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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추월 논란, 김보름이 해명할 수 없었던 이유

[TV 리뷰] E태널 <노는 언니2>

22.04.20 11:29최종업데이트22.04.20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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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태널 <노는 언니2>의 한 장면. ⓒ E태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김보름이 4년 전 평창 올림픽 당시 '왕따 논란'에 대하여 솔직한 심경을 뒤늦게 고백했다. 4월 19일 방송된 티캐스트 E태널 <노는 언니2>에서는 새 고정 멤버가 된 이상화와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이 게스트로 출연하여 언니들과 남도 힐링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박세리, 한유미, 김성연, 이상화는 여수를 찾았다. 새 멤버로 전격 합류한 '빙속 여제' 이상화는 선수가 아닌 해설위원으로 처음 참가했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소감를 밝혔다. 올림픽에서 눈물을 흘려 화제가 됐던 이상화는 "올림픽은 경쟁보다 감동과 스토리를 전해주는 무대다. 선수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노력했는지 그 과정을 알기에 너무 감정이 이입돼서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보름이 게스트로 합류했다. 같은 동계 라인인 이상화는 김보름이 처음 선수촌에 합류했던 2010년에 처음 만났고, 이상화가 은퇴할 때까지 선수촌 생활만 8년을 함께 하며 두터운 친분을 이어오고 있었다.
 
베이징 대회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하여 선수들에 대한 격리가 철저하게 진행되면서 선수 김보름과 해설위원 이상화는 경기장에서 전혀 만나지 못했다고. 김보름은 이상화의 해설을 들었다며 "선수들의 입장을 잘 공감해줘서 좋았다"고 평했다.
 

E태널 <노는 언니2>의 한 장면. ⓒ E태널

 
화제가 되었던 고다이라 나오(일본)와 이상화의 우정이 언급됐다. 나오의 경기를 해설하던 중 눈물을 흘렸던 이상화는 "정상에 올랐던 선수가 다시 4년 뒤 올림픽을 준비하는 심경을 잘 알지 않나. 저도 평창대회 때 그랬다. 올림픽 2연패에 대한 욕심을 나오도 제게 이야기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0m 결승전에서 나오의 기록이 예상보다 저조하자 이상화는 울컥하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나오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마치 저를 보는 것 같았다. 저도 평창 때 몸은 준비가 되어있는데 속력이 앞으로 안 나가는 느낌을 겪었다"며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안타까워했다.
 
나오는 아쉬운 경기를 마친 후 덤덤한 표정으로 친구 이상화를 찾으며 "상화, 잘지냈어, 보고싶어요"라고 한국어로 인터뷰를 해서 화제가 됐다. 이상화는 그 인터뷰를 보고 울었다고 고백했다. 이상화는 나오를 만나 포옹하며 고생한 친구를 격려했다.
 
김보름은 애창곡으로 드라마 <눈사람>의 OST인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를 열창하며 숨겨둔 노래실력을 뽐냈다. 노래 가사가 마치 김보름의 심경을 반영한 듯하여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김보름은 이 노래를 선곡한 이유에 대하여 "힘들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많이 위안이 됐다"고 고백했다.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안 들어줄 것 같았다"

언니들은 본격적인 남도여행에 돌입했다. 김보름이 직접 드라이버로 나섰다. 김보름은 운전을 좋아하고 서킷드라이브도 즐긴다고 고백하며 취미생활도 스피드광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남자친구가 있냐는 질문에는 잠시 멈칫하다가 없다고 밝히며 언니들의 의심을 샀다. 언니들은 선수촌에서 인기가 많았다고 자부한 이상화에 대한 확인을 요구했으나, 정작 김보름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상화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언니들은 스피드를 좋아하는 김보름을 위한 루지 레이스 체험을 가졌다. 맏언니 박세리가 1등을 차지했고 한유미와 김보름이 뒤를 이었다. 4위 이상화와 꼴찌 김성연은 벌칙으로 바이킹 타기를 하게 됐다. 하필이면 겁이 가장 많은 두 사람이 바이킹에 당첨되어 탑승 내는 내내 호들갑을 멈추지 못하며 <노는 언니> 공식 쫄보즈로 등극했다. 이어 언니들은 다함께 스티커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번째 여행지로 순천으로 이동한 언니들은 한 시골 한옥을 찾았다. 맏언니 박세리의 리드 하에 언니들은 자급자족으로 각자 역할을 분담하며 좌충우돌 해프닝을 겪으면서도 결국 근사한 저녁 한상을 완성했다.
 
김보름은 운동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에 대하여 "첫 번째로 운동 그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허리가 많이 안좋았다. 평창 올림픽 직전에 디스크가 흘러내렸다. 허리 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에서는 운동을 하면 안되는 상태라고 했는데, 너무 하고 싶으니까 신경주사를 맞아가며 버텼다"는 김보름의 고백에 언니들은 모두 공감하며 안타까워했다.
 
가장 힘들었던 대회도 바로 평창올림픽이 꼽혔다. 김보름은 올림픽을 1년 앞두고 열린 2017 세계선수권 등 각종 대회에서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따는 등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하지만 그만큼 기대가 높아지면서 오히려 "올림픽에서 잘해야한다는 부담감도 더 커졌다"고 고백했다.
 

