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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싸울 것" 푸틴에 맞선 체첸·벨라루스인들

[마초의 잡설 2.0] "우리에겐 공통의 적이 있다"

등록 2022.05.09 11:16수정 2022.05.0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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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난 2월 24일 오전 5시(현지 시각) 시작됐다. 세계 각국의 군사력을 비교하는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는 러시아가 세계 군사력 2위, 우크라이나는 25위로 평가했다. 그래서, 대부분은 개전 후 며칠 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 국토를 쉽게 점령할 줄 알았다.

그러나, 70여 일이 지난 지금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개흙에서 발을 못 빼고 있다. 독재자 푸틴의 동맹은 벨라루스와 체첸뿐이다. 푸틴의 '특별 군사작전'이 시작되자, 체첸 수장 람잔 카디로프는 체첸 용병을 보내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와 싸우게 했다.

나는 지난 4주간 복수의 체첸 독립군, 벨라루스 지원병들, 벨라루스 사이버 파르티잔과 전화, SNS,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했다. 보안상의 문제 때문에 구체적인 인터뷰 수단 및 이메일 주소 등은 공개할 수 없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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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으로 편성된 체첸의 셰이크 만수르 대대 전사들이 전투에서 러시아 군을 격퇴한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천 명의 외국 무슬림 전사들이 우크라이나 편에서 참전하고 있다. ⓒ Mandalorian82!(Reddit)

 
체첸 독립군

우크라이나 편에서 러시아와 싸우는 체첸과 타타르 무슬림들이 있다. 일부는 2000년 이치케리야 체첸공화국이 러시아에 붕괴하자 외국으로 탈출해 체첸의 독립을 투쟁하던 전사들이다. 친 우크라이나 체첸인들로 편성된 부대가 러시아가 암살한 체첸 지도자 이름을 딴 조하르 두다예프 대대다. 이 부대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분리주의자와 러시아 군대에 맞서 싸우는 대표적인 체첸 지원군이다. 

부대장은 "진짜 체첸인들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돕는다. 우리는 끝까지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울 것을 맹세한다. 체첸인들이 러시아로부터 여러 번 대량 학살을 당했으면서 어떻게 지금 러시아 편에서 싸울 수 있다는 말인가! 이것은 어떤 종교나 개념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하나는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친러세력을 공격하고 있는 무슬림으로 편성된 셰이크 만수르 대대다. 그들이 수천 명의 다른 외국 무슬림 지원자들과 함께 공동의 적인 러시아로부터 우크라이나를 돕겠다는 동기는 단 하나 우크라이나인들이 겪고 있는 사태가 자신의 운명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망명 중인 체첸 임시정부의 수장인 아흐메드 자카예프는 SNS를 통해 해외에 거주하는 모든 체첸인이 우크라이나 편에서 함께 싸우도록 호소하고 있다. 유럽 전역으로 흩어진 체첸, 잉구스, 다게스타니스, 오세티야 등 러시아가 무력으로 점령한 코카서스 지역 국가 국민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편에서 싸우고 있다. 비록 그들의 조국은 러시아에 점령당했지만, 그들은 우크라이나 편에서 계속 저항하고 있다.


벨라루스 전사들

벨라루스의 루카셴코 대통령은 러시아 병력과 군수물자 이동을 도왔다. 덕분에 러시아는 쉽고 빠르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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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벨라루스 국기를 배경으로 벨라루스 카스투스 칼리노스키(KK) 대대 병력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전의를 다지고 있다. 벨라루스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단 하나의 이유는 루카셴코 정권을 몰아내고 벨라루스를 자유롭게 해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루카셴코를 쫓아낸 수도 민스크 거리를 당당하게 행진하는 게 꿈이다. ⓒ Antos Tsialezhnikau

