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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력 논란, '원맨쇼'로 정면 돌파한 여배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김선아 원톱 주연 액션 코미디 <잠복근무>

22.05.06 09:05최종업데이트22.05.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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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나이로 45세가 된 하정우는 지난 2018년 8월 <신과함께: 인과 연>을 통해 최연소 1억 배우에 등극했을 정도로 한국영화계에서 최고의 흥행파워를 자랑하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촬영했던 영화들의 개봉이 밀렸지만 하정우는 고 손기정 선수를 연기한 강제규 감독의 < 1947 보스톤 >과 <터널>을 만들었던 김성훈 감독의 <피랍> 개봉을 앞두고 있다.

역시 40세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비주얼과 연기력을 겸비한 최고의 스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공유는 2016년을 기점으로 당대 최고의 배우로 우뚝 섰다. 2016년 여름에 개봉한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으로 1100만 관객을 동원했고 두 달 후에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밀정> 역시 750만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그리고 그 해 연말에는 그 유명한 드라마 <도깨비>가 방영을 시작했다.

이처럼 대단한 스타배우인 하정우와 공유도 배우로서 완전히 무르익기 전인 2000년대 중반엔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경험을 쌓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시절, 두 배우가 함께 출연한 영화가 두 편이나 있었다. 하나는 하정우와 공유가 각각 OB베어스의 4번타자와 에이스로 출연했던 야구영화 <슈퍼스타 감사용>(2004년 개봉)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김선아가 원톱 주인공으로 나온 박광춘 감독의 코믹 액션영화 <잠복근무>였다.
 

<잠복근무>는 김선아의 원톱영화였음에도 전국 200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했다. ⓒ (주)쇼박스

 
연기력 논란 정면돌파로 극복한 여성배우

대구에서 태어나 고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선아는 초등학교 졸업 후 일본과 미국으로 이주해 학창시절을 보냈다. 성인이 된 후 1995년 슈퍼모델 선발대회에 출전해 연예계 관계자들의 눈에 띈 김선아는 1996년 화장품 CF에 출연해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라는 광고카피를 유행시키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김선아는 큰 키와 이국적인 외모로 주목을 받았지만 사실 데뷔 초 김선아의 행보는 그리 순조롭지 못했다.

김선아의 가장 큰 핸디캡은 역시 어설픈 연기였다. 김선아는 길었던 해외생활 탓에 한국어 발음이 다소 서툴렀고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연기를 배울 기회도 없었다. 김선아는 데뷔 후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언제나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김선아는 계속 영화에 집중했고 특별출연한 이준익 감독의 <황산벌>에서 계백장군(박중훈 분)의 부인을 연기하며 짧지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03년 <위대한 유산>으로 220만 관객을 모은 김선아는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와 <S 다이어리>에 이어 2005년 3월 <잠복근무>를 선보였다. <잠복근무>는 김선아의 단독주연작이었음에도 전국 190만 관객을 동원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영화에서의 좋은 연기를 통해 연기력 논란을 잠재운 김선아는 같은 해 6월 MBC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출연해 발군의 연기를 선보이면서 MBC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이 크게 성공하면서 김선아는 다시 주 활동무대를 TV드라마로 옮겼고 <시티홀>과 <여인의 향기> 등에 출연하며 사랑 받았다. 영화 <걸스카우트>와 <투혼>,<더 파이브>의 연이은 흥행실패도 김선아가 영화활동에 뜸해지는 계기가 됐다.

김선아는 드라마 쪽에서도 <아이두 아이두>와 <복면검사>의 시청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17년에 출연했던 <품위 있는 그녀>가 12.1%의 시청률로 역대 종편 드라마 최고시청률 기록을 세우며 건재를 과시했다(이 기록은 2019년 <SKY캐슬>에 의해 깨졌다). 2019년 <시크릿 부티크> 이후 3년의 공백을 가진 김선아는 올해 jtbc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을 통해 오랜만에 시청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몸을 아끼지 않은 김선아의 화려한 액션
 

김선아(오른쪽)와 공유는 에 이어 <잠복근무>에서도 함께 출연했다. ⓒ (주)쇼박스

 
사실 경찰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학생으로 위장해 학교에 잠입하는 영화는 1991년에 개봉한 주성치 주연의 홍콩영화 <도학위룡>에서 이미 선보였던 설정이다.

<도학위룡>에서는 주인공이 선생과 엮이고 <잠복근무>에서는 주인공이 학생과 엮인다는 점을 제외하면 비슷한 부분이 대단히 많다. 하지만 <잠복근무>는 '장르의 유사성'이란 그럴 듯한 이유로 은근슬쩍 넘어갔고 관객들도 이에 큰 불만을 갖지 않았다.

