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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행크스가 '강아지 돌보는 로봇' 만든 이유

[리뷰] 영화 <핀치>

22.02.21 10:26최종업데이트22.02.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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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핀치> 장면 ⓒ 애플TV

 
누군가를 돌본다는 것은 모든 동물의 본능과도 같다. 아주 가까운 자식은 그런 돌봄을 받는 가장 기본적인 존재다. 아이를 키우고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챙겨준다. 그리고 정서적으로 교류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정을 쌓아간다. 그 모든 과정은 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끝이 나는 듯하지만 그 아이가 또 다른 가정을 만들면서 다시 비슷하면서 다른 과정이 시작된다. 세대와 세대를 지나면서도 변하지 않는 이 과정은 아마도 모든 동물들이 자라면서 교류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모습들이다. 

무엇보다 자신이 지키고 돌보려고 하는 존재가 밥을 먹고 자신과 시간을 보내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어떤 심적인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살아있는 동안 계속 그 어떤 존재를 돌본다. 아이가 자라면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동물을 키우거나 식물을 키우며 무언가와 끊임없이 교류한다. 그렇게 무언가를 돌보는 행위 자체가 인간이 가진 하나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 큰 자식이 자신의 품을 떠나 독립할 때, 약간의 허무함과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일 것이다. 

오존 파괴로 혼자 살아남은 주인공과 로봇 이야기

영화 <핀치> 속 주인공 핀치(톰 행크스)는 지구 오존 파괴로 거의 파괴된 지구에 살아남은 사람이다. 영화 초반 화면 속의 핀치는 낮에 특수한 장비를 입고 밖에서 활동을 하고, 밤에는 그나마 안전한 실내에서 생활한다. 주변에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고, 작은 로봇과 개 한 마리가 그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과거 개발자였던 그는 제프(칼레 랜드리 존스)라는 새로운 로봇을 개발한다. 그 외에 등장인물은 나오지 않는다. 그야말로 지구 종말의 상황 속에서 겨우 살아남은 핀치의 생활이 영화에 담긴다. 

새로운 로봇인 제프는 많은 지식을 전송받긴 했지만 실제로 걷고, 활동하는 것에 아직 교육이 필요한 존재다. 핀치는 제프를 교육시키고 알려주면서 폐허가 된 세계에서 그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가 되길 희망한다. 그러니까 제프는 핀치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인 셈이다. 그리고 따뜻한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개를 돌보면서 남은 삶을 겨우 살아내고 있다. 
 

영화 <핀치> 장면 ⓒ 애플TV

 
핀치가 키우는 개는 '굿이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굿이어는 우리가 아는 여느 개처럼 정이 넘치고 인간 주변을 맴돌며 온기를 만든다. 핀치는 그를 돌보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 핀치가 로봇 제프를 만들어낸 궁극적인 이유 자체도 자신이 세상을 떠난 이후에 굿이어를 돌볼 수 있는 존재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제프는 그런 핀치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치지만, 핀치는 자신이 만든 로봇이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또 돌본다. 그저 바보 같은 인공지능 로봇에 불과했던 제프의 변화과정이 영화의 중반 이후부터 담긴다. 

사실 영화 <핀치>의 중심인물은 핀치가 맞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핀치보다 제프의 영화로 보인다. 제프의 탄생부터 그가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하나씩 보여주는 영화 속에서 제프는 그저 감정 없는 로봇이라기보다 하나의 인간이 탄생하고 성장하는 존재로 보인다. 그가 무언가를 배우고 성장하고, 또 실수하는 과정을 보는 것이 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정이자 서사이다. 제프는 뭘 해도 서툴러 보인다. 실수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하는 그의 모습에서 오히려 더욱 인간미가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 온기가 느껴진다면 그건 모두 제프의 서툴고 어색해하는 그 모습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로봇 제프의 따뜻한 성장기

이 영화에는 악당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다.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보호막이 사라진 지구의 환경이다. 환경이 만들어낸 토네이도와 폭풍은 아주 짧은 시간 이어지지만 아주 무서운 파괴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악당 캐릭터를 등장시키기보다는 핀치가 그토록 보살피고 지키려는 노력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는 데 좀 더 관심이 있다. 마치 부자 관계처럼 보이는 핀치와 제프가 서로 주고받는 대화들이 조금은 척박한 화면과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영화 <핀치> 포스터 ⓒ 애플TV

 
주인공 핀치 역을 맡은 톰 행크스는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인물을 다시 한번 연기한다. 과거 <캐스트 어웨이>에서 그랬던 것처럼 혼자 등장해 개와 로봇과 벌이는 그의 연기는 부드럽게 느껴진다. 이번엔 로봇 제프라는 존재가 있어 어느 정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고, 유머도 포함되어 있어 시종일관 편안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만든다. 

이 영화를 연출한 미구엘 사포크닉 감독은 과거에 <리포맨>(2010)이라는 SF 영화를 연출한 적이 있다. 또한 <얼터드 카본> 같은  드라마 에피소드를 연출하는 등 SF 장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가 연출한 <핀치>는 지구 종말의 분위기 속에서 따뜻함을 담았는데 그 따뜻함이 누구도 아닌 차가운 이미지의 로봇에게서 느껴진다는 데에 특이한 점이 있다. 

영화 속 핀치가 돌봐주었던 굿이어를 위해 만든 로봇 제프는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로봇이 되어간다. 그가 핀치에게 배운 것처럼 그는 어떤 존재를 똑같이 돌보면서 살아갈 것이다. 그가 과연 굿이어와 교류를 하게 될지, 굿이어가 로봇이라는 차가운 존재를 받아들일지는 영화에서 직접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영화 <핀치>는 애플 TV에 공개되어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핀치 로봇 SF 종말 톰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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