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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6용퇴로 민주당 문제 해결 안돼... 세대 매달리면 필패"

[50.4%의 길을 묻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등록 2022.06.07 14:04수정 2022.06.0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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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 지난 20대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심상정 후보, 진보정당 후보들이 받은 득표율을 합한 수치다. 여전히 '개혁'과 '진보 정치'를 소망하는 과반의 국민들이 지향하고 추구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모색해본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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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이희훈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2021년 보궐선거부터 민주당은 3연패다. 변화와 혁신의 외침은 공허해진 지 오래다. '새 정치'의 동력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민주당은 '조국 사태' 이후 세대 프레임에 갇혀 있다. 바로 '586 기득권'과 '이대남'이다. 주류가 된 586 세력과 이에 맞서며 '공정'을 부르짖는 청년 세력의 구도는, 미디어를 통해 굳어지며 '세대'를 정치의 중심에 올려놨다. 대선 후 비대위를 꾸린 뒤에도 민주당 내 정치 개혁은 '세대교체'로 수렴되고 있다. '586 용퇴'에 대한 설왕설래도 갈등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정말 '세대'가 문제일까? 2005년부터 중앙대 사회학과에서 정치사회학, 시민사회와 사회운동 등을 가르치고 있는 신진욱 교수는 지난 2월에 낸 저서 <그런 세대는 없다>에서 "(허구적 세대론은) 특정 집단이 세대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오인하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사회의 불평등과 차별을 정당화하거나 은폐한다"라고 지적한다. 세대 역시 계층으로 갈라지고 있어, 동질적인 집단으로 간주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고위 공직자를 비롯한 사회 상류층의 특권과 불법 문제를 '기득권 기성세대'와 '희생자 청년세대'라는 세대 관계의 틀로 의미화하는 담론이 확장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청년'이라는 세대 전체가 특정 정치 세력에 대한 잠재적 반대 세력으로 자리매김되었다"라고 저서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렇듯 정치 담론으로 작동하는 세대 담론은 세대 문제와 더불어 우리 정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신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586 용퇴론' 등에도 회의적인 이유다.

5월 31일 오전 서울 중앙대 연구실에서 신 교수를 만났다. 이후 지방선거와 정치 현안과 관련된 일부 내용은 서면 인터뷰로 추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계급 투표 성향 나타나... 대선에서 고자산층 윤석열·저자산층 이재명 찍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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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이희훈

  
- <그런 세대는 없다>를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계급 배반 투표'가 일어난다는 통념과는 달리, 2010년 이후부터는 노년층을 제외한다면 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진보적 정치 성향을 보이는 계급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과거 한국 사회에선 계급 균열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로는 약하게나마 '계급 균열'이 나타났다. 87년 민주화 이후에 일차적으로는 출신 지역에 따른 지역주의 균열, 2002년 대선을 계기로는 세대에 따른 이념과 가치의 균열이 일어났다면, 2010년대에는 거기에 계급 균열의 측면이 더해졌다.


계급 배반 투표로 보이는 현상은 실제로는 연령 효과에 가려진 측면 있다. 노인 세대에서 저소득층이 압도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분들이 저소득층이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노인층이기 때문에 보수정당에 투표를 많이 하는 것이다. 그 연령 효과를 통제하고 50대 이하로 보면 2010년대 들어서는 다양한 의미에서 계급적인 위치에 따른 의식과 정치 성향이 완만하게 나타나고 있다.

'자산>주거>소득별'로 이 현상은 두드러진다. 가장 뚜렷하고 일관되게 계급균열이 나타나는 부분은 자산이다. 2010년대 연구결과들에 따르면, 저자산층은 진보 성향이고, 고자산층은 보수 성향이다. 자산이 아주 많은 '슈퍼 리치'는 극우적인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지난 대선에서 고자산층은 윤석열을 찍고, 저자산층은 이재명을 찍는 계급 투표가 나타났다는 연구 보고를 최근 접했다.

