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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만 컸고 내실은 부족... '더 솔져스'의 아쉬움

[TV 리뷰] SBS 밀리터리 예능 프로그램 <더 솔져스>

22.01.29 11:21최종업데이트22.01.2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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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밀리터리 서바이벌 예능 <더 솔져스>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최강의 국가대표 특수부대팀이 탄생했다. 28일 방송된 <더 솔져스> 최종회에서는 결승까지 올라온 최후의 2팀인 알파(이창준, 홍범석,김창완, 김호종, 추부연)와 브라보(제이, 송병석, 공기환, 김현곤, 김영환)가 맞대결을 펼치는 최종 파이널 미션 '배틀필드'가 진행됐다.

두 팀은 배틀필드에서 동시에 미션을 시작하며 총 다섯 군데의 스팟에서 단서(비밀번호 숫자)를 찾아 최종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하여 먼저 금고를 여는 팀이 승자가 되는 미션이었다. 길목에는 테러범(대항군)이 곳곳에 버티고 있으며 알파와 브라보, 두 팀간에 서로 교전도 가능했다. 총상을 세 발 이상 맞은 대원은 사망처리되어 아웃되고 대원들이 전멸한 팀은 패자가 된다. 앞서 스텔라호 미션에서 1등을 차지한 알파팀이 두 곳의 출발 위치중 시작점을 먼저 선택할수 있는 베네핏이 주어졌다.
 
두 팀은 각기 다른 전략을 수립했다. 브라보는 다섯 대원이 함께 움직이며 상대와의 교전보다는 가급적 우회를 선택하여 최대한 단서 다섯 개를 빨리 찾아내는 미션 완수에 초점을 맞췄다. 반면 알파는 매복조와 공격조로 나뉘어 스팟을 먼저 선점하고 상대팀인 브라보를 견제하여 발을 묶는데 비중을 둔 전략을 들고나왔다.

알파와 브라보는 각각 첫 번째 스폿에 도착해 비밀번호 한 자리를 획득했다. 알파는 테러범의 거센 저항에 다소 고전했으나 결국 제압에 성공하고 홍범석이 이끄는 공격조가 먼저 선점한 냉장고 스팟 근처에서 브라보를 기다리며 매복했다. 두 개의 비밀번호를 확보하고 다음 스팟으로 이동하던 브라보는 알파의 갑작스러운 기습 공격에 당황했다.
 
교전 끝에 하필 브라보팀의 리더인 제이 팀장이 총에 맞고 제일 먼저 제압당하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제이를 중심으로 모든 작전계획을 수립했던 브라보는 리더를 잃고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알파는 그 사이에 다음 스팟을 향하여 신속하게 이동했다.브라보도 알파가 떠난 것을 알고 다시 계획했던 스팟으로 향했으나 이번에는 이창준과 추부연이 숨어있던 알파팀 매복조로부터 2차 기습을 당했다. 이 과정에서 무전으로 위치가 발각된 맏형 송병석마저 제압당하고 남은 세 명의 팀원들마저 총격을 피해 뿔뿔이 흩어지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홍범석이 이끄는 알파 공격조 3인은 포클레인 스팟에 도착하며 세 번째 비밀번호를 확보하며 브라보팀에 3대 2로 앞서나갔다. 브라보 김현곤이 매복해있었으나 수적 열세를 이기지못하고 도주했다. 수적 우세를 점한 알파 공격조는 이제부터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다시 두 팀으로 나뉘어 두 개의 스팟을 동시에 확보하는 길을 선택했다.
 
하지만 알파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드럼통 스팟으로 이동한 김창완-김호중 2인팀이 매복해있던 테러범의 기습을 받아 김창완이 제압당했다. 이틈에 브라보는 김영환이 리더로 나서며 다리부상으로 움직임이 불편한 김현곤을 매복시키고, 2개의 비밀번호를 추가로 확보했다. 김영환은 마지막 스팟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팀과 떨어져있던 공기환에게 무전으로 이동을 지시했다.
 
알파 공격조도 4번째 비밀번호를 확보하여 4대 4 동률이 된 가운데 홍범석과 김호중이 다시 조우했다. 김현곤이 이동로에서 매복하며 기회를 노렸으나, 홍범석-김호중의 빠른 대응사격과 연합공격에 반격당하며 쓰러졌다.

