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서른, 아홉' 전미도 "불륜 미화 우려, 작품 주저했다"

[인터뷰]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배우 전미도

22.04.06 09:08최종업데이트22.04.06 09:08
원고료로 응원

ⓒ 비스터스엔터

 
"찬영의 죽음을 친구들이 알게 되는 장면이 너무너무 슬펐다. 휴대폰이 울리는데 미조(손예진 분)가 차마 받지 못하는 심정, 주희가 울면서 방에서 나오는 장면에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더라. 저도 마지막회를 보면서 엉엉 울었다."

지난 3월 31일 종영한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은 마흔을 코앞에 두고 난데없이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정찬영(전미도 분)과 또래 친구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8.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전미도는 마흔을 앞두고 모든 걸 새롭게 시작해 보려고 생각하던 그때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게 된 정찬영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4일 서울 서초구 모처에서 그를 만났다. 

전미도는 "서른아홉 살 세 여자들의 이야기에 이렇게 많이 공감해 줄 줄 몰랐다"고 입을 열었다. 주변에서도 "많이 울었다, 너무 공감이 갔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단다. 

"이런 작품이 앞으로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에 저도 놀랐다. 다른 사람들이 재미있어 할까, 끝까지 볼까 걱정했는데 주변에서도 너무 많이 공감해주셨다. 세 친구들 이야기를 보면서도 '우리 이야기같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다. 이런 이야기를 어쩌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 여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작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서른, 아홉>에서 정찬영은 한때 배우를 꿈꿨지만 불의의 사고를 당하면서 현재는 꿈을 접고 배우들의 연기 선생님으로 살아간다. 또한 과거엔 서로 사랑했지만 지금은 다른 여자와 결혼한 김진석(이무생 분)과의 인연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전미도는 "찬영이 일도, 사랑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인물이라 더 마음이 갔다"고 말했다. 

"(정)찬영이 현실적인 인물이라 더 좋았다. 일도, 사랑에서도 미련하고 바보같은 선택을 한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일에서도 성공하고 사랑도 잘하는 사람이 죽음을 맞는 과정을 그렸다면 이렇게까지 마음에 와닿지 않았을 것 같다. 굉장히 현실적이라서 이 이야기가 더 가깝게 느껴졌다."

부고 리스트 직접 작성도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배우 전미도 인터뷰 이미지 ⓒ 비스터스엔터

 
극 중에서 정찬영은 1년도 채 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도 항암치료를 하지 않고 남은 삶을 평소처럼 보내고 싶다고 말한다. 그리고 납골당을 스스로 예약하고 영정사진을 혼자 찍으러 가는 등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이려 한다. 전미도는 "뭐든지 뒤지지 않으려고 하는 게 찬영이의 성격이다"라며 "병을 알았을 때 바로 받아들이고 선택하는 것도 그렇고, 오디션을 보겠다고 할 때도 스스럼 없이 얘기하는 것도 그렇고 찬영이의 행동에 그런(지지 않으려는) 면이 담겨 있었다. 그걸 최대한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미도는 정찬영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실제로도 자신의 부고를 전하고 싶은 사람들 명단을 직접 작성해 보기도 했단다. 드라마에도 정찬영이 부고 리스트를 써서 친구인 차미조(손예진 분)에게 전하는 장면이 있기 때문. 전미도는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명단을 쓴다는 것 자체가 내가 누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더라. 그런 걸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였다"고 고백했다. 그는 그 장면 대사가 특히 좋았다고 꼽았다.

"부고 리스트가 밥 한 번 같이 먹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진짜 좋았다. 여러분은 아무와 밥을 잘 먹을 수 있나. 저는 처음 만났거나, 불편하거나, 좋아하지 않는 분들과 밥을 먹으면 십중팔구 체한다. 밥을 같이 먹고 싶다는 건 그만큼 내가 편안하고 언제 봐도 좋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그게 별 것 아닌 대사같지만 많은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고 명단은 차미조, 장주희(김지현 분)의 배려로 브런치를 함께 먹을 사람들의 이름으로 바뀌게 된다. 정찬영이 김진석과 함께 브런치를 먹으러 간 자리에 그 명단 속 사람들이 와있었던 것. 정찬영은 이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전미도는 그 순간에 "멋있는 말을 할 것 같은데, 찬영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당황하는 모습에서 리얼리티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똑같은) 순간이 온다면 주변 사람들한테 하고 싶었던 말을 할 것 같다. 저는 평소에도 표현을 잘 못하는 성격인데 주변 인물들 덕분에 좋은 인생이었다고 이야기하겠다"고 덧붙였다.

"정찬영이 너무 마음에 들었지만..."
 

JTBC 드라마 <서른, 아홉> 배우 전미도 인터뷰 이미지 ⓒ 비스터스엔터

 
한편 극 중에서 정찬영과 김진석의 관계를 두고 비판도 적지 않았다. 김진석은 찬영과 헤어진 뒤 미국 유학을 떠났고, 그곳에서 만난 강선주(송민지 분)과 결혼을 했다. 그러나 김진석은 아내에게는 쌀쌀맞게 대하는 대신 늘 정찬영을 찾아와 데이트를 청한다. 아내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줄 알고 결혼했지만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 정찬영 역시 자꾸 찾아오는 진석을 매몰차게 밀어내지 못한다. 과거 부모님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헤어진 두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한 집에서 함께 지낸다는 설정은 불륜 미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전미도 역시 그 부분이 우려됐었다며 최대한 연인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다고 해명했다.

"저도 정찬영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그 부분 때문에 우려했고 (역할 맡기를) 주저했었다. 결정적으로는 찬영의 완전하지 않은 삶이 좋기도 했다. 최대한 진석과 만났을 때 뭔가 남녀 사이에 비밀스러운 관계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선후배에 가까운 사이처럼, 남매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고 연인 같기도 한 관계처럼 표현했다. 여성스러운 면도 최대한 보이지 않으려고 했다."

마지막으로 전미도는 시한부 삶을 연기하면서 자신에게도 변화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코로나 19 때문에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을 부쩍 많이 만나고 있다고 전했다. 늘 '다음에 보자, 언제 밥 한 번 먹자'고 말로만 했던 기약들을 바로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행동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촬영이 끝나고 나서 그간 못 만났던 사람들을 계속 만나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될 수도 있겠다. 다음이라는 건 기약할 수 없다. 만나자고 말해주시는 분들의 마음도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더라. '잘 지내니, 언제 한 번 보자, 생각나서 연락했다.' 이런 메시지들이 마음으로 들리더라. 요즘은 정말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
서른아홉 전미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