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국방부, BTS 병역특례 조사? 더 중요한 일은

잊을만하면 터지는 군대 가혹행위와 성폭력 사건... BTS에서 벗어나자

등록 2022.09.01 16:21수정 2022.09.0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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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방탄소년단) ⓒ 빅히트

 
국방부가 다시 한 번 'BTS 병역특례' 논란을 꺼내들었다. 지지부진한 이 문제를 끝내기 위해 국민여론조사를 실시, 병역특례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여론조사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31일 밝혔다(발언 뒤 논란이 되자 국방부 측은 "장관의 발언은 (여론조사가) 필요한지 검토하라는 지시였다"고 해명했다-편집자 주). 

이 여론조사로 BTS가 군대를 가야 하는지 아닌지 결정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는 BTS의 차기 활동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끝날 것인가.

확실한 것은 국방부가 검토중인 이 여론조사가 윤석열 정부 들어 실시되는 병역제도 관련 첫 공론화 의제라는 점이다. 병역제도와 관련한 논의는 통상 격한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격변하는 세계정세와 미래 인구구성의 변화 등을 고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러나 'BTS 병역특례 문제'는 이런 심도 깊은 논쟁으로 들어가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논의되었던 병역제도와 관련한 겉핥기식 이야기들을 반복할 뿐이다. 물론, 병역특례와 관련한 이야기도 분명 병역제도 논의에 있어 한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체는 아니고 가장 핵심도 아니다. 냉정히 말해서 BTS가 군대를 가야하는지 아닌지 이것은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보인다.

내부 병영문화 여전히 후진적인데... 그건 놔두고 BTS 병역특례 여론조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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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제는 지금까지 병역제도에 제기되었던 여러 의제들을 논의해 더 나은 병역제도로 나아가야 할 때지, 어느 가수의 병역 문제를 가지고 토론을 할 때가 아니다. 설사 국민적 여론이 그것을 비껴간다고 할 지라도 국방부는 당사자로서 이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 되는 입장에 있다. 그런 면에서 국방부의 병역제도 관련 첫 공론화가 'BTS 병역특례' 문제라는 것은 심히 아쉬운 일이다.

한국에서 병역제도와 관련 대표적 논의는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징병제의 틀을 유지해야 하는지와 관련되어 있다. 모병제로 전환 징병제의 폐단을 한 번에 뿌리 뽑자는 주장도 있고, 지금의 징병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떤 주장이 되었든 모두가 동의하는 점은 '지금의 제도로는 안 되며, 더 나은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즉, '더 나은 군대'가 '더 나은 병역제도'의 토대가 된다.

의무적으로 군대를 간다는 것이 손해라는 관점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와중에 어떠한 병역제도가 채택되어도 군대로 사람이 몰릴 요인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지는 군대 내 갑질, 가혹행위, 성폭력 등이 그렇다. 현재 군대 관련 소식은 사고의 연발로 가득 채워져 있다. 국방부는 나름대로 선진병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지만, 그 발언이 무색하게 문제는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고 이예람 중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진행 중인 특검은 이런 경향에 정점을 찍고 있다. 오는 12일까지가 수사 기한인 해당 특검은, 창군 이래 군이 받는 최초의 특검이다. 군대가 특검까지 받아야 할 정도로 내부에서 병영문화 개선을 제대로 못해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지금 국방부가 알아야 하는 점이다. 그러니 새정부의 국방부가 우선적으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병영문화 혁신과 관련되어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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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용 전 공군참모총장이 8월 23일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안미영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는 모습. ⓒ 공동취재사진

 
하지만 현재 국방부가 열을 올리고 있는 병역제도 개선 문제는 그런 쪽에 있지 않다. 만일 이 문제에 대해 국방부가 진지했더라면, 'BTS 병역특례' 문제 여론조사를 굳이 먼저 공론화 시킬 필요는 없었다. 병영문화 개선에 관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검토하고 이를 공론화시키는 것을 우선해서 해야 했을 것이다.

대통령실은 지난 7월 22일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윤 대통령이 MZ세대의 군 생활이 안전하고 유익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병영문화를 개선해달라고 당부하면서, 병 봉급 200만원 인상을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말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병영문화 혁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만들기 시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경우 이 문제에 더 절실히 임해야 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취임 즉시 병사 월급 200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파기, 기존 병역제도가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깨버리고 말았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안보에는 자신있다'는 보수정당 대통령 아닌가. 건강한 병영문화가 더 좋은 군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보수정당의 자신감을 잘 펼쳐야 하지 않을까.

'BTS 병역특례' 문제는 국방부가 여론조사를 하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마무리가 될 것이다. BTS는 군대를 가게 될 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여부를 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건, 윤 대통령 본인이 말한대로 BTS를 비롯한 앞으로 입영대상자인 청년들이 군대에 가게 될 때 안전하고 유익할 수 있는 군 생활을 만드는 것이다. 현재 병역제도에 대한 불만을 불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BTS #병역특례 #병역제도 #병역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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