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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상대하는 일, 연예인 매니저도 자격증 있어야"

[인터뷰] 이영준 한국연예인매니지먼트 부회장

22.02.25 16:28최종업데이트22.02.2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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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필터링이 필요하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도, 부동산 중개하는 사람도, 보험상품 파는 사람도 자격증이 있어야 하는데 하물며 연예인 매니저는 사람 영업을 하는데도 진입 장벽이 낮다. 이건 오래된 문제다."
 
올해로 연예인 매니저 20년 차인 이영준 한국연예인매니지먼트협회(아래 연매협)의 문제의식이 꽤 커 보였다. 최근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들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흐름임에도 여전히 배우나 가수, 연예인을 담당하고 일을 성사시키는 실무진들은 과거 시스템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었다.
 

한국연예매니지먼트 협회 이영준 부회장. ⓒ 이선필

 
법적 규제 필요한 이유
 
그간 연매협을 중심으로 매니지먼트 종사자에 대한 자격증 도입 필요성이 꾸준히 대두됐다. 이중 이영준 부회장은 강경파다. 한국 콘텐츠의 질적 향상과는 달리 연예인 매니저 하면 여전히 3D 업종 혹은 뭔가 음지에서 일하는 인식이 강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협회 차원에서 준회원과 정회원 자격 심사를 나름 엄격하게 하고 있지만, 그는 국가 공인의 자격증이 필요하다고 일관되게 얘기해왔다. 등록제인 매니지먼트업을 허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인데 이런 업계의 요구에도 10년 넘게 관계 당국에선 사실상 방관하고 있다는 게 종사자들의 생각이었다.
 
"과거엔 4년 이상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경력증을 당국에서 발급해줬는데 지금은 20시간인가 교육 이수만 하면 대중문화업 등록증이 나온다. 그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졌는데 그럴수록 피해자도 생기기 쉽다. 뉴스 보면 금품 갈취, 성폭력 문제, 계약 문제 등이 꾸준히 나오는데 업계에 대한 선입견도 생기기 쉽다. 그래서 법 규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매니저 일을 몇 년 하다가 그만둔 사람이 과거에 담당했던 배우들 이름을 팔면서 돌아다니는 경우가 꽤 많다. 자격증화 한다면 그런 피해를 방지할 수 있지. 협회 차원에서도 자격증 번호를 기준으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서 현업인지 아닌지 확실하게 검색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그는 "직업 산택의 자유는 분명 보장돼야 하지만 아무나 이 일을 하게끔 하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기에 범죄 경력이 있거니 심신 미약 여부 등도 면밀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물론 협회 차원에서 일부 불공정 행위에 대해 규제를 하고 있긴 하다. 연매협 조직 내 상벌윤리위원회는 그간 불공정 계약이나 임금 미지불, 성폭력 사태 등 인지하는 사건마다 조사 및 회의를 거쳐 자체적으로 불이익을 주거나 개선 요구를 하는 식으로 활동해왔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한계가 있다는 게 이영준 부회장의 지적이었다.
 
"협회가 특정 개인을 사찰하거나 사법 처리할 권한은 없지만 나름 상벌윤리위원회에서 관례나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이에게 조정을 해주고 있다. 연예인과 회사 간 계약 문제도 많지만 무적 회사의 활동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사기 비슷한 사례도 있고 아카데미 형태의 매니지먼트들이 법망을 피해서 여러 악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래서 더욱 법으로 규제할 수 있는 자격증 활성화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미지근하다면 민간 자격증으로라도 추진할 예정이다. 문체부와 교육부는 물론이고 매니지먼트과가 있는 대학과도 협의해서 시스템을 구축해보려 한다."
 
"매니저는 상품 아닌 사람의 능력을 보는 사람"

이영준 부회장은 "결국 현업 종사자들이 선입견을 깨고 가족에게, 사람들에게도 자랑스럽게 일하는 환경이 목표"라며 "전 세계가 한국 문화와 한국 콘텐츠를 인정하고 있고, 방탄소년단 회사의 시가총액만 해도 웬만한 대기업과 맞먹는다. 이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 시스템 또한 그 흐름을 빨리 따라가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물론 아직 갈길이 멀다. 매니저의 자격증화 추진과 함께 어떤 항목과 덕목을 평가 기준으로 잡아야 할지 논의가 우선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구체적으로 말하긴 이르지만 운전 능력과 함께 기본적인 정신 및 신체 검사가 필요하고, 계약 관련한 기초 법률, 대중 문화 상식과 화술 화법 등 여러 평가 항목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답했다.
 
"매니지먼트사의 매니저는 다른 업종의 영업사원과 크게 다르다. 상품을 파는 게 아닌 재능을 알리고 값을 매기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미술 작품이야 개수가 한정돼 있으니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영역이 있지만 사람의 능력은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돈만 쫓는 게 아니라 관계나 인성적인 부분도 바라봐야 하거든.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열풍인 게 공인중개사 자격증이라더라. 어떤 기사를 보니 지난해 수학능력시험 응시자 수와 비슷하다는 말이 있더라. 매니지먼트 또한 분명 상향세가 될 것이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연예인 이영준 매니저 배우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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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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