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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오징어 게임, 서구 휩쓸 비영어 콘텐츠의 혁명"

한국어 콘텐츠 열풍 주목... "글로벌 주류 진입"

21.12.08 15:44최종업데이트21.12.0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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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의 전 세계적 열풍을 집중 조명한 영국 BBC 갈무리. ⓒ BBC

 
지난해 <기생충>으로 비영어권 작품으로는 처음으로 미 아카데미상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은 수상 소감에서 "자막의 장벽, 그 1인치를 뛰어넘으면 훨씬 더 놀라운 영화를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는 7일(현지시각) "봉 감독은 바람이 이루어지는 데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면서 올해 세계적으로 엄청난 화제를 일으킨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서구의 TV 문화를 뒤흔드는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소개했다.

"비영어권 콘텐츠 열풍, 일시적 현상 아닌 새 시대의 서막"

BBC는 "지난 몇 개월간 인터넷이 없는 외딴섬에 살지 않았다면 누구나 <오징어 게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오징어 게임>은 지금까지의 비영어권 영화나 드라마가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글로벌 주류(global mainstream)에 진입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징어 게임>은 영어권 국가에서 성공하기 위해 영어로 제작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라며 "자막 콘텐츠에 익숙하지 않은 영국에서도 수천만 명의 시청자가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오징어 게임>을 봤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징어 게임>의 열풍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비영어권 콘텐츠가 지배할 새로운 시대의 서막"이라고 전망했다.

BBC는 그 이유로 넷플릭스와 같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비영어권 콘텐츠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다는 것을 들었다.

미국의 문화 평론가 데이비드 첸은 "예전 같았으면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즐기려면 불법 사이트나 DVD 판매점에 가야만 했으나,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다"라며 말했다. 

또한 <오징어 게임>의 성공 덕분에 영어권 시청자가 자막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기생충>의 영어 자막 번역을 맡은 달시 파켓은 "자막이 있으면 시청자가 싫어한다고 여겼지만, 사실 우리는 온종일 휴대폰으로 글자를 읽는다"라고 반박했다.

"한국어 콘텐츠 인기, 갑작스러운 것 아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스틸컷 ⓒ CJ엔터테인먼트

 
더 나아가 BBC는 <오징어 게임>의 성공으로 세계 시장이 한국 콘텐츠에 주목하고 있으며,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는 디즈니 플러스나 애플 TV 등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도 비영어권 국가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난 10월 말 영국 유력 일간지 <가디언>의 "당신이 <오징어 게임>에 푹 빠졌다면 다음에 볼 최고의 한국 드라마 10편"이라는 기사가 당시 해당 매체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10위 안에 들었다는 사실을 소개하기도 했다.

BBC는 20년 전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것을 시작으로 2015년 <부산행>, 2019년 <기생충> 이어 최근의 <미나리>까지 한국 콘텐츠의 인지도가 조금씩 쌓여왔다는 것을 강조했다.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은 "한국 콘텐츠의 인기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지난 10~15년간 꾸준하게 글로벌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콘텐츠가 언어나 국가별로 분절되지 않고 세계적으로 통합되어가는 추세를 소개하며 "방탄소년단(BTS)이나 라틴 팝 가수 배드 버니가 영어가 자신 그들의 모국어로 노래를 해도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고 콘서트가 매진된다"라고 전했다.  

스트리밍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지리적 경계를 무시하는 시청자에 발맞춰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라며 "2022년에도 더 많은 비영어권 콘텐츠가 여러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언어·문화적 경계 없는 온라인... "리메이크 사라질 것"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스틸컷 ⓒ 레드피터

 
이 같은 흐름에 따라 비영어권 콘텐츠를 영어권 문화의 맥락으로 재해석하는 리메이크 관행도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미 할리우드 영화계 거물이자 시나리오 웹사이트 창립자인 프랭클린 리어나도는 "1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시청자들은 미국이 재해석한 리메이크를 통해 <오징어 게임> 같은 콘텐츠를 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론가 첸도 "<오징어 게임> 리메이크 가능할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리메이크가 더 이상 의미 없는 일이라고 주장할 것"이라며 "이제 리메이크는 원작에 대한 접근이 어렵거나 다른 문화적 재해석의 여지가 클 때만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오징어 게임>의 마지막 화에서 상우(박해수 분)가 "이제 끝내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라고 말한 것을 인용하며 "2022년, 그 이후에도 <오징어 게임>과 같은 비영어권 콘텐츠의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징어 게임 기생충 부산행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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