 
알렉산더 루카셴코의 27년 장기 독재는 벨라루스를 유럽의 최빈국 중 하나로 추락시켰다. 그래서, 많은 벨라루스인이 '러시아의 꼭두각시'인 독재정권에 환멸을 느껴 조국을 떠났고, 일부는 우크라이나에 정착했다. 우크라이나 법에는 외국인이 우크라이나 군에서 병역을 마치면 시민권을 주는 혜택이 있다. (관련기사: 우크라이나로 모여드는 다국적 의용군을 아십니까 http://omn.kr/1xy51)

벨라루스인 수천 명이 온라인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지원하고 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있는 벨라루스 임시 모병소에도 수천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물론, 철저한 심사를 통해 부적격자와 루카셴코 측 프락치를 가려내고 있다. 그렇게 선발돼 복무하는 벨라루스 지원 병력은 약 5백여 명이라고 한다.

카스투스 칼리노스키(KK) 대대는 3월 9일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영토방위군에 배속됐다. 부대 명칭 카스투스 칼리노스키는 19세기 벨라루스가 러시아 점령당했을 때 혁명을 이끌었던 지도자다. KK 대대원 일부는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침략했을 때 우크라이나군으로 참전했던 벨라루스인들이다. 지난달에는 2022~2021년 벨라루스 반정부 시위를 주도했던 수천 명의 반체제 인사들이 대거 지원했다. 직장인, 언론인, 기술자, 노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들이었다.

KK 대대는 SNS에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에 충성 맹세를 하는 영상과 우크라이나군 신분증을 든 사진도 올렸다. 200여 명으로 구성된 KK 대대의 모토는 "우크라이나 먼저, 벨라루스 다음"이다. 그들은 독자적 특수작전과 자치권 유지를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방위군 소속 국제부대(ILTDU)에 편입하지 않았다. KK 대대는 우크라이나군에 소속된 벨라루스 부대 중 최정예 부대로 수도 키이우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러시아와 싸우고 있다. 참전 후 KK 부대원 3명이 전사했다.

푸틴은 루카셴코가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군대를 우크라이나에 파병하길 바라지만, 루카셴코는 파병한 벨라루스군이 우크라이나 군에 투항해 총부리를 자기에게 겨눌까 봐 극도로 파병을 피하고 있다. 벨라루스인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싸우는 단 하나의 이유는 루카셴코 정권을 몰아내고 벨라루스를 자유롭게 해방하기 위한 것이다. 그들은 루카셴코를 쫓아낸 수도 민스크 거리를 당당하게 행진하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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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참전 중 전사한 벨라루스 KK 부대원 영결식장. 벨라루스 국기로 덮힌 전사자 관 앞에서 동료 전우가 오열하고 있다. KK 부대가 참전해 러시아 군과 싸우며 부대원 3명을 잃었다. ⓒ Belwarriors

 
사이버 파르티잔

이탈리아어 파르티자노(Partigiano)에서 유래한 파르티잔(빨치산)은 유격전 부대 또는 유격대원을 뜻한다. 벨라루스인들로 구성됐다고 추측하는 사이버 파르티잔은 벨라루스와 러시아군의 사이버 체계를 교란, 마비시키는 공작을 하는 비밀결사 조직이다.

위장 명 '사이버 파르티잔(CP·Cyber Partisan)' 대변인 율리아나 셰메토베츠와 어렵게 접촉했다. CP가 푸틴의 침공에 반대해 사이버 전쟁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자유로운 우크라이나가 없이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벨라루스도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는 공통의 적을 가지고 있다. 푸틴과 독재정권이다. CP는 이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모든 공작을 실행하고 있다.

사이버 파르티잔은 벨라루스어로 "저항"의 의미인 수프라티우(Suprativ) 협의체의 세 조직 중 한 조직이다. 다른 두 조직은 위장 명 '나는 황새(FS)'와 '인민자위여단(SD)'이다. FS는 정권의 사회기반시설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유형의 물리적인 파괴 공작을 담당한다. SD는 시민들에게 진압경찰에 맞설 호신술을 가르치고 평화롭고 안전한 시위를 진행, 기획하는 등 시위대의 안전에 대비하고 있다.

