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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주저앉아" 27년 차 배우 김하늘도 어려웠던 장면

[인터뷰] tvN 드라마 <킬힐> 배우 김하늘

22.05.03 17:33최종업데이트22.05.03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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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오케이 컴퍼니

 
"촬영하다가 제가 너무 힘들어서 주저앉을 정도였던 날이 있었다. 못할 것 같다고 했었는데, 노도철 감독님이 '할 수 있다, 조금만 더 기운 내달라'고 하더라. 정말 탈진하기 직전이었는데도 기적처럼 에너지가 생겨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4월 21일 종영한 tvN 드라마 <킬힐>은 27년 차 베테랑 배우 김하늘에게도 새로운 도전이었다.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했다는 그는 "이번 작품에서 고생했던 만큼 성장할 수 있었고 용기도 얻었다"고 말했다.

성공에 눈이 멀어버린 세 여자의 처절한 사투를 그린 <킬힐>은 최종회 시청률 4.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김하늘은 홈쇼핑 회사의 패션 전문 쇼호스트 우현으로 분해, 정상에 오르는 순간부터 바닥으로 추락하는 순간까지 섬세한 감정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27일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김하늘을 만났다. 

김하늘은 여자 캐릭터들이 중심에 선 작품을 늘 해보고 싶었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이번 <킬힐>을 통해 소원을 이뤘다고. '로맨틱 코미디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던 김하늘은 "그동안 남자 배우와의 로맨스 극을 많이 했다. 여자 배우들과 촬영한 작품이 별로 없더라. 그래서 여성 중심의 작품을 보면서 부러운 적도 많았다"며 "김성령, 이혜영 등 평소 너무 좋아하고 존경했던 선배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단 얘기에 환호성을 질렀다. 작품에 임하는 내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날 때는 너무 아쉬워서 눈물을 흘렸을 정도란다. 

"사실 처음에는 되게 많이 긴장했다. 대선배님들이시고, 제가 존경했던 선배님들이셔서 피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 NG를 내지 않으려고 정말 많이 긴장했다. 더구나 캐릭터도 긴장감 있는 관계들이어서 몰입하다 보니, 쉬어가는 타이밍에도 사담을 많이 나누지 못했다. 촬영 후반부가 되어서야 마음이 풀어져서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었는데 되게 따뜻했던 기억이 났다. 나만 그동안 너무 긴장하고 있었구나 싶을 정도였다."

극 중에서 우현은 쇼호스트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을 좋아하는 회사 대표 이현욱(김재철 분)의 호의를 이용하고, 앞길을 방해하는 기모란(이혜영 분) 전무와 맞서는 등 욕망을 좇아 끝없이 달려가는 인물이었다. 김하늘은 우현을 연기하면서 유달리 어렵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우현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이 친구를 이해하면서 내 감정으로 연기할 수 있을까. 정말 많이 고민하면서 했던 작품이다. 굉장히 어려웠고 현장에서 감독님과 이렇게까지 많이 얘기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어려웠고 잘하고 싶었다. 아쉬운 부분도 물론 남았지만 열심히 연구하고 부딪히면서 끝내고 나니까 또 한 번 성장한 기분이 든다. 이번 <킬힐> 덕분에 다음 작품으로 한발짝 나아갈 수 있는 용기도 얻었다."
 

ⓒ 아이오케이 컴퍼니

 
특히 김하늘은 감정적으로 극한에 몰린 우현을 표현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그중에서도 그는 집에 찾아와 돈을 달라는 시어머니와 대립하는 장면을 꼽았다. 방송을 망쳐서 퇴출 위기에 내몰린 우현은 무능한 남편과 표독스럽게 구는 시어머니 앞에서 참아왔던 감정을 터트린다.

김하늘은 "따귀를 맞고 울면서 웃고 혼자 감정을 터트리는 신이었다. 연기 경력이 그래도 20년이 넘는데 그렇게 격앙돼서 악다구니를 쓰는 연기를 해 본 적은 거의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런 장면들은 집에서 혼자 연습도 하지 않으려 했다. 왜냐하면 먼저 연습을 하면 감정이 해소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감정을 갖고 있다가 현장에서 첫 테이크에서 터트리는 편이다. 어느 정도의 감정이 나올지도 모르는 상태였는데, 너무 잘하려다 보니 살짝 찢어진 목소리가 나왔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때 벼랑 끝에 선 우현을 위로하고 다시 손 잡아주는 인물이 홈쇼핑 회사의 대표 이현욱이었다. 우현은 이현욱의 도움을 얻어 쇼호스트로서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극 중에서 각자 아내, 남편이 있는 이현욱과 우현의 관계는 얼핏 로맨스처럼 비칠 수 있는 위험도 있었다. 김하늘 역시 연기할 때 이 부분을 가장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현욱에 대한 우현의 마음은 진짜일까, 아닐까. 흔들리는 건 아닐까. 그걸 표현해야 할까. 그렇다면 우현 캐릭터가 욕망을 향해가는 데 방해가 되지 않을까. 감독님과 상대 배우와도 정말 많이 고민했다. 대본에도 있었지만 현장에서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는데, 저는 드라마에 나온 게 맞는 것 같다. 우현은 올라가고 싶은 욕망이 있는 인물인데 남편은 너무 무능했다. 혼자 외로운 싸움을 벌이는 우현이 밧줄이라도 붙잡고 싶었던 감정이 아니었나 싶다. 이현욱이 너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니까 흔들리는 순간이야 있었겠지만 끝까지 사랑보다는 욕망으로 표현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킬힐>은 당초 16부작으로 편성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방송을 앞두고 갑자기 14부작으로 축소 편성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인해 벌어진 안타까운 일이었다. 김하늘은 "작품에 함께한 배우로서 이해가 되면서도 아쉬울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저도 놀랐지만 코로나 19 확신이 너무 심각하던 시기였다. 편성은 일찍 잡혔는데 여러 문제로 촬영이 너무 늦어졌다. 스태프, 배우 분들이 자꾸 확진되는 상황에서 현실과 부딪혔던 거지. 그럴 땐 배우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저는 당연히 16부까지 예정돼 있는 내용을 다 보여드리고 싶고, 우현 캐릭터도 차근차근 마무리했으면 좋았겠지만 현실 안에서 최선을 다 하는 게 제 몫이었다. 아쉬웠다."
 

ⓒ 아이오케이 컴퍼니

 
마지막으로 김하늘은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이 종료되면 가장 먼저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안에는 꼭 여행을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홀가분하게 쉬었다가 오고 싶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머지않은 시간에 차기작으로 다시 찾아오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지금 여러 작품들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들어온) 대본의 장르가 다 다르더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아서 조만간 결정해서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멜로를 꼭 하고 싶다거나, 장르물을 하겠다거나, 어느 한 장르를 따라가고 싶지는 않다. 폭을 좁히지 않고 펼쳐놓고 고민하고 있다. 20년이 넘게 연기를 했는데도 여전히 안 해 본 캐릭터가 너무 많더라.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게 어떤 장르든 상관없다."
김하늘 킬힐 쇼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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