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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 LG 조성원 감독과 결별, 추락한 국대 감독의 위상

[KBL] 스타 플레이어 출신 감독의 한계... 우울한 역사의 반복

22.04.30 11:12최종업데이트22.04.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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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가 감독교체를 단행했다. 창원 LG는 지난 4월 29일 공식 발표를 통하여 조성원 감독과 결별하고 조상현 농구대표팀 감독을 제9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프로 세계에서 감독교체 자체는 흔한 일이지만, 조성원 감독의 퇴장과 조상현 감독의 LG행은 여러모로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의 한계, 대표팀 전임감독의 임기 중 프로행이라는 그리 좋지 못한 전례들을 잇달아 남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조성원 감독은 LG의 재건과 본인의 명예회복이라는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루지못하고 불과 2시즌만에 팀을 떠나게 됐다. 공식적인 이유는 부진한 성적으로 구단은 조 감독이 책임을 지고 먼저 사의 표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KBL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지도자인 조 감독은 현역 시절 이상민 전 삼성 감독-추승균 전 KCC 감독 등과 함께 이른바 '이조추' 트리오의 맏형으로 불리우며 대전 현대와 KCC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역이었다. 이들은 현대-KCC시절 합작한 챔프전 우승만 3회에 이른다.
 
하지만 조 감독이 개인 성적으로 최전성기를 보냈던 시기는 바로 LG 시절(2000-02) 시절로, 2000-2001시즌에는 경기당 평균 25.7점을 올리며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은 역대 국내 선수 단일 시즌 최다 득점 기록을 수립했고, 구단 역사상 최초의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한바 있다. 조 감독의 현역 시절 LG는 경기당 100득점을 상회하는 화끈한 역대급 공격농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화려했던 선수시절과 달리 지도자로서의 커리어는 순탄하지 못했다. 조성원 감독이 첫 사령탑을 맡았던 여자농구 KB 시절은 2008년 6승 14패라는 저조한 성적에 그치며 8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었고, 삼성 코치 시절이던 2011-2012시즌에는 팀이 최하위로 추락하며 당시 김상준 감독이 경질되자 1년 만에 함께 물러나야 했다. 대학팀이었던 수원대 여자팀이나 명지대 남자팀은 전력상 강팀이나 농구계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팀들이었다.
 
조 감독은 2020년 친정팀 LG의 지휘봉을 잡으며 프로무대로 돌아왔다. 조 감독이 남자 프로팀의 사령탑을 맡은 것은 LG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 지도자로서 뚜렷한 업적이 없는데다, 당시 LG의 전력은 이미 전 시즌 최하위를 차지한 약체팀이었기에 조 감독과 LG의 재회는 기대보다 우려가 많았다.
 
조 감독은 자신의 현역 시절처럼 LG에 '공격농구의 부활'을 선언했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부임 첫해 LG는 19승 35패로 창단 이후 첫 최하위라는 굴욕을 피하지 못했다.
 
2년차에는 무려 19억을 투자하는 대대적인 선수단 개편을 통하여 전 시즌 트레이드로 영입한 이관희-FA 이재도를 중심으로 전력을 재편했고 시즌 막판까지 6강경쟁을 펼쳤으나 막판 고비를 넘지 못하고 24승 30패로 또다시 6강 진출조차 실패했다.
 
조성원 감독은 플레이스타일이 겹치는 이관희와 이재도의 공존에 실패했고, 본인이 최고 슈터 출신임에도 슈터 부재라는 문제를 2년 내내 극복하지 못했다. LG의 2021-22시즌 경기당 득점력은 77.2점(9위)으로 순위는 한 계단 올랐지만 최하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78.4점)보다 더 감소했다. 야투율과 3점슛을 비롯한 공격지표도 대부분 최하위권으로 LG보다 공격을 더 못한 팀은 올시즌 압도적인 리그 꼴찌를 달리며 외국인 선수 없이 치른 경기도 많았던 서울 삼성(9승 43패) 한 팀 뿐이었다. 온화한 성격과 인품으로 선수들에게는 지지를 받은 덕장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승부에서의 결단력과 임기응변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조성원과 동시대를 풍미했던 이조추 트리오는 모두 선수 시절 명성에 비하여 감독으로서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씁쓸한 공통점을 지녔다. 이상민 감독은 '삼성의 역대 최장수 감독'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올시즌 팀이 1할대 승률로 꼴찌로 추락했고 천기범의 음주운전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결국 계약 마지막해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사퇴했다. 이상민 감독은 올시즌을 포함하여 삼성 역대 최저 승률 시즌 1-3위(2014-15, 2018-19시즌 11승 43패) 기록을 모두 보유한 감독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달성했다.

