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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로 돌아오는 구자철, '금의환향' 모범사례

구자철의 복귀, K리그에 또 다른 활력 될까

22.02.23 10:41최종업데이트22.02.2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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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명의 유럽파 출신 스타가 K리그로 돌아온다. 국가대표 출신 미드필더 구자철이 친정팀 제주 유나이티드 컴백을 앞두고 있다. 제주는 지난 2월 22일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하여 "구자철이 제주에 입단하면서 K리그로 전격 복귀한다. 제주는 구자철과 복귀하는데 뜻을 같이 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구자철은 손흥민-기성용-이청용-이근호 등과 함께 201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중 한 명이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한국축구 역사상 첫 동메달 신화에 기여했으며,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A대표팀 주장을 맡기도 했다. 2019년까지 국가대표로 활동하며 월드컵 본선 출전 2회-아시안컵 본선 3회출전 등 A매치 76경기에서 19골을 기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볼프스부르크-마인츠-아우크스부르크 등을 거치며 유럽 빅리그에서도 오랫동안 활약했다.
 
구자철은 K리그와 제주가 배출해 낸 최고의 성공작이기도 하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 입단하여 프로경력을 시작했고 2010년까지 총 95경기 9골 20어시스트로 활약하며 제주의 주축 선수로 활약했다. 2010시즌에는 제주를 K리그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끌며 베스트11과 도움왕을 수상했다. 프로 초기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시작했지만 뛰어난 공격본능과 플레이메이킹 능력이 빛을 발하며 국가대표팀과 유럽무대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변신하여 두각을 나타냈다.
 
특히 구자철의 성공은 2010년대 한국축구 선수들의 본격적인 유럽 진출 열풍과 함께, 'K리거가 유럽 빅리그에 바로 직행해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2002 한일월드컵을 전후하여 한국축구 선수들의 유럽무대 도전이 활발해졌지만, K리그에서 손꼽히던 선수들도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실패한 경우도 많았다. 아예 손흥민처럼 유소년 시절부터 일찍 유럽무대에서 성장한 극소수를 제외하면, 박지성-이영표-설기현-기성용-박주호 등 성공한 선수들도 대부분 유럽 중소리그를 거쳐 검증을 받은 이후 빅리그로 올라가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2010년대에는 구자철-이청용-지동원처럼 K리그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바로 빅리그로 직행하는 도전 사례도 늘었다. 물론 처음에는 유럽 적응기와 임대 등을 거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구자철은 유럽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히는 빅리그인 독일 분데스리가 1부리그에서 한 팀을 대표하는 주전급 선수로 10년 가까이 장수하며 결국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구자철의 유럽무대 연착륙과 모범적인 자기관리 등은 독일에서 한국축구에 좋은 인상을 남기며 이후로도 많은 '성실하고 가성비좋은 한국 선수들'에 대한 독일 구단의 관심이 높아지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구자철의 K리그 귀환은 유럽파들의 '금의환향'이라는 측면에서도 이상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다. 구자철은 2019년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며 유럽 생활을 정리한 이후 중동무대인 카타르 스타스리그의 알 가라파, 알 코르에서 선수 경력을 이어왔다. 어느덧 30대에 접어들며 축구인생 후반부를 맞이한 구자철은, 자신을 처음 정상급 선수로 성장시킨 친정팀 제주로 돌아오며 해외진출 당시의 신의도 지키고 유종의 미를 기약할 수 있게 됐다.
 
한때 유럽무대를 누볐던 스타 선수들이 K리그행을 결정하는 것은 의외로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다. 유럽파 출신에 대한 팬들의 높은 기대치가 주는 부담감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부메랑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축구의 레전드인 박지성-이영표-안정환 등은 모두 K리그가 아닌 해외무대에서 선수생활을 마쳤다. 이동국-홍정호-이천수-김보경 등은 '해외무대에서 실패하고 돌아온 선수'라는 꼬리표를 딛고 K리그에서 재기에 성공하기까지 절치부심의 시간을 거쳐야 했다.
 
최근 유럽무대에서 뛰다가 대부분 K리그로 돌아온 선수들도 대부분 복귀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이청용은 우선 협상과정에서 난항을 겪으며 결국 친정팀 서울이 아닌 울산을, 지동원도 전남이 아닌 서울의 유니폼을 각각 입으며 친정팬들에게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기성용은 우여곡절 끝에 서울로 돌아오기는 했지만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을 겪으며 논란이 됐다. 수원 유스 출신이었던 백승호는 지난해 전북 현대행을 결정하며 수원과 큰 갈등을 빚기도 했다.
 
반면 구자철은 11년전 해외 진출 당시 'K리그 복귀 시 제주 유니폼을 입겠다'고 선언한 바 있으며, 이번 복귀로 제주와 팬들에게 그 약속을 지켰다. 제주 구단에 따르면 구자철의 해외진출 이후에도 선수와 지속적인 교감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제주는 이미 2022시즌 선수단 구성을 완료한 상태였기에 갑작스럽게 구자철의 영입을 진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었지만, 구자철이 제주를 넘어 한국축구에서 갖는 상징성 뿐 아니라 전력 강화 측면에서 꼭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적극적인 국내 복귀를 추진했다. 그야말로 성공해서 더 큰 무대로 나아갔고 이제 성공해서 고향으로 다시 돌아오는 구자철의 행보는, 축구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도 보기드문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의 모범사례라고 할 만하다.

구자철의 복귀는 제주는 물론 올시즌 K리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구자철과 동시대에 소속팀-대표팀에서 오랜 시간 활약해 온 기성용-지동원-이청용 등과 이제 K리그에서 상대팀으로 맞붙게되며 '유럽파 출신'들의 라이벌 구도는 K리그 흥행를 위한 큰 볼거리가 될 전망이다. 특히 포지션과 역할이 엇비슷한 기성용과의 맞대결은 벌써부터 최대의 빅매치로 꼽히고 있다.
 
제주는 이미 올시즌 전북과 울산의 양강구도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다크호스로 꼽혔다. 여기에 구자철까지 가세한다면 한층 막강한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다만 제주가 이미 윤빛가람과 이창민, 최영준 등 수준급 미드필더들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들과 역할이 겹치는 구자철의 뒤늦은 합류가 초래할 포지션 중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관건이다.
 
구자철은 24일 입국 후 7일간 자가격리 기간을 거쳐 다음달 6일 정도에 제주 홈경기에서 팬들에게 공식 복귀 인사를 가질 예정이다. 구체적인 입단 계약과 관련한 세부사항은 입국 후 이야기를 나눌 것으로 알려졌다. 구자철의 복귀가 K리그에 또다른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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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철 제주유나이티드 회자정리 거자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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