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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에 가려진 가부장제, '편스토랑' 시청자에 스며들다

[주장]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연출에도 신상이 필요해 EP.2

22.06.16 10:31최종업데이트22.06.1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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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이하 편스토랑)은 새로운 남성상을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혼여성과 남성은 전통적 부부 역할을 강요받고 있었고, 그 배경에는 한국 사회에 존립하고 있는 가부장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결혼을 기점으로 달라지는 메시지가 있는지, 있다면 결혼 이전의 여성과 남성을 다루는 데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해당 연출의 차이를 분석해 보았다.
 
남성성 유지에 대한 갈망

비혼남성의 요리 행위 및 결과는 매번 낯설게 다뤄진다. 이는 최근 가수 이찬원 편에서 그의 깔끔한 집과 능숙한 요리 실력에 놀라는 패널들의 반응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은 '27세 혼자 사는 청년 맞아?', '이모님 같다' 등의 반응을 통해 '요리하는 남성'의 위대함을 강조하고 있었다. 동시에 가사노동에 능숙한 남성 출연진을 '엄마' 혹은 '이모'라는 표현을 활용해 지칭한다. 방송은 이러한 연출을 통해, 가사노동이 '여성의 몫'이라는 기존의 전통적 젠더관을 견고히 했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126회에 출연한 가수 이찬원의 모습 ⓒ KBS2

 
이어 전통적 남성성을 유지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배우 이태곤의 요리는 방송 내내 '남자의 요리'로 소개된다. 재료 손질 중에도 생선을 터프하게 다루는 모습을 부각하고, 팔뚝을 클로즈업해 강조한다. 불을 사용하는 모습에는 '섹시 빌런'이라는 자막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비혼 남성의 요리 행위는 그 자체로 퍼포먼스화 되었다. 또한, 부엌에서조차 마초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를 강조하는 행위는 결국 여성의 공간 속에서 기존의 남성성을 잃지 않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반쪽짜리 셰프, 다시 참한 여성

<편스토랑>에서 여성은 여전히 반쪽짜리 셰프다. 경연 프로그램임에도 방송은 여성 연출에 있어서는 전문성보다 전통적 여성상 재현에 집중한다. 가부장제에 속한 여성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 차이는 기혼, 비혼여성의 출연 장면을 비교했을 때 눈에 띄게 나타난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49회에 출연한 배우 윤은혜와 그를 칭찬하는 셰프 이연복의 모습 ⓒ KBS2

 
배우 윤은혜 회차에선 그의 요리 실력에 패널은 물론 셰프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연예인들 나와서 요리하는 것 중에 역대급"이라며 말이다. "이건 이연복 셰프와 대결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고수야 고수"와 같이 출연자들의 진심 어린 칭찬 리액션은 덤이다. 윤은혜 편의 경우, 지금껏 나온 여성 출연자 중에서 가장 '전문성'을 인정받는 모습이다. 이는 그의 요리가 '집밥'으로 표현되지 않았기에 가능한 결과가 아닐까. 

그럼에도 비혼 여성은 가부장제로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아나운서 이혜성은 '요리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요리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의 요리는 누군가를 위한 요리로 치부되었다. 한 패널은 그가 집에서 공부하는 친구를 위해 직접 요리해주는 모습에 "친구를 6첩을 해주는데, 남자친구는 도대체 몇 첩을?"이라고 말한다. 이는 여성의 요리 실력이 프로그램 내 경연을 위한 경쟁력이 아닌, '참한' 전통적 여성상의 요소로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KBS2 <신상출시 편스토랑> 49회에 출연한 배우 윤은혜의 모습 ⓒ KBS2

 
한편 여성 출연자들은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서조차, 외모 평가를 받는다. 회차마다 여성 출연자의 '몸매'와 '외모'를 칭찬하는 자막은 필수적으로 등장한다. 배우 박솔미와 차예련의 첫 등장 장면에는 각각 '하얀 원피스에 여리여리한 뒤태'와 '여리여리한 체구?'라는 자막이 사용됐다.

요리 개발 과정부터 소개까지 담기도 바쁜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과연 필요한 자막이었는지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이는 윤은혜 편에서도 다시 등장하는데, 이번에는 '민낯'이다. 방송은 그가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는 장면에 '평범한 세안인데 벌써 비범한 민낯'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처럼 여성 출연자들은 셰프로서 요리 실력을 뽐내기에 앞서, 외모 평가를 받았다. 셰프가 아닌 여(女) 셰프로서 재현된 것이다.
 
부엌 속 연출에 담긴 또 다른 의미

기혼, 비혼 출연진을 다루는 연출에는 차이가 있었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뛰어난 요리 실력이 엄마로서 당연한 것으로 그려진 기혼여성과 달리, 비혼여성은 요리의 전문성을 오롯이 인정받았다. 이는 여성이 가부장제에 편입될 때, 요구되는 덕목과 희생이 존재하기에 나타나는 부분이다. 동시에 방송은 전통적 젠더관 유지를 위해, 연출에 있어 보편성을 적용했다. 남성의 경우, 기존 남성성을 잃지 않으려 부엌 곳곳에 마초적 요소를 배치했으며, 여성은 연약하고 부드러운 외형 등을 강조했다.

지금껏 부엌은 오롯이 '여성의 공간'이었다. 특히 가정 내에서는 더욱 그렇다. 각자의 집 부엌에서 서툴지 않고, 오히려 능숙하게 요리하는 남성의 모습은 기존의 인식을 뒤집는 새로운 시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반복적으로 전한 메시지는 오히려 교묘하게 가부장제를 답습시켰다. 이에 이러한 연출이 기존 성 역할을 은근슬쩍 더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성을 느꼈다.
편스토랑 이찬원 이태곤 윤은혜 이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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