막내 추승균 감독은 세 선수 중 유일하게 KCC에서 은퇴하고 코치-감독까지 원클럽맨으로 남았으나, 감독으로서는 높은 외국인 선수 의존도와 선수활용능력에 의문부호를 드러냈고 정규리그 우승과 최하위를 모두 경험하는 롤러코스터 행보 끝에 결국 2018년 성적부진으로 사임했다. 전임 신선우와 허재 감독이 모두 KCC에서 장기집권하며 팀을 여러 차례 우승시켰기에 추 감독과 더욱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세 사람 모두 충분한 기회와 지원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안 좋았고 젊은 지도자로 세대교체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프로농구에서 다시 기회를 얻기는 쉽지않을 전망이다. 이조추의 동반 실패는 '스타 출신 감독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오랜 속설만 다시 한번 증명하는 전형적인 예시가 되고 말았다.
 
한편 조상현 LG 신임 감독은 1999년부터 2013년까지 프로선수생활을 했으며, 이후 오리온 오리온스와 국가대표 코치를 거쳐 대한민국 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역임했다. 인기가 높은 스타플레이어급은 아니었지만 1990-2000년대 KBL를 대표하는 정상급 슈팅가드 중 한명이었다. LG 구단은 조 감독의 선임 이유에 대하여 "세계 농구 트렌드에 대한 이해가 높으며, 데이터를 활용한 전술 운영과 선수별 세밀한 관리를 통해 선수단을 이끌어 줄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아쉬운 것은 그가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프로 감독으로 자리를 옮기는 과정에서 또다시 좋지못한 전례를 남겼다는 사실이다. 조상현 감독은 지난 2021년 5월 김동우 코치와 한 조를 이뤄 대한민국 농구협회의 감독 및 코치 공모에 응모하며 성인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전임감독으로 뽑혔다.
 
당시 성인팀 감독 경험이 아예 전무하던 조 감독이 김진-김영만, 추일승-김도수 등 베테랑 감독 후보들과의 경쟁을 극복하고 선임된 것은 엄청난 파격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만에 조 감독이 덜컥 프로팀으로 자리를 옮겨버리며, 협회는 다시 새로운 감독을 다급하게 찾아야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조상현 감독과 상호 협의 하에 계약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대표팀이 2023 농구 월드컵 예선에 불참하여 국제농구연맹(FIBA)으로부터 실격 처리를 당하는 등 짧은 임기동안 적지않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로 인하여 대표팀은 내년 이후에는 약 1년간 강제 공백기가 불가피해졌다는 것도 조 감독에게는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년은 내년이고 대표팀은 올해에만 오는 7월 아시아컵과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같은 중요한 대회들을 앞두고 있었다. 수년간 코치와 감독으로서 팀을 이끌어온 조 감독이 물러나면서 대표팀은 연속성이 단절되고 또다시 새로운 사령탑 체제에서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한다는 부담을 안게됐다. 이렇게 되면 대표팀이 굳이 전임 감독 체제를 운영하는 의미가 사라져버린다.
 
대표팀 전임 감독이 프로팀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사임하게 된 경우는 2009년 김남기(당시 대구 오리온) 감독에 이어 2번째다. 당시 대표팀은 전임감독 체제가 붕괴되면서 결국 전 시즌 프로팀 우승 감독이 국제 대회때마다 한시적으로 대표팀 감독을 겸임하는 체제로 퇴보했고, 성적부진과 각종 잡음으로 한국농구의 암흑기를 맞이했다.
 
또한 역대 대표팀 전임감독들은 하나같이 끝이 좋지못했다는 징크스도 갖고 있다. 갑작스런 프로행으로 협회와 파국을 맞은 김남기 감독은 오리온에서도 성적부진으로 경질됐고, 이후 6년만에 다시 부활한 전임 감독이었던 허재는 2018 아시안게임에서 '허웅-허훈 아들 특혜 발탁' 논란에 휩싸이며 자진사임했다. 그 뒤를 이은 김상식 감독은 2021년 FIBA 아시아컵 예선 선수 차출 문제로 프로구단과 갈등을 빚자 재계약을 포기하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이번에 조상현 감독마저 좋지 못한 모양새로 대표팀을 떠나게 되면서 우울한 역사는 반복됐다.
 
사실 개인의 입장에서는 부담만 크고 성과는 내기 어려운 대표팀 감독보다, 안정적 대우가 보장되는 프로팀 감독이 훨씬 매력적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만큼 한국농구에서 농구대표팀 감독의 위상이 애물단지로 추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은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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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원 조상현 창원LG 농구대표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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