주거 측면에서 자가 보유집단이 보수적이다. 세입자 집단이 더 진보 성향을 띠며 민주당 내지는 정의당에 투표하는 경향이 있다. 소득의 경우 계급성향이 자산만큼 뚜렷하지 않지만, 소득이 높을수록 복지에 더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의 상관성이 나타나기도 했다. 단지 한국 사회가 '불평등하다'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과 정치적 선택 역시 그 결을 따라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민주당이나 정의당이 이 거대한 정치적인 저수지에서 잠재력을 결집하고 조직하고 증폭시키는 정치를 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 실제로 책에서 제시한 다수의 인식 조사에서는 '계층 갈등'을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갈등으로 꼽는 사람이 많았다. 그럼에도 2030의 투표율과 민심, 그리고 세대라는 요소가 우리 정치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세대 갈등이 심각하냐'라고 물어보면 대다수 조사에선 '심각하다'란 대답이 나온다. 청년층만 아니라 노년층도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러 가지 갈등과의 관계 속에서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세대 갈등에) 얼마만큼의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느냐, 이건 다른 질문이다.

한국 사회에선 국민 인식과 정치담론 사이 불일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한국 정치권·미디어에선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을 의제 중심에 놓고 증폭시키는 반면, 정작 대다수가 가장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계층 격차는 비가시화되고 비언어화된다. 지난 대선에서도 계층 갈등이 누구를 선택할 것이냐를 가르는 이슈가 되지 못하지 않았나. 많은 사람들은 계층 갈등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그에 따라서 투표까지 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갈등을 의제화시키고 정치적으로 풀어가는 데는 실패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대 갈등에 따른 불평등은 한국 사회 특정 부문에선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마치 한국 사회의 거시적인 불평등 구조인 것처럼 일반화하는 데서 대단히 많은 문제가 생겨난다. 한국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는 어떤 의미에서도 세대 간 불평등 문제로 얘기할 수 없다."

"청년 내 격차 커졌다... 70%의 삶 외면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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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이희훈

 
- 하지만 담론을 생산하는 사람들이 '세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제 선거에서 '세대', 그리고 '젠더'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2년 대선부터 시작한 '젊을수록 진보, 늙을수록 보수'라는 도식이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또 이번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깨졌다. 오히려 2030 세대의 정치 특성이 그 어느 선거 때보다도 혼란스럽고 가변적이었기 때문에, 모든 정당이 세대 담론을 동원해 유권자층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기려는 경합이 치열해진 것이다.

2030은 '세대 정치' 집단이 아니다. 정당에 대한 충성도나 일체감이 가장 약한 세대다. 그런데 이들은 전략 투표를 한다. 2030 유권자층을 가른 것은 잘 알려졌다시피 '젠더 균열'이었다. 그러면 '세대 균열', 즉 세대에 따라 정치성향이 갈라지는 경향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하나가 참이면 다른 하나는 거짓이어야 하는데, 둘 다 참인 것처럼 믿게 되는 것이 담론의 힘이다. 

또 다른 하나는 2030에서 어떤 식으로든 계급 균열이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앞서 말했듯 지난 10년 선거 추이를 봤을 때 청장년층에선 자산이나 주거에 따른 투표 성향의 균열이 강하게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는 '불평등 구조에 의해 갈라진 삶을 살아온 청년들이 어떻게 하나의 세대로서 비슷한 삶을 살고 비슷한 인식을 가질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정치 영역에서 2030 세대는 남녀 측면뿐 아니라 계급적으로 갈라진 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세대 정치' 측면이 약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기성세대들보다 지금의 청년들 사이에서 '세대 내 격차'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나?

"일단 세대 내 격차가 가장 심한 것은 노년층이다. 사실 20대는 자산이 없는 사람이 많아서 격차가 별로 크지 않다. 직업이나 소득 계층도 아직 고착되기 전이다. 하지만 지난 20년 동안 '세대 내 불평등'이 가장 심해진 세대는 20대다. 2000년대 초반에 20대는 '중간층'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측면에서 열악한 상황에 놓인 계층이 30% 가까이 된다. 또 반대로 여러 측면에서 안정된 계층이 30% 가까이 된다. 20대에서 세대 내 양극화는 분명 심해지고 있다. 

1/3이 여러 측면에서 안정적인 계층이라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정책에 대한 비토 그룹이 상당히 있단 거다. 이 구조를 인식해야민 청년 공정 담론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 때 '기회의 평등 YES, 결과의 평등 NO'라는 플래카드를 들고나왔던 집단은 청년이다. 마찬가지로 정규직화의 대상도, 정규직화를 지지하는 연서명 캠페인을 벌인 집단도 청년이다. 그런데 전자는 '청년의 목소리'로, 후자는 비정규직 내지는 노동단체의 목소리로만 담론화됐다. 

그런데 만약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능력주의 공정 담론 지지 청년층이 극소수였다면 그 담론의 기반이 약했을 수도 있다. 상층이나, 중상층 청년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 담론을 지지하는 사회적인 토대를 갖춘 것이다.

