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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의 미학' 유희관, 100승 투수는 역시 달랐다

[TV 리뷰] JTBC <최강야구>

22.07.26 10:14최종업데이트22.07.26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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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밤에 방송된 JTBC <최강야구>서 호투를 펼친 최강 몬스터즈 유희관 ⓒ JTBC

 
1차전을 극적으로 승리하고도 2차전에서 끝내기 패배로 아쉬움을 삼킨 최강 몬스터즈가 제대로 칼을 갈고 나왔다. 몬스터즈에게 첫패를 안긴 동의대학교 정보명 감독은 '보너스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3차전을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내심 3차전도 가져가길 원했다.

그러나 경기 초반부터 호투를 펼친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경기를 지배했다. 현역 시절 느린 공과 정교한 제구력으로 두산 베어스 단 한 팀에서만 101승을 기록한 '원 클럽맨' 유희관은 이날 동의대 타자들을 상대로 '100승 투수'의 클래스를 제대로 입증해 보였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유희관에게 돌아오라고 했던 두산 김태형 감독의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25일 밤에 방송된 JTBC <최강야구>서 호투를 펼친 최강 몬스터즈 유희관 ⓒ JTBC

 
상대도, 카메라 감독도 놀란 유희관의 공

1회말에만 4득점을 기록한 몬스터즈가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여기에 4회말까지 4이닝 연속 득점으로 점수 차를 점점 벌리면서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첫 번째 타석에 이어 두 번째 타석에서도 좌측 담장을 넘겨 연타석 홈런을 터뜨린 정근우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그 사이 몬스터즈 선발 유희관은 패스트볼과 싱커,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섞어가면서 동의대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히 타이밍을 빼앗는 유희관 특유의 '슬로우 커브'가 들어올 때면 타자 입장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최강야구> 카메라 감독마저 놀라게 할 정도였다.

4회초에 첫 실점을 기록하면서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9이닝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것을 목표로 선발 등판한 유희관의 의지는 확고했다. 5회초까지 55개의 공을 던지는 동안 스트라이크와 볼 개수가 각각 45개, 10개로 유희관의 '제구력'이 빛났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연습할 때도 이렇게 나오지 않는다"며 혀를 내둘렀다.

5회초에 이어 6회초에도 공을 던진 유희관은 몬스터즈 창단 이후 최초로 승리투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소화하면서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것) 요건을 동시에 갖췄다. 이승엽 감독 역시 계속 유희관을 믿고 내보내면서 불펜 투수들의 체력을 비축했다.
 

25일 밤에 방송된 JTBC <최강야구>서 호투를 펼친 최강 몬스터즈 유희관 ⓒ JTBC

 
책임감으로 7이닝을 소화한 유희관

내친김에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유희관은 일격을 당했다. 실투를 놓치지 않은 동의대 4번타자 이진석이 우측 담장을 넘기는 큼지막한 투런 아치를 그렸다. 몬스터즈의 창단 첫 피홈런이었다. 6회까지 잘 버텨왔던 유희관의 표정도 한순간에 일그러졌다.

몬스터즈 이승엽 감독은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구원 투수들을 대기시켰고, 완투가 목표였던 유희관은 되는 데까지 공을 던지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타자 정웅찬을 루킹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9번째 탈삼진을 기록했다. KBO리그에서도 개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이 9개(2017년 5월 26일 잠실 kt 위즈전)였는데, 이와 타이를 이룬 셈이다.

7회초까지 90개의 투구수를 채운 유희관은 8회초에도 등판했다. 4회초 첫 실점의 시작점이 됐던 안타를 때려낸 강준서와 승부에서 복수할 기회를 달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승엽 감독과 약속한대로 유희관은 무사 1루에서 강준서를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했고, 8회초 1사 1루에서 송승준에게 마운드를 넘겨주었다.

7회말과 8회말 한 점씩 기록한 몬스터즈가 10-3으로 대승을 거두면서 7할 이상의 승률을 유지함과 동시에 동의대와 3연전을 2승 1패로 마감했다. 또한 유희관은 몬스터즈의 첫 번째 승리투수로 남게 됐다.

경기종료 이후 정근우와 함께 공동 MVP를 수상한 유희관은 "저번 경기 끝나고 (패배한 것 때문에) 화가 나 있었다. 오늘 경기 꼭 이기고 싶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기쁘다. 승승장구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출연으로 '예능감'을 뽐낸 유희관이지만, 이날만큼은 왜 그가 100승 투수였는지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팀 성적이 부진한 두산팬들로선 꾸준하면서도 묵묵하게 마운드를 지켰던, 유희관이 그리울 만한 방송이었다.
최강야구 유희관 두산베어스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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