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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상상황', 가장 뜨끔해야 할 사람은

[주장] 권력투쟁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따봉' 받는 여당으로 거듭나야

등록 2022.08.27 12:05수정 2022.08.27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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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을 지켜보던 중 휴대폰을 펼쳐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고 있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우리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권 직무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 공동취재사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구성된 건 '체리 따봉' 때문이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징계를 받자 권성동 원내대표가 직무대행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권 원내대표에게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 내용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것이 드러나자 권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카드를 꺼냈다.

누가 맡겠나 싶었던 어려운 자리는 중립적으로 일컬어지는 주호영 의원이 맡았다. 적어도 거친 입에 대한 리스크는 줄인다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문제는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및 비대위를 구성한 절차였다. 비대위로 전환하는 것이 정당하려면 권 원내대표를 비롯해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는 등 지도부가 공석이어야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비대위 전환 과정을 문제 삼았다. 그렇다면 진짜 비상상황을 맞이한 현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은 직무대행 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만큼 위기를 만들고 비대위 구성으로 위기를 벗어나려 했던 권 원내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지 않은가.

'성찰의 부재' 국민의힘, '마이웨이' 대통령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의 남 탓이 또 시작됐다. 편향적인 판결이라며, 정당 내부 결정을 사법부가 부정한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법원은 가처분 신청이 들어와 각자의 입장을 검토해 판결을 했을 뿐인데, 동네북 신세가 돼버렸다. 애초에 사법부가 판단하지 않도록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자기반성은 보이지 않는다. 1박 2일 연찬회를 마치며 당내 혼란을 반성한다던 결의를 이토록 쉽게 쓰레기통에 내던지고 있는 것이다.

성찰의 부재는 법원 판결에 대한 반응뿐만이 아니다. 연찬회에서 특강 강사가 '젊고 아름다운 여성 4인방' 운운하며 성차별 발언을 해도 박수치며 웃어넘기고, 논란이 되자 뒤늦게 해당 발언에 '유감'을 표하지 않았던가. 기본소득당 여성주의 의제기구 베이직페미가 "성차별적 발언에 환호하고 박수치니 국민의힘 이미지가 그 모양"이라고 촌평했듯 성차별 발언에 동조했던 국민의힘 자체에 대한 성찰은 없었다.


대통령실도 뒤늦은 선긋기를 시작했다. 특강 강사의 성차별 발언이 여론에 뭇매를 맞고 있을 때,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연찬회에 도착했다. 논란에도 '원팀' 외치며 '마이웨이'식 행보를 보인 것이다. '원팀' 구호가 무색하게 대통령실은 법원 판결에 대해 '입장 없음'을 견지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을 비판하는 논란은 성찰 없이 모르쇠하고, 불리할 땐 선긋기 하는 행보가 '내부총질' 메시지 이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권력투쟁에서 벗어나 국민에게 '따봉' 받는 여당으로 거듭나야

결국, 국민의힘의 비상상황은 '내부총질' 메시지가 계기였다. 대통령의 '체리 따봉'이 아니라 국민에게 '따봉' 받는 여당으로 거듭나는 첫 걸음은 이의신청 등의 행보를 멈추고 비상상황의 계기에 대해 명확히 책임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에 줄서기 하는 여당이 아니라 민생을 위해 때론 대통령에 대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경찰국 논란, 검수원복 논란을 넘어 고유가‧고물가‧고금리 등 민생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정기국회에서 논의할 환경을 만드는 것은 여당의 의무다.
 
덧붙이는 글 필자 신지혜는 기본소득당 대변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비대위 #가처분신청 #이준석 #주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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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당의 새 이름, 새진보연합 대변인입니다. 2022년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였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존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정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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