청년층 내 하층의 삶이 가시화되지 못하게끔 하는 미세한 메커니즘이 있다. 20대 학령 인구 중에 대학 진학률이 70%가 된다고 이야기한다. 여기서 4년제만 놓고 보면 53%, 즉 반 밖에 못 간다. 이것은 서울 소재 4년제 대학과 지방거점국립대학(지거국), 그리고 지방 사립대로 나눠진다. 노동 생애 궤적 추적을 해보면 지방 사립대 졸업자의 다수는 전문대나 비대졸자와 크게 차이가 안 난다.

'서울대 나와도 취직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 지금 청년들의 상황을 압축적으로 말해주는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는, 서울 4년제와 지거국 20~30%를 제외한 나머지 청년들은 모든 담론과 정책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뜻한다. 사실 지식인이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젊은 세대라는 것이 자기 자식 혹은 자신들이 보는 대학생들 아닌가. 그걸 넘어서서 소외되고 배제돼 온 청년들의 현실이 우리 사회 공론장에 올라오게끔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라고 본다."

민주당은 '딜레마' 극복할 리더십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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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이희훈

 
- 결국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민주당의 경우 강성 지지층 영향으로 일부 이슈에만 몰입하고, 계층 문제를 과거보다 더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아가 정치인들이 자신의 계층적 이해관계에 따른다는 생각도 드는데? 

"요지는 중산층이 민감한 이슈와 저소득층이 민감한 이슈를 연결시키는 노선과 프레임을 발전시키지 않으면 민주당은 51% 이상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사실 중산층은 민주주의 이슈에 되게 민감하고, 그들을 버리면 51%가 될 수 없기도 하다. 그런데 예를 들어 (그들이 원하는) 검·언개혁에 몰입을 하면 저소득층의 이해관계를 놓치게 되는 위험이 있었다.

사실 회원 규모가 많은 시민단체나 사회운동단체에도 민주당원이 상당히 많다. 민주당의 중산층 이슈에 태클을 걸면 다음달에 회원이 빠져나간다. 중앙선관위 통계로, 전체 선거인 수 대비 정당 당원 수는 2010년 12%에서 2020년에 20%로 급증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이 405만 명으로 가장 많고, 그중 22%가 당비 당원이다. 국민의힘 당비 당원 비율 10%보다 훨씬 높다. 열성적이고, 중산층 이슈에 집중하는 당원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이 딜레마 상황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둘 중 어느 하나를 버리면 51%가 안 된다. 어느 한쪽이 버림받았다고 느끼지 않게끔 만드는 정치적인 리더십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유권자층 중에서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정치인들뿐 아니라 강성 지지자 및 당원의 (저소득층이 아닌) 계급적인 구성과도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정치 개혁에선 '586' 집단의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가장 주목받은 현상도 박지현 vs. 586 주류 정치인이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얘기한 내용을 들어 보면 이 상황은 단순한 '세대 갈등'이라고 보긴 어렵다. 어디서 해법을 찾아야 할까?

"민주당은 다가오는 전당대회에서 '586용퇴'와 '세대교체론'으로 문제의 본질을 피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박지현 비대위원장 체제 하의 당내 갈등 구조를 잘 봐야 한다. 박 위원장의 '젊은 여성 개혁파'라는 위치성은 마치 '중년 남성 기득권'과 대립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지만 이는 착시이고, 그에 기반한 진단·대안은 실패한다.

박 위원장과 대립했던 쪽은 민주당 지도부를 차지하고 있는 몇 명의 586세대 정치인들이 아니라, 민주당 정치엘리트 집단과 그 핵심 지지층 집단 간의 폐쇄적 수직동맹 구조다. 이를 구조라고 말하는 이유는 첫째는 상당한 규모이고 둘째는 견고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의 특징은 정당정치와 시민정치 간에 건설적 긴장 없이 융합돼, 이견과 비판을 강력한 결집력으로 무력화시킨단 점이다.

조금 더 세밀히 보면, 민주당 정치엘리트 집단은 '586세대' 지도부만이 아니라 상당수의 30~40대 '공격수' 정치인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70년대생 정치인들도 시민사회의 신망을 받고 정치권에 들어왔으나 기존 권력구조에 균열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 586이 물러나고 세대교체를 한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어갈 새 지도부가 될까?

