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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5천 명의 약속, 방탄소년단도 놀랐다

[공연] 방탄소년단 <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

22.03.11 15:20최종업데이트22.03.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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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 있을까. 1만 5천 명이 결집한 잠실종합운동장은 함성 소리 하나 없이도 함성보다 더 큰 울림을 만들어냈다. 긴 침묵의 시간을 지나 비로소 열린 방탄소년단 한국 콘서트. 코로나19로 함성소리가 금지됐지만 열기는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난 10일 오후 7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을 다녀왔다.

아미들의 클래퍼 소리가 음악이 되다
 

▲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이 10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국내 대면 콘서트는 2019년 10월 'BTS WORLD TOUR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THE FINAL]' 이후 약 2년 반 만이다.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은 지난해 10월 시작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시리즈의 일환이다. 콘서트는 12일과 13일 같은 장소에서 계속된다. ⓒ 빅히트 뮤직


"마침내 우리가 주경기장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객석에 여러분이 계시다는 것만으로 기분이 많이 다릅니다." (RM)

"2년 반 만입니다.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지민)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을 하지 못했던 방탄소년단이 2년 반 만에 한국에서 대면 콘서트를 열게 되면서, 자신들의 감정이 얼마나 벅찬지 멤버들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공연의 막이 오르고부터 클로징 멘트를 하고 막이 내릴 때까지 이들은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그만큼 진심이 묻어났다.

코로나 속에서 열리는 공연이니만큼 풍경은 예전과 확연히 달랐다. 일단 관객 수 제한이 눈에 띄었다. 원래는 4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종합운동장이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1만 5천 명만을 수용했다. 일부 좌석은 블록 전체를 폐쇄했고, 두 명이 나란히 앉고 한 자리 띄우고, 또 두 명이 앉는 방식으로 간격을 두어 코로나 예방에 만전을 기한 것. 그만큼 티켓전쟁은 치열했다.

함성소리가 금지된 것도 코로나 속 콘서트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 풍경이었다. 1만 5천 명의 팬들은 누구 하나 이 약속을 깨지 않았고, 공연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이를 지켰다. 침묵 속에서 보라색 아미밤(공식 응원봉)을 흔들고 동시에 클래퍼로 박수를 쳤다. 주름진 부채모양의 클래퍼를 치면 '착' 소리가 나는데 음악에 맞춰서 모든 관객이 '착착착' 클래퍼 소리를 내니 마치 그것도 하나의 악기소리처럼 들렸다. 그야말로 아미(방탄소년단 팬덤명)가 공연을 완성한 셈이 되었다.
  
공연 중간에는 멤버들이 3명, 4명 나누어 이동차를 타고 경기장 전체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시간이 있었는데, 멤버들은 보다 가까이서 팬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이동차에서 내린 후 슈가는 "여러분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감동했다"라고 소감을 전했는데, 그의 말처럼 팬들은 멤버들이 가까이 다가와도 소리를 지르거나 흥분하지 않고 '함성 말고 박수'라는 규칙을 지켜내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 지긋지긋한 언택트..."
 

▲ 방탄소년단 ⓒ 빅히트 뮤직


이날 무대는 간결하고 담백했다. 무대장치가 화려하지 않아서 멤버들의 노래와 춤이 두드러지게 보였다. 무엇보다 이날은 공연의 주제가 꽤 명확했다. 물론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는 없었지만, 공연 전반에 걸쳐 하나의 메시지가 관통했던 것인데 그것은 바로 '재회'였다.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 못했던 가수와 팬이 오랜 시간을 건너 다시 만났고, 그 감격을 충분히 나누는 자리였던 것.  

공연이 일단락이 되고 한참이 지난 후에 무대에 다시 나타난 방탄소년단은 앙코르 무대를 펼쳤는데 이들은 이때 'HOME'을 불렀다. "이제 진짜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되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보는 느낌이었다"라고 말한 지민의 클로징 소감에서 'HOME'을 세트리스트에 넣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객석의 팬들이 다 같이 들고 있는 슬로건에도 재회에 대한 감격이 묻어났다. '당연히도 우리 사이 여태 안 변했네'라는 슬로건이었는데, 멤버들 역시 이를 직접 언급하며 팬들과 같은 감정을 나누었다. 멤버들은 끝인사로 보다 솔직한 심정을 다음처럼 드러내기도 했다.

"여러분들 잘 지내셨어요? 저는 마냥 잘 지내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2년 반 동안 코로나가 언제 끝날지 참... 오늘 여러분들을 본 순간 그 마음이 싹 정리가 된 것 같아요. 2년 반 동안 온라인 콘서트며, 중계며 여러 가지를 해봤는데 사실 그게 너무 힘들더라고요. 가수와 관객이 한 자리에 있어야 완성되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와주셔서 저의 마음을 씻겨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이홉)

RM 역시도 "지긋지긋한 언택트!"라고 운을 떼며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회상했다. "억울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라며 "그런 만큼 이번 공연에 영혼을 갈아 넣었고, 무대에 결연하게 올라왔다. 우리가 진짜 집에 왔기 때문에 'HOME'을 부른 게 잘 한 것 같다. 이게 진짜 우리 고향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함성 대신 박수로 채운 이번 공연에 대해 "나중에 우리 아들딸들에게 '이런 콘서트도 있었다'라고 재미있게 말할 수 있는 역사를 만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위기가 와도 우리는 언제나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RM)
 
태형은 "다음에는 박수 대신에 기필코 아미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때가 있을 테죠"라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 마지막 곡으로 이들은 '퍼미션 투 댄스'를 아미들과 함께 하나 되어 부르며 재회의 기쁨으로 뭉클했던 대면 공연의 막을 내렸다.
 

▲ 방탄소년단, 2년 반 만에 대면콘서트 ⓒ 빅히트 뮤직

▲ 방탄소년단 ⓒ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 BTS 지민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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