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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얼굴에 대고 말해!" 에픽하이의 일갈

신곡 'Face ID', 에픽하이표 단체곡의 계보를 잇다

21.10.28 10:17최종업데이트21.10.28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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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의 신곡 'Face ID'에는 저스디스와 기리보이, 식케이가 참여했다. ⓒ (주)아워즈

 
올해 초 에픽하이(타블로, 미쓰라, 투컷)는 10집 수록곡 '정당방위(2021)'에서 타블로가 'Name a fuckin' rapper we ain't influenced(우리한테 영향받지 않은 래퍼가 있으면 이름을 대 봐라)'라며 으스댔다. 미국의 래퍼 나스(Nas)가 라이벌 제이지(JAY-Z)를 디스할 때 부른 'Ether'의 가사를 오마주한 것이었다.

에픽하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으름장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데뷔 18년 차를 맞은 에픽하이는 지금까지 힙합과 가요의 장벽을 허물며 한국 힙합 대중화를 이끌어온 주역이다.

데뷔초부터 에픽하이의 커리어를 쭉 쫓아온 사람들이라면 '에픽하이표 단체곡'에 익숙할 것이다. 'Eight By Eight(2008)', 'Rocksteady(2009)', 'Born Hater(2014)', '노땡큐(2017)', 그리고 올해 초 발표된 '정당방위(2021)'에 이르기까지. 에픽하이는 여러 순간 다른 래퍼들과 함께 스웨거를 과시하고, 헤이터(hater)를 조롱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힙합과 팝에 모두 발을 거친 에픽하이가 가장 힙합적인 면모를 이끌어내는 곡들이기도 했다.

'악수 한 번 건네면 곧 풀어질 손'... 웃어 넘긴다
 

에픽하이의 'Face ID' 뮤직비디오 중 ⓒ (주)아워즈

 
지난 10월 25일 발표된 'Face ID' 역시 에픽하이표 단체곡의 계보를 이어간다. 팬들에게 'Face ID'는 내년 초 발표될 10집의 두 번째 파트인 'EPIK HIGH IS HERE 下(PART 2)'의 예고편으로 여겨지고 있다. 타블로는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서로 얼굴을 보고 말하자"는 메시지를 곡에 담았다며 'Face ID'를 소개했다.

투컷이 만든 비트가 먼저 귀에 들어온다. 얼터너티브 록에 기반한 투컷의 비트는 지금까지 에픽하이가 부른 단체곡 중 가장 빠른 속도감을 과시한다. 타블로가 안정적으로 곡의 문을 여는 것은 물론, 미쓰라는 전작에 이어 다시 타격감 있는 랩을 들려주고 있다. 지금까지 에픽하이와 음악적 교류가 없었던 저스디스와 기리보이가 랩을 더했고, 래퍼 식케이는 랩 대신 후렴구를 맡아 불렀다. 한편 'Face ID'가 발표되기 며칠 전, 저스디스와 기리보이는 SNS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는 에픽하이 음반의 사진을 게시하면서 오랜 팬의 마음을 고백했다.

"본 적 없거든 내 앞에서 주먹 쥔 놈 악수 한 번 건네면 곧 풀어질 손." (미쓰라)
"어차피 다들 센 척하지? 막상 대면하면 무상해제 Face ID." (타블로)
"우린 이미 다른 페이지 Better not talk Just face it." (식케이)


이번에도 에픽하이는 흥미로운 뮤직비디오를 내놓았다. 'Born Hater', 'ROSARIO', 노라조의 '니팔자야' 등에서 독창성을 뽐냈던 아트디렉터 디지페디가 뮤직비디오의 연출을 맡았다. 곡에 참여한 래퍼들은 부자연스럽게 왜곡되고 뒤틀린 공간 속에서 랩을 하고 있다. 수많은 사람의 얼굴 그래픽이 점멸하면서 사라졌다가 나타나기를 반복하고, 해골과 동물 탈을 쓴 사람들의 모습 역시 산만하게 혼재되어 있다.

무엇이 진짜인지 알 수 없다. 익명성 뒤에 숨어있는 다양한 자아는 혼란을 가속한다. 이 혼란스러움에 선명함을 부여하는 것은 에픽하이와 저스디스, 기리보이, 식케이의 랩이다. 그들은 진짜는 온라인 속 자아가 아니라 현실 세상에 있다고 조소한다. 노랫말 그대로다. 에픽하이는 뉴욕 타임스퀘어에 그들의 앨범 사진을 내걸었고, 저스디스의 부는 늘어가며, 기리보이는 자신의 우상이었던 에픽하이와 함께 하고 있다. '헤이터'들의 공격이 심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에픽하이의 팬들은 이 곡을 '현실 세상'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오는 12월 17일부터 19일까지는 서울 올림픽홀에서 2년 만의 단독 콘서트 'EPIK HIGH IS HERE'를 개최한다. 팬데믹 이후 연기되었던 북미 투어 역시 확정했다. 이 곡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속삭임처럼, 에픽하이는 흔들리지 않고 여기에 있다.
에픽하이 저스디스 기리보이 식케이 타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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