다음으로 핵심 지지층 집단의 세대구성을 보면, 지난 수년 간 강고한 지지를 보여 온 40대가 그 중심에 있다면, 수적으로는 그보다 적지만 강한 발언권이 있는 50대 전통적 지지층, 보다 최근엔 2030 여성층의 일부가 형성한 '개딸' 그룹이 결합했다. 대단히 넓은 세대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박지현 위원장이 '젊은 민주당', '586 용퇴'라는 세대론적 전선을 그었을 때, 박 위원장의 편에 서줄 결집된 젊은 세대 정치인과 지지층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민주당의 개혁을 '세대교체' 프레임으로 접근한다면 당의 진짜 갈등 전선은 전혀 포착될 수 없다. 이재명계, 이낙연계 등으로 수직으로 세워진 정치권·지지층 동맹의 '기둥들'이 서로 당권을 놓고 싸우는 판에, '586 용퇴'는 실체 없는 정치적 레토릭이자 상대편을 공격하기 위한 무기에 불과할 것이다. 

폐쇄된 구조를 열고 일차적으론 정치 고관여 핵심 지지층만이 아닌 잠재적 민주당 지지층을 포용할 수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이차적으론 민주당 지지층을 넘어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을 추구하고 발휘할 수 있는 세력이 성장할 수 있느냐, 그런 세력의 성장을 촉발시킬 수 있는 리더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데, 당분간은 비관적이다."

"사회운동에서 2010년은 전환점... 청년 사회 운동 이끈 이들이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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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 이희훈


- 그렇다면 문제는 '어떤 세력'이냐인데, 정치권에서 계층 문제를 비롯해 가시화되지 않은 사회 갈등을 담아낼 수 있는 전략,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대안 세력은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까?

"사회운동 측면에선 2010년이 중요한 전환점이다. 2010년에 청년유니온, 2011년에 민달팽이 유니온, 2013년 알바연대, 그 이후 안녕들 하십니까,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헬조선 현상, 이것이 다 이어진다. 그렇게 2010년~2015년에 '반 신자유주의'와 '반 불평등'을 내건 사회 운동의 새로운 주기가 청년유니온을 통해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구조적인 세력 형성이 2010년대에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고, 이것을 저는 '청년 주체의 사회 운동'이라고 표현한다. '청년 당사자 운동'이라는 표현도 사용되는데, 저는 이 운동들의 당사자성을 노동자, 구직자, 비정규직, 세입자, 여성의 당사자성으로 정의하는 게 옳다고 본다. 젠더와 계급 등 전 세대적인 구조적인 문제와 씨름을 하는 집단들이 새롭게 탄생한 셈이다. 그리고 이 세력의 탄생은 10~20년 뒤의 정치 변동을 예고한다고 본다. 

새로운 세대가 주체가 된 새로운 흐름들은 정치와 행정의 영역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에서 시작된 '혁신 거버넌스'의 사이클과 정확히 맞다. 이것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면서 보수 정당이 지자체장으로 있는 지역에도 매우 빠르게 서울시의 '혁신 거버넌스' 모델이 파급이 됐다. 그 과정에서 대단히 많은 청년들이 전국적 범위에서 활동하면서 행정과 정치, 그리고 조직 운영을 경험했다. 동시에 이들은 전국적 네트워킹을 이루고 있다. 

이것의 역사적인 의미를 정리하자면 8①0년대 민주화 운동 세대 이후에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운동적인 활동과 거버넌스의 참여 등 포괄적인 경험과 역량을 축적하기 시작한 첫 번째 세대가 등장했다는 것이고, 이들이 잠재적인 세력으로 전국에 있다는 사실이다. 저는 이 세력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 당직자로 간 사람(청년)들보다 훨씬 더 넓은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점조직처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들은 아직까지 '청년' 의제와 거버넌스 하위파트너 역할에 갇혀서, 우리 사회 전체의 구질서를 타파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결집된 세력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정치에 대한 새로운 비전과 가치와 담론을 조직하고 표방하는 세력으로서 등장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은 때가 아닐지 모르지만, 이 세력이 부재하거나 잠재성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인터뷰①- 이진순] "586 자긍심, 개혁 걸림돌...청년 정치인 전면 나서야" (http://omn.kr/1yd7o)
[인터뷰②- 홍세화] "민생 실패가 정권 뺏긴 원인... 진보세력 겸손·학습 필요" (http://omn.kr/1z4u8)
#신진욱 #그런세대는없다 #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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