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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검증 필요하지만..." 배두나 만족시킨 '고요의 바다'

[인터뷰]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 송지안 역으로 분한 배우 배두나

22.01.03 15:58최종업데이트22.01.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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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서 송지안 박사 역을 맡은 배두나. ⓒ 넷플릭스

 

국내외 작품을 오가던 배두나에게 SF 장르는 하나의 도전이었다. 미국 드라마 <센스8>이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일찌감치 미국 콘텐츠 제작 현장을 경험한 그가 순수 한국 기술로 탄생한 SF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 어떤 마음으로 출연했을까. 게다가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주요 채널이라는 점도 특별해 보인다.
 
월수, 즉 달의 물이 유기체를 숙주 삼아 생명을 앗아간다는 설정 자체에 배두나는 호기심을 느꼈다고 한다. 영문도 모른 채 폐쇄된 달의 기지로 간 대원들이 생사를 건 탈출까지 하게 되는 이야기에서 그가 맡은 캐릭터는 과거의 상처를 품고 감정을 억누른 채 냉소적으로 살아가는 송지안 박사다. 극에서 송 박사는 제법 대원들과 거리를 둔 채 관찰자 시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거나 그 누구보다 앞서서 상황을 파악하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인간의 역사는 곧 잔혹함의 역사
 
"제가 과학자라는 직업을 경험한 적이 없고 그분들 특성을 잘 몰랐는데 대본을 보니 송지안은 공부와 연구가 천직일 것 같은 이미지였다. 22세에 학위를 딴 천재기도 하다. (연출자인) 최항용 감독님을 많이 참고했다. 말이 없고, 자외선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얼굴이 하얗고(웃음). 유일하게 의지하던 사람인 언니를 잃은 후 5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상상했다. 그 시기를 관통하는 뭔가가 있기에 달에 가는 임무를 수락했을 것이라 생각했지.
 
<고요의 바다> 원작인 감독님의 단편을 재밌게 봤다. 캐릭터의 심리를 따라가면서 몰입하게 하는 게 있는데 장편 <고요의 바다>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매 장면 매 컷 집중하려 했다. 한순간이라도 가짜로 보이면 동력을 잃을 것만 같은 부담이 있었거든. 주로 감정을 안으로 눌러 넣어야 했다. 표출하는 감정도 물론 있겠지만 이 작품에선 시청자분들이 숨은 감정을 찾아봐 주시게끔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 '고요의 바다' 메인 포스터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고요의 바다' ⓒ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엔 느린 호흡으로 캐릭터의 감정선을 끌고감과 동시에 장르적 특징도 해치지 않으려 한 흔적이 역력하다. 물 부족 현상을 배경 삼아 계급주의를 풍자한 대목도 보인다. 배두나 또한 "월수가 일종의 바이러스라는 설정에 무릎을 탁 쳤다"며 "풍자성 또한 짙다. 해보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이 작품이 수퍼 히어로물이 아니잖나. 보통 인간들의 간절함이 담긴 이야기다. 그래서 무겁다가 보다는 깊이감이 있다. 정부의 부정부패도 표현하고 있고. 연기하면서 미래의 아이들 생각도 많이 했다. 인간만 잘 살면 되는 건가? 인간을 위해 자연의 조화를 깨야 하나? 평소 이런 생각을 하고 산다. 역사를 봐도 인간이 제일 잔인한 것 같다."
 
"한국 기술 SF 새로웠다"
 
알려진대로 <고요의 바다>는 CG와 그래픽 기술, 세트장 구현 등에서 한국 기업이 대거 참여했다. 거대 자본이 투입되는 할리우드나 미국 드라마 현장에 비해 예산은 적지만, 땟깔 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배두나는 "해외에서 막대한 자본이 들어간 작품도 해봤고 그때 느낀 충격도 있는데 한국에선 그런 경험이 없었다가 이번에 깜짝 놀랐다"며 말을 이었다.
 
"그동안의 한국 현장에서 접해보지 못했던 게 많이 구현됐고 세트장 규모도 컸다. 한국의 기술력과 상상력에 놀랐다. 배우가 돼서 우주복까지 입어보다니(웃음). 감사했다. 한국이 SF 불모지라 할 정도로 거의 이 장르가 없다시피 했다. 무한 가능성의 영역인 것 같다. 물론 이야기를 만들 때 과학적 검증이 있어야겠지만 이론 안에서 어떤 이야기든 만들 수 있는 게 SF 장점인 것 같다.
 
CG는 정말 나무랄 게 없다고 생각한다. 이 정도까진 기대하지 않았는데 놀랄 정도였다. 지금 이 작품이 발판이 돼서 더 나은 게 나와야 한다. <고요의 바다>가 일종의 참고 자료로 남을 텐데 걸음마 치고 너무 좋다! 이제 경험치를 더 쌓아야지.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자본이 따라줄 것인지도 중요할 것 같다. 지금이 중요한 시기 같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때 내실을 키워야지. 다양한 장르로 말이다."

 
데뷔 이후 배두나는 독립영화 상업영화 혹은 장르불문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택해왔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에서도 제법 알려졌고 이젠 <킹덤>, <고요의 바다> 등이 넷플릭스로 공개되며 동시기에 세계 시청자들을 만나게 됐다. 그럼에도 그는 "작품을 하는 데에 어떤 전략은 없다. 그저 제가 잘할 수 있는지 쓸모가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일관된 기준이 있음을 전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에서 송지안 박사 역을 맡은 배두나. ⓒ 넷플릭스

 
"지나고 나니 이런 작품이 하고 싶었구나 하는 공통점은 있는데 따로 뭔가 계획하는 건 아니다. <킹덤>은 감독님과 신뢰가 쌓이면서 믿고 참여한 경우다. 좀비물이 너무 하고 싶어! 이 정도까진 아니었다(웃음). 새로운 걸 해보는 게 좋지만 나와 잘 맞는지가 중요하다. 최근에 참여한 <아이 엠 히어>라는 프랑스 영화는 감독이 제 친구라서, 그리고 공짜로 불어를 배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가간 경우다.
 
배우로서 책임 의식은 당연히 있지. 다만, 지금의 K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고 부담을 갖진 않는다. 20년 전부터 연기할 때마다 늘 부담의 연속이었다. 그런 연기에 대한 부담은 있지. 배우는 그냥 고용된 작품에 감독이 원하는 걸 납품하고, 관객에게 감독님이 하고 싶은 말을 잘 전달되도록 기여하는 역할을 하면 된다.
 
<킹덤> <오징어 게임> 등이 해외에서 잘 되는 걸 보면 기쁘지. 예전부터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우리 작품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그게 이뤄져서 좋다. 다만 제가 그런 현상에 연연하면 뭔가 자유롭게 작품을 못 고를 것 같더라. 그냥 배우로서 기본적인 책임감을 갖되, 초심을 잃지 말고 열심히만 하자는 생각이다. 개인적으론 한국 배우는 한국 작품에서 빛난다고 생각한다. 문화를 잘 이해하고 그 안에서 표현하는 게 익숙하다 보니까. 제 호기심 차원에선 해외 작품을 계속 하고 싶지만 제가 잘할 수 있는 건 한국 작품일 것이다."
배두나 고요의 바다 공유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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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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