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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 신구 갈등 해결? 지금 구조로는 불가능"

[인터뷰] 한국영화인총연합회장 선거 출마 나선 양윤호 감독

22.03.28 22:09최종업데이트22.03.28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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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대 '남산' 구도. 한국 영화 원로들의 주요 계파 및 대결 양상을 표현하는 말이다. 지역 토호 세력도 아닌 일부 오랜 경력의 영화인들의 이런 모습은 1990년 이후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어 온 신진 영화인들 입장에선 그리 달가운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원로 영화인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한국영화인총연합회(아래 영협)는 언젠가부터 국내 영화인과는 동떨어진 외딴 섬처럼 존재해 온 게 사실이다.  

60여 년의 역사가 있음에도 영협의 존재감은 희미해진 상황이다. 후배 영화인들이 직군 별 조합을 결성해 각종 영화계 현안에 적극 목소리를 냈을 때도 원로 영화인들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협회 내부에서 자리 나눠 먹기, 대종상 영화제 파행 운영 등 민망한 소식만 안팎으로 들려왔을 따름이다.

"추락한 위상 회복하겠다"
 

오는 4월 초 열리는 한국영화인총연합 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양윤호 감독. ⓒ 양윤호

 
오는 4월 초로 다가온 영협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양윤호 감독은 이런 구습을 정면으로 돌파해 깨겠다는 각오다. 1966년생인 그는 영협에서 젊은 피에 속한다. 영화 <리베라메>, 드라마 <아이리스> 등을 연출해 온 그는 영화계와 방송계에 걸쳐 두루 경험을 쌓아온 현장 영화인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4일 서울 충무로의 한국영화감독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많이 망설였고, 협회의 오랜 문제에 후배들이 직접 선배들과 싸우지 못했는데 이젠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출마 이유부터 밝혔다.
 
"협회가 망가진 지 10년이 넘었다. 돈 쓰는 게 가장 큰 문제였지. 선거 때마다 후보자들이 돈을 뿌리고, 협회는 빚더미에 앉게 됐다. 대종상 문제도 그 무렵부터 이어졌다. 적자가 10년 넘게 계속 됐는데 구제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결국 (지상학) 이사장이 지난해에 그만 두고 대행 시스템이잖나. 이 상태에서 영협 일을 하겠다는 건 제정신이 아니지. 그래서 처음엔 정진우 감독님께 후배들이 부탁했다. 더 바라지도 않고 협회 부조리를 정리만 좀 해달라고. 근데 결국 그분도 나가떨어지셨다."
 
작심한 듯 양윤호 감독은 협회의 산적한 문제를 쏟아냈다. "외부 행사를 협회가 유치할 때마다 20퍼센트씩 인센티브를 떼어 가져가는 문제도 있다"라며 "지금이 어느 세상인데 그랬는지 모르겠다. 문체부 감사에 다 걸리는 일이다. 이번 총회 때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말했다.

"세 가지 과제 해결이 우선"
 

오는 4월 초 열리는 한국영화인총연합 회장 선거에 도전하는 양윤호 감독. ⓒ 양윤호

 
그가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떨어진 협회 위상의 회복이었다. 양윤호 감독은 세 가지 우선 과제 해결을 강조했다. 첫 번째가 협회 내 빚 문제 해결, 두 번째가 대종상 정상 운영, 그리고 2차 창작물 및 부가 시장에 대한 창작자들의 저작권 징수의 시스템화였다.
 
"협회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우선 할 것은 빚 문제 청산이다. 채권자에게 양보를 부탁하든 법적 싸움은 가능하면 하지 않는 식으로 해결했으면 한다. 대종상 문제는 근본적으로 영협의 문제기도 하다. 솔직히 파산 선고하면 된다. 근데 그 역사와 상징성 때문에 어쩌질 못하는 거지. 대선배들이 오래 잘 이끌어왔다. 만약 올해 또한 제대로 된 사람이 선출되지 않는다면 협회 소속 단체 중 4곳이 탈퇴하겠다는 결의까지 했다. 구시대 인물이 영협을 맡아서 3년을 똑같은 길로 간다면 아예 따로 나오겠다는 뜻이다. 일부는 그냥 영협을 포기하자는 의견도 냈는데 어떻게 한 번에 그럴 수 있나. 전 세계에 20, 30년 된 영화제들은 많다. 대종상은 57년의 역사가 있다. 그 역사성이 크다.
 
궁극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건 징수 단체로서의 역할이다. 영화 창작자 보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창작자 권리 보호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다양한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드라마나 가요 쪽은 2차 저작물에 대한 요금을 받게 돼 있는데 영화 쪽은 그렇지 못하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이걸 따로 추진한다고 하는데 통합 징수가 맞다고 본다. 조합은 조합원 권리를 위해 일하고, 협회는 징수 단체로 가는 게 맞으니 이 틀 안에서 대화를 하자고 했다."

 
양윤호 감독은 "단군 이래 한국 콘텐츠의 위상, 특히 영화의 위상이 세계적으로 이렇게 올라간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나올 영화들이 문제"라면서 "협회 또한 제 역할을 못하고 추락해 왔다"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현재 영화 인력이 드라마 쪽 일을 많이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잠잠해지고 극장이 정상화 된다면 한국영화 점유율이 예전처럼 50프로 이상은 안 나올 것 같다. 지금대로 하면 3년 뒤에 협회는 자멸한다. 협회가 영화계에 민폐를 끼친 게 10여 년이다. 바꾸기 위해선 우리가 협회 안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에 없다. 바꾸지 못하면 협회가 존재할 이유는 없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양윤호 충무로 한국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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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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