이어 알파 공격조는 매복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추부연까지 합류했다. 팀원들과 합류하기 위하여 무리해서 지역 돌파를 시도하던 브라보 공기환마저 알파 공격조의 포위망에 둘러싸여 수적 열세를 이기지못하고 제압 당했다. 알파는 브라보보다 한발 앞세 다섯 개의 비밀번호를 모두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이제 브라보에서는 김영환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이창준은 모든 비밀번호를 확보했다는 무전을 받자 매복을 종료하고 팀원들과 합류하기 위하여 이동했다. 근처에 숨어서 대기하던 김영환도 이창준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 마지막 스팟에서 비밀번호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양팀이 모두 전체 비밀번호를 획득했지만 최종 목적지에 먼저 도착한 것은 알파팀이었다. 비밀 금고안에 들어있던 물건은 바로 <더솔져스> 로고가 새겨진 패치였다. 알파 대원들은 패치를 모두 어깨에 착용하는 것으로 미션 완수를 자축했다.
 
이로서 최후의 승자에 등극한 알파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수요원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동안 미션에 함께했던 다른 세 팀의 팀장과 멤버들도 모두 함께하며 박수로서 알파의 우승을 축하했다. 김호종은 "매 순간들이 우연처럼, 기적처럼 일어났다. 도전한 제 자신이 뿌듯하고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 추부연은 "최종 미션전에 팀원들끼리 아이컨택을 했을 때 서로를 믿는다는 마음을 느꼈다. 그래서 얻어낸 결과인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창준 팀장은 "이루 말할수 없다. '결과로서 과정을 입증한다(707특수임무대의 부대 구호)'는 말처럼, 지금까지 우리가 해온 것들이 다 입증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홍범석은 "대한민국 특수요원 국가대표가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대한민국 특수부대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도록 더욱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MC 김상중은 "두려움과 고통을 피하지 않으며 당당한 모습으로 어떤 미션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과정 자체가 결과를 넘어 큰 감동을 줬다"며 모든 대원들을 격려했다.
 
2021년 11월 첫 방송을 시작한 <더 솔져스>는 '밀리터리 연합대항전'을 표방하며 대한민국 최정예 특수부대 연합팀을 선발하여 세계의 특수부대들과 경쟁한다는 야심찬 기획을 내세웠다. 특전사(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전사 예하 특수임무대), CCT(공군 공정통제사), 정보사(국군 정보사령부), UDT(해군특수전전단), SSU(해난구조전대), 해병대 수색대 등 국내 최고의 특수부대 출신 예비역 20명이 밀리터리 국가대표 선발전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이들을 이끌 멘토이자 글로벌 팀장으로 윌 라베로(미국, 그린베레), 제이 모튼(영국, SAS) 요한 레이스패스(스웨덴, SOG), 이창준(한국, 707) 등 쟁쟁한 특수부대 출신들이 가세했다. <가짜사나이><강철부대> 등의 인기몰이로 최근 밀리터리 서바이벌 장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것도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더 솔져스>는 시청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으며 예상만큼 인기를 끄는데는 실패했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으로 방영내내 1~2%대의 저조한 시청률에 그친 <더 솔져스>는 클라이맥스였던 8회에는 1.2%로 자체 최저 기록을 세운데 이어, 마지막 최종회마저 1.4%에 그치며 끝내 반등에 실패했다. 

앞서 방송된 채널A <강철부대>가 종편에서 방송된 프로그램이었음에도 평균 5%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심지어 최고 시청률은 6.8%로 방송사 자체 최고기록까지 세우며 신드롬을 일으켰던 것과 극명하게 대조된다. 반면 <더솔져스>는 지상파 제작에다가 금요일 황금시간대라는 유리한 편성을 등에 업고도 철저히 외면받았다. <더솔져스>의 최고 시청률이었던 4회의 2.9%가, <강철부대>의 최저시청률이었던 1회와 동일한 성적이라는 것이 두 프로그램의 희비를 단적으로 함축한다.
 