E태널 <노는 언니2>의 한 장면. ⓒ E태널

 
평창올림픽 때 큰 파문을 일으켰던 팀추월과 왕따 논란이 언급됐다. 박세리가 조심스럽게 당시의 상황에 대한 질문을 꺼내자, 김보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그땐 그냥 힘들었다고 밖에 이야기를 못하겠다"고 먹먹한 심경을 밝혔다.

김보름은 "팀추월 경기에서 흔하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당시 저는 선두에 있었다. 뒤에 있는 선수가 힘이 빠져서 선두와 거리가 벌어지면 앞에 사인을 보내는 게 암묵적인 룰이다. '천천히 가'라는 말도 아니고 '아'라고만 해줘도 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보름은 "사인을 받지 못했다. 저는 선두에서 빨리 끌면 된다고 생각했다. 소통이 안 돼서 생긴 결과였다. 저는 혼자 갈 이유가 없었다. 마지막 선수의 통과 기록이 팀의 기록이니까"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기 이후 김보름은 뜻하지 않게 수많은 오해에 휩싸이며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됐다.
 
이상화는 평창대회 당시 가까이서 김보름의 마음고생을 지켜봐야 했던 안타까운 순간을 회상했다. 팀추월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며 김보름은 숙소에서 나오지 못하고 두문불출했다고. 김보름은 우연히 화장실에 가다가 마주친 이상화가 아무말 없이 안아주자 그 품안에서 눈물을 펑펑 흘렸던 순간을 회상했다.
 
박세리는 "그 당시 왜 어떤 해명이나 반박도 하지 않았는지" 질문했다. 김보름은 "그냥 무서웠던 게 컸다. 아무도 안 믿어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해도 아무도 안 들어줄 것 같았다"고 고백하면서 "선수들은 모두 올림픽 메달을 꿈꾸며 최선을 다한다. 그런데 이런 오해들이 벌어지니 아무말도 못하겠더라. 내 말을 아무도 들어주지 않을 것 같았다"며 막막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김보름은 "그때는 다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은 언젠가는 모두가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며 절망속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이유
 

E태널 <노는 언니2>의 한 장면. ⓒ E태널

 
논란속에서도 올림픽은 계속되어야 했고, 김보름은 팀추월 논란 이후 5일 만에 주종목인 매스스타트에 나서야 했다. 김보름은 "논란이 있고 이틀간은 집에 가려고 했다. 스케이트 타서 뭐하지, 그냥 포기하자라고 생각했다"고 뒷이야기를 밝히면서도 "하지만 선수로서 평생을 준비한 대회였고 너무 갖고 싶었던 메달이었다. 팀추월도 최선을 다했고 논란 이후 벌어진 매스스타트 역시 최선을 다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고 올림픽을 마쳤기에 아쉬움은 없다"고 담담하게 고백했다.

김보름은 매스스타트에서 은메달을 따냈고 경기를 마친 뒤 태극기를 들고 관중들 앞에서 무릎 꿇고 인사하는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평창올림픽 이후에도 한동안 후유증은 남았다. 김보름은 올림픽 트라우마로 6개월 가까이 링크에 나서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김보름은 "약도 많이 먹었고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그런데 3~4개월 지나니까 스케이트가 생각나더라"고 밝혔다. 처음엔 스케이트장을 오랜만에 가보고, 그 다음날엔 스케이트를 신어보고, 또 다음날엔 주행을 하는 식으로 단계별로 차근차근 과정을 거친 끝에 김보름은 다시 얼음 위에 설 수 있었다.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재기에 성공한 김보름은 어느덧 3번째 올림픽까지 무사히 마치며 성숙한 선수로 거듭났다. 최근 열린 2022 전국 동계체전에서는 스피드스케이팅 1500m-3000m-팀추월 단체전까지 3관왕을 차지하는 기쁨을 누렸다.
 
언니들은 힘든 순간을 옆에서 함께 지켜봐야 했던 가족을 떠올렸다. 김성연은 올림픽 한일전 당시 누리꾼들의 쏟아지는 악플속에서 부모님의 응원 댓글을 발견하고 눈물을 흘렸던 일화를 가장 가슴 아팠던 순간으로 고백했다.
 
김보름도 팀추월 논란 이후 모친과의 통화에서 "너무 눈물을 흘리는 엄마 앞에서 힘든 티를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웃으며 괜찮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하며 "통화를 끝내고 카톡이 왔다. '엄마가 응원해줄게'라는 메시지를 보고, 날 응원해주는 사람이 한 명이라고 있으면 스케이트를 타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일화를 회상하며 다시금 눈시울을 붉혔다. 이상화 역시 "끝까지 해줬으면 좋겠다"고 김보름을 응원했다고, 김보름은 "그런 말 하나하나가 엄청 좋았고 힘이 됐다"고 고백했다.
 
박세리는 "나라를 대표해서 올림픽이라는 큰 이벤트에 나가는 선수들은 그 무게감이 엄청나다는 걸 잘 안다. <노는 언니>로 인하여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힘든 순간을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동안 어떤 언론이나 뉴스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국가대표 선수의 진솔한 고백과 숨은 이야기들은 <노는 언니>라는 프로그램의 존재 가치를 보여줬다. 동시에 섣부른 포퓰리즘과 선입견, 마녀사냥에 휩쓸리기 쉬운 현대의 여론과 댓글문화가 한 개인을 얼마나 벼랑 끝까지 몰아넣을 수 있을지 반성하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노는언니 김보름 이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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