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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이상호, 0.01초 차이가 아까웠다

이상호, 평행대회전 8강으로 마무리... 0.01초 차이로 탈락

22.02.08 17:10최종업데이트22.02.0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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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호, 준결승 진출 실패 '배추보이' 이상호가 8일 중국 허베이성 장자커우 겐팅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준준결승 경기에서 0.01초 차이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하자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한의 0.01초 차이가 아쉬웠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 출전한 '배추보이' 이상호가 8강에서 아쉬운 탈락을 맞이했다. 예선을 1위로 주파하며 기대감을 높였던 이상호는 16강을 안정적으로 통과했지만,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빅 와일드를 만나 0.01초 차이로 아쉬운 패배를 당해야만 했다.

종이 한 장 차이, 순간의 차이가 너무나도 아쉬웠다. 치열한 접전 끝에 빅 와일드와 엎치락 뒤치락하는 싸움을 펼쳤지만, 노련미를 바탕으로 경기에 나선 빅 와일드에게 분패했다. 하지만 이상호는 유럽 선수들의 독무대였던 알파인 스노보드 종목에서, 유일한 아시아 선수로서 한국 설상 종목의 자존심을 지켰다.

예선 1위, 유일한 30초대 주파... 처음부터 완벽했던 이상호

길이 560m, 153m의 고저차 사이를 28개의 기문으로 오가는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의 평행대회전 슬로프. 이상호는 올림픽 1년 뒤인 2019년 2월 같은 곳에서 열렸던 월드컵에서 27위라는 아쉬운 성적을 보였지만, 같은 해 11월 열린 아시안컵에서는 우승을 거두는 등 장자커우에서의 기록을 높여나갔다.

아쉬움도, 즐거움도 있었던 장자커우를 이상호는 두 번째 올림픽 무대로 3년 만에 재회했다. 올림픽을 대비하기 위해 185cm인 보드의 길이도 4cm 길게 만들었다. 이상호는 지난해 2월 인터뷰에서 장자커우 코스에 대해 "한 치의 실수 없이 타야 하는 점이 어렵다"라고 평가한 적이 있을 정도로 기본기에 충실해야 했다.

8일 오전 열린 예선 1차전에서 블루 코스 위에 오른 이상호는 랭킹 2위였던 독일의 스테판 바우마이스터와 페어로 슬로프를 활주하며 기록경쟁을 펼쳤다. 기문을 침착하게 통과한 이상호는 39초 96으로 블루 코스를 통과했다. 이날 평행대회전 코스를 30초대의 성적으로 통과한 선수는 이상호가 유일했다.

이상호는 예선 2차전에서 레드 코스 위에 올랐다. 오스트리아의 벤쟈민 카를과 페어로 슬로프 위에 오른 이상호는 40초 58로 코스 순위 3위에 올랐다. 레드코스와 블루코스를 합쳐 기록한 성적은 1분 20초 54. 2위 베냐민 칼과는 0.71초라는 큰 차이로 1위 자리를 수성했다. 

함께 예선에 나선 김상겸은 레드 41.41초, 블루 42.40초로 도합 1분 23초 81의 성적을 거둬 24위를 기록해 결선 진출에는 실패했다. 여자 평행대회전 정해림 선수는 여자 평행대회전 예선에서 블루 코스를 43초 63의 기록으로 주파해 7위에 올랐으나, 레드 코스를 합쳐 45초 47을 기록해 18위, 단 두 계단 차이로 결선 진출이 무산되었다.

찰나가 아쉬웠다... 빅 와일드 상대 분패

같은 날 오후 시작된 결승, 16강에서 이탈리아의 다니엘레 바고차를 만나 레드 코스를 골라 레이스에 임한 이상호는 초반 바고차와 동시에 게이트를 지나는 등 동등한 레이스를 펼쳤지만, 중반을 지나면서 점점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이상호는 후반부로 갈수록 격차를 벌리며 0.92초 차이로 8강에 올랐다.

8강에서 소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빅 와일드를 조우한 이상호. 레드 코스를 골랐던 이상호는 초반 레이스에서 노련미를 중심으로 나섰던 빅 와일드에 0.01초 차이로 밀렸지만, 중반을 지나며 빅 와일드를 추월하면서 준결승으로의 여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에는 다시 빅 와일드와 앞서고 뒤서고를 반복한 이상호. 마지막 기문을 통과한 이상호, 그리고 빅 와일드가 피니시 라인을 통과한 순간, 두 선수가 모두 승리를 예감한 듯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하지만 승리는 0.01초 차이로 앞선 빅 와일드의 것이었다.

8강전에서 이상호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빅 와일드는 준결승에서 패배를 거두며 3·4위전에 돌입했다. 빅 와일드는 동메달을 따내는 데 성공하며 8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기록하며 '노장'으로서의 면모를 발휘했다.

하지만, 아직 더 많은 기회가 남았다

하지만 이상호 선수는 아직 더욱 많은 올림픽에서의 기회를 남겨두고 있다. 알파인 스노보드 선수들의 선수 수명은 굉장히 길다. 당장 이날 이상호와 맞붙은 빅 와일드가 1986년생으로 30대 중반을 부쩍 넘겼고, 이번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벤쟈민 카를 역시 1985년생으로 30대 후반을 바라보고 있다.

그렇기에 아직 1995년생인 이상호 선수는 두 번, 그리고 세 번 이상의 올림픽에 더 출전할 기회가 남아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노보드 종목의 특성상 선수들이 긴 기간동안 자신의 기량을 그대로 이어가며 뛸 수 있고, 더욱이 상황 대처 능력 역시 더욱 올라가기에 이상호의 전망은 여전히 밝다.

비록 베이징에서는 선수 본인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못했지만, 결승에 진출한 16명의 남자 선수 중 유일한 아시아 선수였기에 누구보다도 더욱 주목받았던 선수였다. 베이징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상호가 밀라노에서, 어쩌면 더 이후의 대회에서 평창 못잖은, 어쩌면 평창보다 더욱 좋은 성적을 거둘 일이 많을테다.

한편 이날 여자 평행대회전 결승에서는 체코의 에스테르 레데츠카가 평창 올림픽에 이어 스노보드 2연패를 달성했다. '빌려 탄 스키'로 알파인 스키에서 금메달을 따기도 했던 레데츠카는 이번 베이징에서도 새로운 메달을 수확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를 출산하면서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던 슬로베니아의 글로리아 코트닉은 선수로 복귀한 올림픽에서 눈물의 동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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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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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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