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SNL 정치풍자극이 반가운 이유

되살아나는 정치 풍자극에 대한 반가움과 그 가치에 관한 고찰

등록 2022.02.08 10:48수정 2022.02.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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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에서 정치얘기 하지 말라는 어르신들의 말씀은 올바른 사회생활을 위한 규범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이 사회적 담론을 포기하기엔 답답함이 크다. 사회 문제의 해결사를 자처하며 금뱃지를 꿰찬 그들은, 매일같이 TV속에서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서 우리들의 안구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답답한 마음에 모임자리에서 하소연이라도 한번 할까 마음을 먹지만, 특정 정치인에 관한 찬반 갈등으로 자칫 친분에 금이 가는 바보 같은 짓이 될까봐 얘깃거리가 되는 걸 이내 포기하게 된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여전히 가슴속 감정의 불순물들은 차곡히 쌓인다.

어두운 감정을 웃음의 에너지로, 풍자의 가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힘 대선후보와 배우자를 열연한 배우들 ⓒ 쿠팡플레이

 
2022년, 한겨울이지만 대선이슈로 가장 뜨거운 시기다. 5년동안 모든 이들의 삶을 좌지우지할 지도자를 뽑는 이벤트라, 그 어느 때보다도 각 후보들에 대한 상반된 감정들과 갈등이 끓어오를 때다. 이때 컴백한 SNL의 정치 풍자극은 그래서 더없이 반갑다. 노련한 배우들에 의해 기막히게 재현된 대선주자들의 모습은 더없이 익살스럽고 큰 공감을 자아낸다.

분노의 대상이 풍자의 대상으로 바뀌면서 큰 웃음이 되는 순간이다. 마치 상대방의 힘을 역이용하는 씨름기술(뒤집기)과 같은 이치다. 한 희극인의 능숙한 몸짓 하나로 어두운 감정들이 순식간에 웃음의 에너지로 치환되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이것은 우리들의 깊은 마음 속에 쌓인 감정들을 풀어주면서 버거운 현실을 이겨낼 힘도 된다. 그래서 절망에 신음하는 국민들을 위한 정치 풍자극은 소중한 일이다.

현세지옥같은 세상, 풍자놀이는 계속되어야 한다

오랜 역사속에서 풍자는 늘 오만과 독선으로 찌든 권력자들을 꾸짖는 대중들의 언어이자 위로의 수단이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최고 지도자는 자신을 조롱하는 광대와 웃음꽃을 피우는 백성들의 얼굴을 함부로 짓밟을 수 없다. 물론 감투를 쓴 당사자에게 희화화되는 일이 조금 괴롭겠지만, 그저 그 속에 숨어있는 메시지를 수용하고, 자신의 흐트러진 생각과 옷 매무새라도 한번 추스리는 겸손을 갖추면 될 일이다.

<미디어스>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의 자유도가 2007년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희소식과 함께 이런 자유로운 풍자극들이 되살아 나는 건 좋은 일이다. 이제 '밥상머리 정치얘기 금물론'은 신경 안 써도 될 것 같다. 굳이 서로 얼굴 붉혀가면서 특정인을 재판할 필요도 없다. 점심시간, 까페 테이블 위에 아메리카노 몇 잔과 SNL배우 한 명을 올려놓고, 그저 지인들과 함께 가벼운 담소거리로 즐기면 그만이다.


필자는 '세상은 현세지옥(現世地獄), 씹을 건 씹으면서 스트레스 풀자'는 고(故) 신해철씨의 철학을 좋아한다. 거기에 조금 더 보태는 글로서 제 생각들을 마무리하겠다.

'현세지옥, 가끔씩 씹을 건 유쾌하게 씹으면서 삽시다'
#정치풍자 #SNL #콜드오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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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작가 김진수입니다. 게임,일상다반사 등 가슴에 맺힌 여러 생각들을 재밌게 써볼랍니다. 블로그 '소금불' 운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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