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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측면 돌파 성공 '한국 축구', 8강 상대는 멕시코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한국 6-0 온두라스

21.07.29 09:34최종업데이트21.07.2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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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림픽] 8강 자축 28일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3차전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경기가 끝난 뒤 선수들이 8강 진출을 자축하고 있다. 한국 6-0 승. ⓒ 연합뉴스

 
최근 2게임을 뛰면서 10골이나 뽑아낸 골 결정력과 지칠 줄 모르는 압박 축구가 놀랍다. 무더위를 잊게 할 수 있는 시원한 승리를 바랐지만 이렇게 게임이 잘 풀릴 줄은 우리 축구팬들도 몰랐다. 축구 게임 흐름을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잡기 위해서 까다롭지만 어떤 선택을 하고 또 거기에 맞는 준비를 얼마나 치밀하게 해야 하는가를 김학범호 모든 구성원들이 알려준 셈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이 28일(수) 오후 5시 30분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B조 온두라스와의 게임에서 간판 골잡이 황의조의 해트트릭 활약을 중심으로 6-0 대승을 거두고 8강에 올라 북중미의 전통 강호 멕시코를 만나게 됐다.

오른쪽 날개 '이동준'이 튼 물꼬, 황의조가 넓히다

루마니아를 이기고 자신감을 되찾은 우리 선수들의 물오른 질주는 멈추지 않았다. 김학범호는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을 앞두고 자주 쓰는 '경우의 수'라는 말을 증오하듯 신나게 공격을 퍼부어 근래에 보기 드문 완벽한 승리를 완성시켰다. 비교적 이른 시간부터 가속도가 붙은 오른쪽 날개 이동준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낸 덕분이었다.

게임 시작 후 10분만에 이동준이 과감한 드리블 돌파 실력을 뽐내며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온두라스 왼쪽 풀백 웨슬리 데카스는 이동준이 빠르게 공을 몰고 빠져나가는 것을 좀처럼 감당하지 못했고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서 잡기 반칙을 저지르고 말았다. 

이 중요한 기회를 황의조가 나서서 오른발로 시원하게 해결했다. 앞선 두 게임에서 골을 터뜨리지 못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던 황의조가 비록 페널티킥 골이었지만 이번 올림픽 첫 골을 뽑아낸 것이다. 첫 번째 페널티킥을 얻어낸 이동준은 39분에도 특유의 빠른 압박으로 달려들어 이 게임 흐름을 우리쪽으로 완전하게 돌려놓는 레드 카드를 유도했다. 이동준에게 가로채기 당한 공이 자기 골문 쪽으로 향하는 것을 본 센터백 카를로스 멜렌데스가 고의로 잡아 넘어뜨렸고 카바코프(불가리아) 주심은 규정에 따라 유망한 득점 기회를 파울로 저지했기 때문에 퇴장 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김학범호는 매우 중요한 게임에서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뛴 이동준이 빠르게 물꼬를 튼 덕분에 시원한 대승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이 물꼬를 그냥 방치하지 않고 유용한 농사 밑천으로 쓴 주인공은 골잡이 황의조였다. 이동준이 얻은 페널티킥으로 첫 골을 터뜨린 것도 모자라 황의조는 전반전 추가 시간도 거의 끝날 무렵(45+4분) 미드필더 김진규의 얼리 크로스가 상대 골키퍼 알렉스 귀티 글러브에 걸려 나온 공을 오른발로 차 넣었고, 52분에는 김진야가 얻어낸 또 하나의 페널티킥을 묵직한 오른발 킥으로 성공시켜 기분 좋은 해트트릭을 완성한 것이다.

6골 모두 오른쪽에서 기회를

상대 팀 온두라스가 한국의 측면 공격과 빠른 압박이 장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맞붙어보니 더 강하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우리 공격은 오른쪽 측면에서 유독 잘 이루어졌다. 지난 게임 4골 승리보다 2골이나 더 나온 게임이 됐지만 묘하게도 6골 모두가 오른쪽 측면 공격과 측면 압박으로 이루어낸 것이라 더 놀라웠다.

황의조의 페널티킥 첫 골(12분)을 얻어내기까지 이동준의 오른쪽 측면 드리블 돌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고, 18분에 미드필더 원두재가 차 넣은 두 번째 페널티킥 골도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얻은 것이었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 나온 황의조의 오른발 추가골은 가운데 미드필더 김진규가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나가서 날카롭게 올린 얼리 크로스 덕분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오른쪽 날개 이동준 대신에 엄원상을 들여보내고 나서도 측면 공략을 멈추지 않았다. 49분에 왼쪽 미드필더 김진야가 온두라스 골문 바로 앞에서 크리스토퍼 멜렌데스의 반칙으로 얻어낸 세 번째 페널티킥도 엄원상의 오른쪽 얼리 크로스 덕분이었다.

