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개그맨 박영진 위한 이수근-서장훈의 뼈있는 조언

[TV 리뷰]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 낯가리는 초보 예능인을 위한 격려

21.11.09 10:49최종업데이트21.11.09 10:49
원고료로 응원

지난 8일 방영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한 장면. ⓒ KBS N

 
TV 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했던 공개 코미디가 어느 순간 사라지면서 많은 개그맨들이 생존을 위해 다른 영역으로 진출하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예능이다. 지상파, 케이블, 종편, OTT 및 유튜브 가릴 것 없이 각종 영상 매체 속 예능을 이끄는 인물 중에는 이수근, 정형돈, 양세형, 박나래, 장도연 등 <개그콘서트> <웃찾사> <코미디빅리그>를 거치면서 능력을 인정 받고 이젠 다른 분야로 넘어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반면 무대 위에선 엄청 배꼽 잡는 큰 웃음을 선사하지만 막상 예능에만 나오면 맥을 못추는 개그맨들 또한 상당수 존재한다. 큰 기대를 받고 등장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결국 어느 순간 화면에서 사라지는 일도 비일비재한 것이다. 그런 연유로 인해 공개 코미디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고민에 빠진 한 개그맨이 지난 8일 방영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을 찾아줬다. 그 주인공은 "소는 누가 키워?"라는 유행어를 지닌 박영진이다.

"낯 많이 가려... 내 이야기 하기 어려워요" 예상 못한 고민
 

지난 8일 방영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한 장면. ⓒ KBS N

 
<개그콘서트>에서 맹활약한 박영진이지만 이외의 영역에선 그를 좀처럼 만나기 어려웠다. <개콘> 종영 후 동료들과 더불어 잠시 그룹 마흔파이브를 결성하기도 했던 박영진은 요즘 KBS JOY <국민영수증>을 통해 처음으로 예능 고정 출연에 나서면서 특유의 과장된 화법으로 의뢰인(초대손님)에게 쓴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선배 송은이, 김숙과 좋은 호흡을 보여주면서 과소비, 절약 등 프로그램 성격에 부합되는 조언을 맛깔나게 선사하며 조금씩 예능에 적응하고 있는 것이다.

"방송에서 사적으로 사람을 만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가 어렵다. <국민 영수증>에서 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말을 해야 하는데 너무 어렵다."

​이제 프로그램 하나를 맡은 정도에 불과하지만 좋은 활약을 펼치는 그에겐 의외의 고민이 하나 있었다. 바로 낯가림이었다. '동자' 이수근과 '선녀보살' 서장훈을 만나 털어놓은 사연은 그런 연유로 인해 묘한 흥미를 키워준다. 콩트 느낌을 살려 기존 캐릭터에 의존한 대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나 자신을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 어렵다는 고민을 토로한 것이다. 미용실에 들러서 머리를 할 때도 말 한마디 못할 만큼 낯가림이 심한 그를 두고 선배 예능인 이수근과 서장훈은 어떤 조언을 들려줬을까?

"<1박 2일> 할 때 <무한도전> 열심히 봤다" 이수근의 이유있는 조언
 

지난 8일 방영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한 장면. ⓒ KBS N

 
​박영진의 고민을 듣고 반응한 서장훈의 첫 한마디는 제법 단호했다. "예능 안 하면 되지... 다른 사람을 거기 넣어서..." 예능 대신 공개코미디만 하라는 조언은 의뢰인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어진 이수근의 경험담은 초보 예능인이라면 경청해 볼 필요성을 느끼게 해줬다. 지금이야 각종 예능의 고정 섭외 1순위로 맹활약하는 그였지만 과거 <1박 2일> 초창기만 하더라도 프로그램에 녹아들지 못하는 등 달라진 환경에서 적응의 어려움을 숱하게 경험한 바 있었다.

​"괜히 흐름 끊는다고 뭐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다가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라." 

​재미난 멘트를 준비했지만 주저주저하다가 기회를 놓치고 이를 수없이 후회해했다는 것이다. 그 후 집에 돌아가 곰곰히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은 "나도 웃음을 주는 사람으로서 혼이 나건 분위기를 끊건 그래도 내 얘기는 하고 오자"였다. 그러면서 동시에 타 예능 모니터링을 많이 했다고 말한다.

"<1박 2일> 하면서도 <무한도전> 엄청 많이 봤어. 어떻게 하면 더 재밌을까. 그러면서 공부가 되더라."

이 말을 들은 서장훈 또한 <무한도전>을 통한 예능 입문을 예로 언급하면서 "당시엔 내가 이렇게까지 예능을 오래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원래 내가 하는 톤으로 이야기했다. 감사하게도 그게 어느 정도 어필이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그때를 회상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보여줄 것을 공통적으로 지적한 두 사람은 "직접적으로 나를 언급하기 어렵다면 친구인 척 이야기를 꺼내보는 건 어떻냐"는 현실적인 방안도 함께 제시하며 후배 예능인을 격려하고 나섰다. 

몇몇 개그맨들의 예능 안착 실패... 이유가 있었다
 

지난 8일 방영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의 한 장면. ⓒ KBS N

 
​많은 개그맨들이 <개콘> <코빅> 등의 인기를 등에 업고 속속 예능의 문을 두드려봤지만 이내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진 경우도 숱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들의 예능 입성 실패엔 몇 가지 이유를 손꼽을 수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웃기는 거 하나는 잘 하잖아"라는 다소 안이한 생각 속에 준비없이 뛰어 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다.  

남에게 웃음을 주고 재미를 전달하는 재치, 순발력만 믿고 정작 다른 분야에 대한 연구나 분석은 소흘하다보니 이내 다른 경쟁자(예능인)에게 밀리고 기회를 잃어버리고 만다. 고민하고 주저하는 찰나에 이미 카메라는 다른 곳으로 옮겨가더라는 이수근의 경험담처럼 결과가 어찌되건 간에 자신있게 내 이야기를 하지 못한다면 이내 다른 출연자로 교체되는 건 시간 문제일 따름인 것이다.  

그리고 타 프로그램 및 예능인에 대한 관찰을 통해 그들의 장점을 재빨리 파악하고 흡수하느냐의 여부는 치열한 경쟁이 늘 진행되는 방송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가 되어줬다. 이수근, 서장훈이 지금껏 다작을 하고 주요 예능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해준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국민영수증>에 대한 홍보성 출연 의미가 강하긴 했지만 박영진의 고민은 비단 본인만 지닌 문제는 아니었다. 이미 자신의 단점,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초보 예능인 누구라도 이를 극복하고 뛰어 넘을 만한 능력을 충분히 키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무엇이든물어보살 서장훈 이수근 박영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