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암고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유신고등학교 조영우 선수(오른쪽)가 박지혁 선수와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최근 몇 년 동안 고교야구 전국대회에서 여러 차례 맞붙어 호각지세의 경기를 펼쳤던 유신고등학교와 강릉고등학교가 또 다시 맞붙는다. 두 학교는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인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에서 또 한 번의 일전을 치른다.
두 학교 모두 2일 열렸던 16강전에서 힘이 적잖이 빠졌다. 유신고는 또 다른 라이벌이자 청룡기 결승에서 맞붙었던 충암고와 다시 한 번 열전을 치러 신승을 거뒀고, 강릉고는 장안고를 상대로 밤 11시가 넘는 시간까지 승부를 펼친 끝에 극적으로 승리를 가져갔다.
강릉고와 유신고의 사령탑 모두 긴장하는 경기다. 올해 마지막 전국대회에서 만난 두 학교가 서로의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지만, 두 학교가 워낙 자주 만난 탓에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안다는 것도 중압감이다. 그 두 감정을 이겨내고 4강에 진출할 팀은 어떤 학교가 될 지 주목된다.
두 학교에 만만치 않았던 16강
2일 열렸던 16강전에서는 명경기들이 잔뜩 나왔다. 경남고와 덕수고 사이 펼쳐진 첫 번째 경기는 타격전 끝에 13대 11의 스코어로 덕수고가 승리했고, 이어진 경기에서 맞붙은 장충고와 대구고의 경기에서는 연장 승부 끝에 7-6의 점수로 장충고등학교가 8강의 대권을 잡았다.
오후 늦게가 돼서야 열린 세 번째 경기에서 유신고등학교는 충암고등학교를 만났다. '에이스 배터리' 김동헌과 윤영철이 U-18 대표팀에 차출되어 빈틈이 생겼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대회의 대권을 잡은 경험이 있는 충암고 선수들은 유신고에 까다로웠다.
물론 유신고가 1회부터 박지혁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데다, 4회에는 황준성·심재훈·정영진이 연속 안타를 몰아치면서 두 점을 더 달아나며 승기를 잡나 싶었다. 하지만 충암고의 방망이도 매서웠다. 충암고도 4회 말 다섯 타자가 연속으로 출루하면서 두 점을 따라붙었다.
하지만 유신고가 7회 두 점의 추가 득점을 더 올리면서 경기는 5-2로 마무리되었고, 이미 8시가 넘은 시간. 그라운드를 정리하기가 무섭게 다음 맞대결이 시작되었다. 좋은 선수들이 포진한 장안고등학교가 '신흥 강호' 강릉고등학교와 맞붙었다.
▲ 장안고등학교 선수들이 박건민 감독과 함께 16강전 막판 결의를 다지고 있다. ⓒ 박장식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장안고 박건민 감독의 말처럼 경기는 장안고등학교의 선취점으로 흘러갔다. 경기가 팽팽하게 흘러가던 투수전이 한창 진행되던가 싶던 5회 초 장안고가 유현우의 장타에 힘입어 득점을 올린 것.
하지만 강릉고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5회 말 이강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강릉고는 6회 말 김예준의 역전타까지 터져나오며 순식간에 1-2가 되었다. 시간도 장안고의 편이 아니었다. 22시 50분이 넘으면 선수 보호를 위해 새로운 이닝에 돌입할 수 없기에 장안고 선수들은 최대한 빠르게 공격 이닝을 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 기회인 9회 초에 돌입하려던 8회 말 진행 도중 결국 22시 50분에 시계가 닿으면서 장안고는 아쉬운 석패를 확정지어야 했다. 앞선 경기가 늦어지지만 않았다면, 공격 기회를 한 번만 더 잡았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8강행을 위한 역투를 펼쳤던 장안고의 옆구리 투수 이현욱 선수는 "경기 시간 때문에 아쉽다. 올해는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후회없이 잘 마무리한 것 같다"라며 "남은 기간 더욱 잘 해서 프로 지명까지 받고 싶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유신과 강릉? 붙어봐야 아는 승부 될 것"
▲ 장안고등학교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강릉고등학교 선수들이 교가를 부르며 관중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 박장식
유신고등학교 홍성무 감독은 충암고와의 승부를 이기자마자 강릉고와의 승부를 준비해야 한다. 홍 감독은 "강팀이다 보니까 해마다 결승,4강, 그리고 8강 목전에서 자주 만나는 것 같다"라면서도, "충암고와의 경기는 그래도 상대해 본 투수들과 다시 만나 선수들이 익숙해져서 잘 해준 것 같다"라며 웃었다.
홍성무 감독은 강릉고와의 8강전 경기에 대해 "전국대회는 한 경기 한 겅기 최선 다 하는 것이고, 여기까지 올라왔으면 다 전력 좋은 학교들이니 만큼 준비 잘 해서 8강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충암고 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박시원 선수는 "지난 청룡기 결승 때 우리가 우승했었으니 상대가 더 준비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꼭 이기고 싶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3학년 때 던지는 마지막 대회라 더욱 높은 곳에 가고 싶다. 으쌰으쌰 해서 8강전에서도 이길 것"이라며 각오도 다졌다.
U-18 대표팀 감독으로 나선 최재호 감독 대신 팀을 이끌고 있는 강릉고 이창열 코치는 "상대로 나섰던 1학년 엄요셉 선수가 쉽지 않게 경기를 풀어나갔는데, 상대에 1점을 내줬음에도 선수들이 포기 않고 잘 해준 덕분에 승리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코치는 "최재호 감독님께서 대표팀 일정으로 바쁜데도 조언을 해주신다. 특히 어떤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씀해주시는 덕분에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라면서, "유신고는 라이벌이라고들 이야기하는데, 그래도 올해 청룡기 우승 팀이지만 붙어봐야 아는 것 아닐까. 선수들과 함께 재밌게 경기하겠다"라며 웃었다.
▲ 장안고와의 16강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강릉고 육청명 선수. ⓒ 박장식
이날 승리 투수가 된 2학년 육청명 선수도 "앞선 두 경기에서 제구가 안 좋았어서 걱정이 컸는데, 학교에서 훈련할 때 밸런스 잡으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를 오늘 본 것 같다"라며 기쁜 표정을 드러냈다. 육청명 선수는 "전 대회 단점을 많이 이번 대회에서 보강한 것 같아서, 앞으로의 경기 때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육청명 선수도 투구 수 관리가 된 만큼 4일 나오는 경기에 등판할 수 있다. 육청명 선수는 "유신고와는 라이벌 의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라며 "하던 대로 하면 쉽게 이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두 학교의 8강전은 4일 오전 11시 30분부터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태풍 힌남노의 여파로 인한 비로 맞대결이 취소된 데다 5일에도 비 예보가 있어 상황이 유동적이다. 중계는 SPOTV를 통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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