저항 협의체는 2021년 5월에 결성됐고, 모든 안건은 대표자 없이 토론과 표결을 통해 결정한다. 사이버 파르티잔은 2020년 9월에 결성했다. 초기에는 국영방송 TV를 해킹해 벨라루스 경찰이 평화적인 시위자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동영상을 송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경찰의 강경 진압이 계속되자, 보다 적극적인 작전을 실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후 우크라이나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몇 가지 비밀 공작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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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벨라루스 군을 상대로 비밀 사이버 공작을 하는 사이버 빨치산 로고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해커 그룹에 러시아 군에 대한 데이터, 팁 및 정보를 지원해 주고 있다. 구성원들 이름, 성별, 인원수, 직업 등 모두 극비다. ⓒ Cyberpartisans

 
CP 대원들은 루카셴코의 비밀경찰에 여러 번 위협당했다. 또한 CP가 개전 초기 벨라루스 철도 운영시스템을 공격해 무력화시킨 후 러시아군이 CP를 여러 각도로 추적한다는 것을 느꼈다. CP는 현재 국제 해킹조직인 어나니머스와 공조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비밀리에 우크라이나 내 여러 해커 그룹에 러시아 군에 대한 데이터, 팁 및 정보를 지원해 주고 있다. CP의 실체나 공작 결과 등을 지금은 공개할 수 없지만, 사이버 비밀공작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율리아나는 해커가 아니지만, 사이버 비밀공작 및 반정부 운동을 하는 사이버 파르티잔을 공식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그녀는 조국 벨라루스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것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그래서, 그녀는 항상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녀는 사이버 파르티잔과 벨라루스 국민들을 지지하는 모든 사람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 그녀는 강력한 독재 정권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세계인들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마무리했다. 5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현재 미국 릿거스 대학에 연구원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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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빨치산(CP)’ 대변인 율리아나 셰메토베츠. 5개 국어를 구사하는 그녀는 현재 미국 릿거스 대학에 연구원으로 있다. ⓒ Yuliana Shemetovets

 
루카셴코는 푸틴의 가까운 동맹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눈 밖에 나거나 내전이 발생해 자신들의 기득권을 잃을까 봐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우크라이나 편에 선 벨라루스인들을 비난한다. 그러나, 대다수 벨라루스 국민들은 오래전부터 독재에 대항하는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2020년 정권이 저지른 불법폭력과 부정선거를 비난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반대한다.

UN은 우크라이나 영토 돈바스나 크름반도의 러시아 강제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영향력이 큰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도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분위기다. 중앙아시아가 언제든지 푸틴의 다음 목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쟁은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전혀 새로운 형태다. 우크라이나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1%로 우크라이나 국민과 참전군인들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있다. 그 뒤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의 도움이 컸다. 개전 초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각종 기간시설을 파괴하면서 인터넷망도 끊겼다. 그런데, 머스크가 우크라이나에 스타링크 위성과 장비를 빠르게 지원했기에 가능했다.

인터뷰 말미에 한 벨라루스 전사는 "남한의 한 독재자는 20년 만에 측근의 총에 죽었다(박정희를 의미한 듯. 정확히 정권을 잡고 18년 5개월 만에 죽었다). 그런데 루카셴코는 27년째 독재하고 있다. 우리(벨라루스)나 러시아나 독재자에게는 빨리 비참한 말로가 오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를 떠난 피란민은 556만여 명이다. UNHCR은 연말까지 최대 830만 명이 우크라이나에서 탈출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크라이나 국제 군단 산하에는 러시아군에서 투항한 병력으로 구성된 자유 러시아 군단과 우크라이나군을 대신해 지원병들을 훈련하는 벨라루시 파호니아 연대, 캐나다 예비역으로 편성한 캐나다-우크라이나 여단, 다국적 예비역의 노만 여단 등을 포함해 올 3월 7일 기준 약 52개국 2만여 명이 참전하고 있다고 우크라이나 정부는 주장하고 있다.
#조마초 #마초의 잡설 #MACHO CHO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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