹다가도 불쑥불쑥 과거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아내는 남편이 외도하던 시기에 상처받았던 일화들을 끝없이 털어놓았다. 남편은 아내의 반복된 신세한탄에 지쳐가는 가운데, 자꾸 사실과 다른 이야기까지 섞어놓는데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내는 '내연녀가 아이를 유산했다'거나 '내연녀의 동생까지 학비를 대줬다'는 등 타인에게 전해들은 이야기까지 사실로 믿고 있었다. 남편은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까지 무시하는 아내에 대한 서운함이 커졌다. 서로 다른 기억들을 일방적으로 주장하면서 답이 없는 진실공방속에 부부의 언성은 점점 높아져갔다.
 
한참을 다투던 부부는 남편이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며 자신의 진심을 믿어달라고 호소했다. 남편은 아내를 포옹하며 뺨에 입을 맞추며 다시 한번 지난 잘못을 사과했다. 아내도 눈물을 흘리며 남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화해했다. 지켜보던 이들도 감동했다. 오은영은 아내에게 "사랑하지만 믿고, 밉지만 사랑하는 감정이 오롯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부부의 갈등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부부는 외도기간에서부터 내연녀에게 흘러들어간 돈, 외도기간중 남편이 생활비를 주지않았던 사연까지 서로의 기억과 입장차가 너무 달랐다. 아내에게 생활비란 단순히 부부간의 금전 문제를 떠나 남편에게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우선순위인가의 문제였다. 아내는 생활비를 달라는 요구에 남편이 "왜 피를 빨아먹냐"고 폭언을 한 적도 있다고 폭로했다.
 
남편은 외도기간중 "생활비를 제대로 주지않은 것은 맞지만 내연녀의 생활비나 등록금을 준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의 이야기를 "100% 믿지 않는다"며 굳게 닫힌 마음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도 모두 사실로 믿는 아내에게 "남에게 들은 이야기가 거짓말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이냐 아니냐는 다른 문제다. 이를 구별하지 않으면 마음속 고통의 부피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의 남편은 고령의 나이에도 테니스 동호회에서 활동하며 핵인싸의 모습을 보였다. 아내는 집에서 친구들을 초청하며 다시 남편의 과거 이야기를 언급하며 아직도 응어리가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외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하여 탐문했던 이야기와 함께, 오히려 자신이 내연녀에게 등록금을 쓰라고 돈을 준 일화를 공개하며 충격을 안겼다. 첫 번째 외도를 했던 40대 이후 남편과 부부관계를 하지않았다는 아내는, 어느날 대화도중 남편이 마지막으로 65세까지 성관계를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때까지 외도를 했다는 의심을 품고 있었다.

부부는 그날 저녁 대화를 나누다가 또다시 과거 이야기로 충돌했다. 계속해서 "과거를 시인하라"는 아내의 압박에 폭발한 남편은 "나보고 죽기라도 하라는 거냐. 그러는 당신은 사랑 때문에 나한테 이러는 거냐. 너는 남편 돈보고 이러는 거 아니냐. 그냥 끝내"라며 분노를 드러냈다.
 
남편에게도 아내에게 서운했던 상처가 있었다. 부부는 과거 혼전임신을 했고 남편은 결혼할 준비가 아직 안되었다는 사정 때문에 결혼을 잠시 미루려고 했으나, 아내가 당시 '혼인빙자간음죄'로 남편을 고발했던 것. 남편은 형사들에게 체포되어 유치장에 가야했다. 아내는 신혼초부터 남편이 외도를 했었다고 주장하며 "처음부터 하지말았어야할 결혼이었나"며 회한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급기야 대화를 중단하고 밖으로 나온 남편은 제작진에게 "이건 만년 전쟁이다. 인간의 상식이나 지혜로 풀어질 일이 아니다"라고 호소하며 끝나지않은 부부싸움에 지쳐버린 모습이었다.

아내는 "남편의 사랑같은건 생각도 안 한다. 난 연애를 안 해봐서 모른다. 남편은 옛날에 여자들이랑 연애하러 돌아다녔지 않나. 나도 남편이랑 그렇게 하고 싶다. 단 1년이라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이 남자가 나를 여자로 봐주는구나라고 생각할텐데"라며 못다한 속내를 밝혔다.
 
오은영은 "배우자의 외도는 치명상을 남긴다. 남편 입장에서는 이미 정리가 된 이야기인데 아내가 계속 같은 내용을 반복하거나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고 억울하게 생각될 수 있지만, 아내의 상처에 대하여 깊이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심리검사에서 외향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남편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많아졌지만, 아내가 자신을 외면하면서 가장으로서 권위가 없고 설 자리가 없다고 느끼면서 자존감 저하와 우울감을 느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오은영은 "남편은 주변의 인정과 칭찬을 받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성향"이라고 평가하며 당시 내연녀와의 관계도 사랑이나 꼭 그 사람이라서보다는, 그 순간에 남편의 '인정욕구'를 채워준 대상이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남편의 인생에서 그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한 사람은 아내가 유일하다"는 게 오은영의 분석이었다.

아내는 남편이 지인에게서 받아온 과일을 보고 과거 내연녀 생각이 떠올라 화를 냈으나, "당신이 좋아하지 않으면 갖다버리지"라는 말을 듣고 마음이 풀렸다. 오은영은 "대화의 주인공을 아내인 '당신'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라며 남편의 화법을 칭찬했다.
 
아내는 심리검사에서 '남편과 정서적으로 거리감을 느끼고 무관심하다고 느끼고 있다. 친밀감을 나누지 못하고 심리적으로 지지를 받지못한다고 생각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아내는 문장완성검사에서 공통적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여자로서 사랑받고 싶어한다는 속마음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부부간 대화 방식의 문제로 "서로 마주보고 대화하지 않는다는 것"과 남편이 타인에 대한 감사나 칭찬을 드러낼 때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내지않는 것 등을 꼽았다. 아내가 34년 전 이야기도 어제 일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그만큼 "내가 받은 상처가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한다고.
 
오은영은 서로의 대화 방식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준비한 다음 대화를 시작할 것을 권하면서, 처음에는 두 사람간의 대화를 조율해줄 '중재자'가 필요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오은영은 자신이 첫 중재자 역할을 해주겠다고 먼저 제안하며 감동을 자아냈다.
 
부부는 오은영의 조언에 따라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눴다. 부부는 그동안 못다한 진심어린 고마움을 서로에게 표현하면서 따뜻하게 포옹했다. 상담을 마치고 "마음이 좀 가벼워졌냐"는 남편의 질문에 아내는 "답을 얻은 것 같다"고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지었다. 노부부는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돌아가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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