64분에 김진야의 아름다운 오른발 감아차기로 만든 다섯 번째 골도 오른쪽 풀백 설영우의 정확한 컷 백 크로스 덕분이었고, 역시 교체 선수로 나와 슈퍼 서브로서의 가치를 빛낸 이강인이 82분에 김동현의 패스를 받아 왼발로 차 넣은 여섯 번째 중거리슛 골도 오른쪽 측면 압박이 성공한 직후에 이루어진 작품이었다.

이렇게 상대의 빈틈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파고든 측면 공략 전술이 완벽하게 적중한 덕분에 한국은 이번 올림픽 남자축구 참가 팀 중 조별리그 최다 득점(10골) 팀이 되었고 특히 유효슛 대비 득점 비율을 58.8%(3게임 유효슛 17개로 10득점) 찍으며 메이저 대회 처음으로 '골 결정력 부족'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버렸다.

우리와 8강 토너먼트(31일 오후 8시,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만날 A조 2위 멕시코도 3게임을 뛰며 8골이나 넣었지만 그들의 유효슛 대비 득점 비율은 40%(8득점 / 유효슛 20개)로 나왔다. 멕시코와 같은 A조에서 3전 전승으로 1위를 차지해 8강 토너먼트에서 뉴질랜드를 만나게 된 개최국 일본의 유효슛 대비 득점 비율이 41.2%(7득점 / 유효슛 17개)로 나온 것을 참고해도 우리 선수들의 공격 성공률이 이번 대회 최고 수준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8강 토너먼트부터는 기본적인 마음가짐부터 달라야 하는 외나무다리 위 만남이기 때문에 부담감이 밀려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멕시코의 골문을 지키고 있는 골키퍼가 우리 축구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전설 '기예르모 오초아'(클럽 아메리카)다. 올림픽 개막 직전 만 36살 생일이 지난 오초아는 멕시코 축구가 이름을 날린 주요 국제대회마다 든든하게 골문을 지켰으며, 순발력과 판단력이 매우 뛰어난 골키퍼다. 

멕시코에는 오초아 말고도 '알렉시스 베가'와 '엔리 마르틴' 단짝이 공격을 이끌고 있기 때문에 이번 8강 만남이 우리 수비수들에게 진정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멕시코를 넘어 4강에 올라가면 지난 리우 올림픽 금메달을 딴 브라질을 만날 가능성이 있는데 거기에도 우리 축구팬들이 잘 알고 있는 브라질 축구의 전설 다니엘 아우베스(만 38살, 상 파울루 FC)가 뛰고 있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결과(28일 오후 5시 30분, 요코하마 스타디움)

한국 6-0 온두라스 [득점 : 황의조(12분,PK), 원두재(18분,PK), 황의조(45+4분), 황의조(52분,PK), 김진야(64분,도움-설영우), 이강인(82분,도움-김동현)]
- 퇴장 : 카를로스 멜렌데스(39분)

★ 뉴질랜드 0-0 루마니아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57분↔이강인)
AMF : 김진야, 권창훈(72분↔이동경), 이동준(46분↔엄원상)
DMF : 원두재(72분↔김동현), 김진규
DF : 강윤성(57분↔김재우), 박지수, 정태욱, 설영우
GK : 송범근

B조 최종 순위
1 한국 6점 2승 1패 10득점 1실점 +9
2 뉴질랜드 4점 1승 1무 1패 3득점 3실점 0
3 루마니아 4점 1승 1무 1패 1득점 4실점 -3
4 온두라스 3점 1승 2패 3득점 9실점 -6

A조 결과
일본 4-0 프랑스 [득점 : 쿠보 다케후사(27분), 사카이 히로키(34분), 미요시 코지(70분,도움-하타테 레오), 마에다 다이젠(90+1분,도움-소마 유키)]
멕시코 3-0 남아프리카공화국 [득점 : 알렉시스 베가(18분,도움-엔리 마르틴), 루이스 로모(45분), 엔리 마르틴(60분,도움-카를로스 로드리게스)]
- A조 최종 순위
1 일본 9점 3승 7득점 1실점 +6
2 멕시코 6점 2승 1패 8득점 3실점 +5
3 프랑스 3점 1승 2패 5득점 11실점 -6
4 남아프리카공화국 0점 3패 3득점 8실점 -5

남자축구 8강 토너먼트 일정
☆ 브라질 - 이집트 (31일 토 오후 7시, 사이타마 스타디움)
한국 - 멕시코 (31일 토 오후 8시, 요코하마 스타디움)
- 이상 두 게임 승리 팀 준결승1 (8월 3일 오후 5시,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

☆ 코트디부아르 - 스페인 (31일 토 오후 5시, 미야기 스타디움)
☆ 일본 - 뉴질랜드 (31일 토 오후 6시,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
- 이상 두 게임 승리 팀 준결승2 (8월 3일 오후 8시, 사이타마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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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도쿄 올림픽 이동준 황의조 김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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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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