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자"라고 하는 사람들

공유 생활, 요즘 방식의 공동체

등록 2022.06.22 15:31수정 2022.06.22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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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계를 넘어 함양에 갔다. 내 고향이다. 외국에서 한국 사람 만나면 고향이 경상도라고 하지만 함양 사람을 만나면 서하 봉전이라고 말한다. 


내가 함양에 간 것은 안의중학교 동기들 만남이 있어서다. 1박은 중학교 동기가 운영하는 용추사 입구의 '함양예술마을'에서 하고, 내친김에 전북 장수에 있는 우리 집 누옥까지 행차했다. 참 흥겨운 어울림이었다.

다음날에 또 20여 분의 손님이 우리 집에 왔다. 내가 출연한 케이비에스 다큐 <자연의 철학자들>이 계기였다. 만난 사람들의 공동 화두는 "같이 살자"였다. 같이 살자!

대안의 가족·새로운 가족 많이 등장해

60 중반의 중학 동기들이 1박을 하면서 같이 살자고 할 때는 애잔함이 묻어난다. 동경 어린 그 시절. 돌아갈 수 없기에 더 그리운 그때의 기억. 그때의 감성. 이런 것이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같이 살자"라거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자"라고 하면 슬그머니 머뭇거림이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 지붕 밑에서 한솥밥 먹으며 아예 주민등록지도 옮기고 같이 산다? 이휴~ 그게 그리 쉽나라며. 이른바 공동체 생활. 공유의 삶은 많은 이들을 설레게 했고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했다. 오죽하면 친구끼리는 동업도 하지 말라는 말이 있으랴.


공동체 운동을 연구하며 함양 지곡면에서 동차선가라는 전통찻집을 운영하는 윤중 선생은 동심원적(결속의 정도를 각각의 처지에 맞게), 양서류적(공동체와 세상에 양다리 걸치고), 유목민적(한 지역에 붙박이가 되지 말고) 삶을 제시한다.

한곳에 모여 살면서 땡~ 하고 종을 치면 같이 기도하고, 같이 노동하고, 밥도 같이 먹는 식이 아니다. 동심원적 관계이기 때문에 가운데 원과 바깥 원에 속한 구성원들의 규정력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밥상공동체, 삶의 공동체, 뜻의 공동체가 한데 어울려 있다고 하는 것이다.

사생활 보호되면서 공유의 즐거움 함께

<우리는 다르게 살기로 했다>(조현, 휴, 2018)에서는 기후 위기, 고독사, 은둔형 외톨이, 노령화 시대에는 같이 사는 것뿐이라면서 다양한 삶의 유형을 소개하고 있다. <가족의 파산-장수가 부른 공멸>(엔에이치케이 스페셜 제작팀, 홍성민 역, 동녘, 2017)은 아주 적나라한 노령사회의 민얼굴을 보여준다. 가족파산의 실상을 가감 없이 나열하고 있다.

<쫌 앞서가는 가족>(김수동, 궁리, 2017)>을 보자. 부동산 하나에 모든 희망을 묻고 이를 움켜쥐려고 애쓰며 살아 온 세대들. 정년도 맞고 하니 한적한 곳에 황토집 자그마하게 짓고 구들방 하나 넣어 손바닥만한 채마밭 일구고 살고자 하는 사람들. 자기 앞으로 땅 문서와 집문서가 등기부등본에 오르게 알뜰하게 살아 온 사람들.

그들이 삶이 낭떠러지로 내몰리는 현상을 지적하면서 같이 살 수 있는 공동 주거를 제안하고 있다. 결속감이나 소속감, 정서적 동질성이 옅어지고 가족은 그 본래의 기능까지 상실한 지 오래다. 이혼율의 증가로 한 부모 가정이 늘고 세대 간의 단절로 부모 자식 사이도 멀어졌으며 저출생과 만혼으로 가족 구성원의 절대 수가 줄어버렸다.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절대적인 지위에 있던 가족 친지로부터 공급(!)받던 삶의 소재와 자원들. 지혜, 경험, 생업의 원천. 이것들이 이제는 다른 곳에서 얻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부모형제의 역할은 엄청나게 축소되었다.

대안의 가족, 새로운 가족은 우리나라에 많이 등장했다. 서울 마포구 성미산 마을의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와 은평구의 '구름정원사람들', 부산 대연동의 '일오집', 서울 도봉구에 있는 '오늘공동체' 등이다.

용기를 내서 우리 "같이 살자". 각자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면서 공유의 즐거움이 함께하는 그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오늘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립니다.
#공동체 #공유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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