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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2'의 함정... 현실판 '오징어 게임'과 다를 바 없다

[주장] 재미와 의미 사이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

22.09.18 12:22최종업데이트22.09.1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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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성이라는 목적을 가진 예능프로그램 특성상 그 자체가 이유를 막론하고 재밌으면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다만, 그것이 재미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정당하다는 논리가 돼선 안 된다.

최근 화제를 몰고 있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코 <환승연애2>를 꼽을 수 있다. 시즌1의 인기에 힘입어 또다시 편성된 이 프로그램은 실제 사귄 연인들이 모여 자신의 전 연인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동거를 하며 새로운 인연을 찾거나 전 연인과의 추억을 상기시키며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주고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재미인가 의미인가

TVING <환승연애2>의 한 장면. ⓒ TVING

 

이러한 기획 의도는 시청자에게 쉽게 보이는 것으로 보아, 재미라는 목적만을 두고 본다면 충분히 달성한 듯싶다. 다만, 이 지점에서 드는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 재미는 오로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중요한 것들을 교묘하게 희생시키는 모양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예능프로그램 <환승연애>의 재미는 출연자들이 여러 상황에서 느끼는 '고통'을 시청자들에게 '희열감'으로 전달하는 데서 출발한다. 보통의 연인들에게 있을 법한 이야기들은 물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드는 사실 여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도 보여주고 있다. 다만, <환승연애>의 차별점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전 여자친구, 전 남자친구와 함께 거주하는 공간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에 있다.

즉, 여러 상황에서 오는 감정들을 보다 진정성 있게 보여주고자 하는 장치를 설정한 셈인데, 이는 반대로 말한다면 출연자의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최대한 보여주는 것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주는 목적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감정에 몰입했고 100분 가량이 넘는 긴 러닝타임 동안 별다른 메시지가 없음에도 그들이 생활하고 만나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면서 공감을 하거나 그들의 극적인 감정변화에 재미를 느낀다.

그러나 여기서 이들이 보여주는 감정을 시청자가 온전한 재미로 느낄 수 없는 것은 출연자들의 감정과 시청자 재미가 반대선상에 서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출연자들이 부정적이거나 극한의 감정을 느낄수록 시청자들은 재미와 희열을 느끼게 된다.

예컨대 시즌2에서 나연은 전 남자친구인 희두가 지연과 데이트를 하는 모습을 보며 질투, 미련 등의 감정을 느끼는데 이를 적나라하게 드러낼수록 프로그램은 더욱 재밌어질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새로운 사람인 규민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하는데 그러한 복잡한 상황일수록 프로그램의 몰입도는 더욱 상승한다. 즉, 고조되는 상황에 맞는 출연자의 부정적인 감정이 극적인 형태로 나타날 때 프로그램 특성상 재미가 만들어지는데 불행하게도 이러한 재미는 결코 유쾌할 수 없다. 결국, 그 재미가 누군가의 '진정한' 감정적 희생에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 제작진의 콘셉트에서 불가피하게 형성되는 형태다. <환승연애>의 관계성은 전 연인의 새로운 연애를 직접 마주하고도 무한히 응원해줄 수 있다는 것, 나아가 새로 만나는 전 연인의 상대가 내 룸메이트가 되어도 쿨하게 지내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전제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인물들이 극한의 감정적인 소모를 겪어내며 이 전제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해보인다.

시즌2에서 출연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대체로 전 연인을 마주해서 느끼는 혼란과 그리움, 미련 혹은 새로운 사람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설렘과 새로움 등인데 후자의 경우 그 과정을 전 연인의 모습 앞에서 보여주어야 하는 설정이기에 상당히 복잡한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 이러한 상황을 유쾌하거나 긍정적으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즉, 그 복잡한 상황은 필연적으로 조금 더 부정적인 감정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설계는 더 깊게 교제를 했던 연인일수록 더 심한 고통을 안겨다 줄 수밖에 없다고도 예상해볼 수 있다. 심지어는 동성끼리도 서로 불편할 수밖에 없다. 같은 방을 쓰며 속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대상인 룸메이트가 오늘 데이트를 하고 온 상대의 전 연인일 수 있다는 불안감속에서 감정적 소모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정리하면 <환승연애>는 출연자들의 실제 모습을 사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적 상황을 도출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여 개개인의 극적인 감정을 유도해내는 방법으로 프로그램의 재미를 만들어내고 있다. 

각성이 필요하다

TVING <환승연애2>의 한 장면. ⓒ TVING

 

나아가 이 프로그램은 이성 간의 만남 이후 생겨나는 환승 연애라는 소재를 다소 '가볍게' 활용했다는 점에서 재미의 방향성도 잃어버리고 있다. 누군가를 깊이 알게 되고 교제를 시작한다는 것만큼 값진 일은 없을 것이다. 또 그 경험이 결코 가볍게 여겨져서는 안 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잠수이별, 환승연애'라는 단어는 본질상 연애 이후 상대방에 대한 마무리를 성숙하게 끝내지 못하고 잠수를 타거나 다른 누군가와의 만남으로 마무리를 지어버리는 상황을 일컫는다. 즉, 환승연애라는 개념 자체에서 이미 부정적인 느낌을 지우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프로그램으로 제작했을 때는 분명히 기존의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기 위한, 혹은 예상하지 못한 다른 접근과 메시지가 있어야 했다. 또한 '환승연애'라는 소재 자체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대중에게 전달이 됐을 때 혹시 만남과 이별의 과정에서 전보다 친근한 개념으로 미화되진 않을지 의심해보는 작업도 필요하다. 그러나 프로그램은 헤어진 연인들이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게 환경을 충분히 조성한다는 점에서 소재 자체는 마음껏 활용했지만 그것을 신중하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을 시청자들에게 적극적으로 보여주지는 않는다.

요컨대 '환승연애'라는 개념이 전 연인과의 관계를 깔끔하게 끝내고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개념으로 정리되는 것도 아니고 그 개념을 뛰어넘는 새로운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오로지 전 연인과의 만남을 선택하거나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선택 그 어딘가의 중간에 서서 생겨나는 미지수의 감정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자극성에서만 집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을 보며 그 게임이 가지는 치명적인 문제가 '부'를 가진 이들의 재미만을 위해 희생된 여러 개인의 '인간성'임을 충분히 이해했다. 소수의 가진 자들이 만들어내는 재미가 너무나 이기적이었기에 <오징어 게임>을 시청한 시청자들은 이를 묵직한 메시지로 이해했다. 결과적으로 드라마를 통해, 인간성을 상실한 재미는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인이 공감했다.

이는 사실 모든 오락을 만들어가는 제작자가 동일하게 각성해야 하는 바이기도 하다. 다만, 웹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는 출연자들의 감정을 시청자의 흥미를 자극시키기 위해 다양한 형태로 유도해가면서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데 열중했다는 점. 또한 그 소재가 가지고 있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가져다 주었다. 단순히 재미를 주기 때문에 재미를 느끼는 무방비상태의 시청자는 더이상 없다. 서로의 '인간성'이 존중받는 상황에서 만들어지는 재미만이 자극성과 불편함을 이기고 진정한 쉼과 함께 오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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