사실 172cm의 신장에 좋은 피지컬을 자랑하는 김선아가 여고생으로 잠입한다는 설정을 실감나게 느낀 관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따라서 <잠복근무>는 김선아의 능청스러운 여고생 연기보다는 그녀의 화려한 액션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더욱 큰 작품이다. 물론 어려운 동작은 대역을 쓴 장면도 적지 않았지만 김선아는 다른 작품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몸을 아끼지 않는 화려하고 시원한 액션으로 관객들에게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잠복근무>의 또 다른 재미는 오늘날 최고스타가 된 두 배우의 젊은 시절을 보는 것이다. 같은 반의 꽃미남 남학생 강노영 역을 맡은 공유는 고등학생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은 놀라운 싸움실력을 선보이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역시 차영재(김갑수 분)의 딸 차승희(남상미 분)를 보호하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위장해 학교에 잠입한 조직폭력배였다. 김선아와는 < S다이어리 >에 이어 두 번째 연기호흡을 맞췄다.

공유가 <잠복근무> 출연 당시 주연급 연기자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데 비해 하정우는 그 시절 아직 조·단역을 전전하고 있었다. 따라서 하정우는 <잠복근무>에서의 비중도 공유만큼 크지 않았다. 재인이 있는 학교에 선생님으로 위장해 잠입하는 조기훈 형사를 연기한 하정우는 돈 때문에 천반장(노주현 분)을 칼로 찌르는 비리경찰로 출연했다. 물론 결국엔 재인에게 흠씬 두드려 맞고 경찰에게 잡혀간다.

<잠복근무>를 연출한 박광춘 감독은 중앙대 연극영화과 재학 중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욕대 영화과에서 연출을 공부했다. 귀국 후 <은행나무침대>의 조감독을 맡은 박광춘 감독은 1998년 <퇴마록>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고 2002년엔 조인성,신민아 주연의 <마들렌>을 연출했다. 박광춘 감독은 2005년 <잠복근무>로 흥행감독이 됐지만 2008년 <울학교 이티>와 2012년 <수목장>이 연이어 흥행에 실패하며 슬럼프에 빠졌다.

홍수아의 실감나는 일진연기
 

홍수아는 실감나는 불량학생 연기로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 (주)쇼박스

 
2003년 잡지모델로 데뷔한 홍수아는 <조폭마누라2>와 <여고괴담3-여우계단>에 이어 <잠복근무>에서 일진무리의 리더 조혜령을 연기했다. 거친 욕을 써가며 재인(김선아 분)에게 호기롭게 시비를 걸지만 현역 경찰인 재인에게 참교육을 당한다. 그래도 재인이 학교를 떠날 땐 급우들과 함께 온화한 표정으로 창문에서 손을 흔들며 재인을 배웅한다.

90년대 이후엔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했던 노주현은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찾아오자 2000년대 초·중반 잠시 영화 쪽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했다. <잠복근무>의 천반장은 그 시절 노주현이 연기했던 캐릭터 중 하나였는데 조실부모한 재인에게는 부모 같은 존재였다. 천반장은 영화 후반부 동료형사인 조기훈에게 칼에 찔리며 배신을 당하지만 <잠복근무>가 코미디 영화인 만큼 마지막 장면에서는 멀쩡하게 깨어나 작전을 지휘한다. 

햄버거 가게 얼짱 아르바이트생 출신으로 2003년 연예계에 데뷔한 남상미에게 <잠복근무>는 데뷔 후 4번째 영화이자 사실상 처음으로 주연급 캐릭터를 연기했던 작품이었다. 경찰이 반드시 잡으려 하는 폭력조직 부두목의 딸로 재인이 학교로 잠입하는 원인이 되는 캐릭터다. 아웃사이더인 승희는 처음엔 재인에게 쌀쌀맞게 굴지만 재인이 자신과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절친으로 발전한다.

<잠복근무>의 최고 신스틸러는 단연 폭력조직의 두목 배두상을 연기했던 오광록이었다. 딸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의 배에 칼을 꽂을 정도로 잔인한 사이코 패스이면서도 그 와중에 인간미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런 독특한 캐릭터가 오광록 특유의 엇박 연기와 만나 한국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캐릭터로 탄생했다. 물론 이런 코믹액션 장르의 결말이 대부분 그렇듯 카리스마 있는 최종보스 오광록 역시 주인공 김선아에게 어렵지 않게 잡힌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잠복근무 박광춘 감독 김선아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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