<더 솔져스>의 패착은 밀리터리 서바이벌 장르의 '진정한 인기 비결'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 제작진은 기존작들에 비하여 더 거대해진 규모와 난이도높은 미션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것을 기대했지만, 정작 서바이벌 장르에서 필수적인 연속성있는 서사와 캐릭터 구축의 중요성을 소홀히 여겼다.
 
<강철부대>가 인기를 끌수 있었던 것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특수부대 6팀간의 '팀전'이라는 라이벌 구도를 제시하며 '어느 특수부대가 최강일까'라는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확실한 콘셉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육상부대 VS. 해상부대, 전투부대 VS. 비전투부대, 군복무 경험차에 따른 베테랑 VS. 언더독 등 미션마다 다원화된 경쟁구도를 만들어내며 시청자들의 긴장감과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한 단순히 1등을 가리는 경쟁만 강조한 것이 아니라 각 부대마다 가지고있는 고유의 특성이나 대원들 각자의 캐릭터를 부각시켜서 다채롭고 흥미로운 스토리 라인까지 구축했다. 여기에 연예인 MC들을 '관찰 겸 해설자'의 역할로 투입하며 예능적인 재미를 보완하면서 군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시청자들 입장에서도 스토리에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에 비하여 <더 솔져스>는 각기 다른 특수부대원들을 개인 미션 성적순으로 각 팀장들이 선발하여 팀전을 치르는 방식이었다. 이미 방송 초반부터 팀원들의 능력 차이가 두드러지며 강팀과 약팀의 구도가 명확해졌다. 한번 정해진 팀은 멤버가 변동되는 일도 없이 생존과 탈락의 운명을 모두 함께해야 했기에 이변이나 역전의 가능성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또한 빡빡한 일정 속에 혹독한 미션을 소화하기에도 급급한 출연자들은 각자의 매력이나 팀워크, 라이벌 구도 등을 부각시킬 여유가 없었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응원하고 싶은 팀이나 출연자에 대하여 몰입할 만한 공감대가 부족했다. 오히려 <강철부대>나 <가짜 사나이>에서도 단점으로 지적받았던 출연자들에 대한 혹사와 안전불감증, 특수부대다운 전문성과 거리가 먼 체력 위주의 진부하고 식상한 미션들은 여전했다.
 
<더 솔져스>만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화 포인트였던 '외국인 팀장' 카드는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외국인 팀장들의 개인 능력 자체는 모두 우수한 편이었지만, 단체 팀미션에서 언어로 인한 팀원과 소통의 한계는 역시 엄청나게 불리한 핸디캡으로 작용했다.

대표적으로 대테러미션에서 유일하게 임무를 완수하지못하고 가장 빨리 탈락한 찰리팀은 팀장 요한이 무전으로 전달받은 미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여 팀원들을 제대로 지휘할 수 없었던 게 치명타였다. 파이널 배틀필드 미션에서는 브라보의 제이 팀장이 알파팀의 매복 작전으로 가장 먼저 제압 당하고, 구심점을 잃은 팀원들이 뿔뿔이 흩어져 각개격파를 당하는 구도가 되면서 승부가 너무 일찍 기울었다.
 
반면 유일한 한국인 이창준 팀장이 이끌었던 알파팀은 자유로운 소통으로 돌발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언제나 신속하고 유연한 대처가 가능했다는 게 가장 큰 차이였다. 여기에 <더 솔져스> 출연자 중 최고의 대원으로 꼽힐 만큼 여러 미션에서 이창준을 능가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던 '팀장급 2인자' 홍범석의 존재까지 더한 것은 알파팀에 압도적인 베네핏으로 작용했다.

<더 솔져스>는 첫 회에서 본래 국가대표 특수부대 팀을 선발하기까지의 시즌 1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국가대표 팀과 경쟁하는 시즌2, 마지막으로 전 세계에서 특수부대 최강팀을 가린다는 기획의 시즌 3을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시즌1이 워낙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기록하며 예정된 대로 시즌2, 3까지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보인다. 최종회 역시 앞으로의 차기 시즌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나 후일담 없이 알파팀의 우승을 보여주며 뭔가 황급하게 끝낸 모양새였다. <더 솔져스>는 강한 자극과 '국뽕' 만이 밀리터리 서바이벌 장르의 전부가 아니라는 씁쓸한 교훈만을 남긴 채 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
더솔져스 밀리터리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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